단, 기분 상하지 않게.
좋은 게 좋은 거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 안녕하세요, 사장님. 지난번에 거봉을 사서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 아.. 그랬나요?...(사장님은 상당히 무뚝뚝하신 편이다.)
- 그래서 엊그제도 거봉을 사갔는데, 이번 거봉은 알도 많이 무르고 맛도 맹탕이더라고요. 그리고 좀 상한 것 같아요.
- 아이고, 그래요?
- 네! 무도 싱싱해 보여서 같이 샀었는데, 잘라보니 속은 다 썩어서 반은 버렸어요.
- 아.. 그랬군요.
- 제가 여기 자주 오는 단골이라 아무래도 말씀을 드리는 게, 사장님도 물건 들여오실 때 도움이 되실 것 같아 일부러 말씀드려요.
- 네에. 그때 얼마에 사가셨나요?
- 18,000원에 샀었어요.
- (갑자기 점포 안을 두리번거리다 대왕 샤인머스켓을 집어 들고 걸어오신다) 정말 죄송해요. 이거라도 하나 가져가세요.
- 앗! 감사합니다.(그리고 키오스크에 가서 양파를 계산했다)
기분 상하지 않게 내 할 말을 잘 전하려면,
말의 유연성과 적정한 선이 필요하다
- 언니,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 응, 잘 지냈지. 놀이터는 여전하네~
- 네. 이 시간이면 북적북적하죠. 언니 선글라스는 매번 멋지네요.
(선글라스가 엄청 많은 언니다)
- 나는 눈이 잘 부셔서, 선글라스 없으면 안 되잖아.
- 그렇죠. 아, 언니. 저번에 아무개가 놀이터에서 너무 위험하게 놀더라고요. 다칠까 봐 겁나요. 아무개한테 말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 그랬어?
- 네. 그리고 혼자 떡볶이도 사다 먹던데요?
- 응. 먹고 싶다 길래, 친구랑 사 먹으라고 돈 줬어.
- 그러니깐요, 아무개 혼자서도 잘 사 먹고 대견하네요.
- 막내라 그런지 형하고 누나 하는 거 보고 뭐든 혼자 잘해.
- 근데, 그날 놀이터에서 먹고 쓰레기는 그대로 두고 갔어요.
- 그래? 나는 그런 줄도 몰랐네.
- 그냥 엄마들이랑 같이 치웠어요. 대신 아무개한테는 잘 얘기해 주세요.
- 그래. 아이고, 미안하네. 아무개한테도 다음부턴 그러면 안 된다고 잘 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