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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랑의 책읽기 Jul 23. 2020

영화 <마더>: 이 땅의 모든 엄마들에게 건네는 위로

영화 <마더>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좀 헷갈렸는데, 유투브에서 이동진이 주는 힌트를 보고 나서 봉준호가 하고 싶었던 말을 깨닫게 되었다. 봉준호의 영화는 항상 정치적인데, <마더>에서 그가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그의 작품들 중 가장 아름답다. 아마도 풍자 대신 위로의 손을 건네기 때문이 아닐까.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혜자의 삶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해방 후 한국을 살아낸 이 땅의 엄마들은 모두 처절하고 끔찍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부조리함이 안개처럼 사람들을 짓누르던 시대, 경제발전과 이념전쟁의 정신없는 소용돌이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는 건 그들의 가족뿐이었다. 혜자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종팔이를 찾아가 “너는 엄마가 없니”하며 통곡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이제 종팔이는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억울하게 잊혀질 것이다.


소외된 사람들이라고 해서 어둠이 없는 건 아니다. 이 가차없는 세상을 살아내는 와중에 아들과 엄마는 끔찍한 실수들을 저지른다. 어떻게든 이 거대한 부조리에 맞서 살아보려고 발버둥쳤지만, 남은 것은 내 안의 끔찍한 모습들. 기억들. 침을 놓아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들.


<마더>의 엔딩 씬은 아마도 봉준호의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까. 코메디의 소재로 쓰여지기만 했던 “관광버스 춤”을 위로의 제의로 만들어내는 봉준호의 안목에 감탄하게 된다. 혜자는 기억을 지워준다는 혈자리에 침을 놓고 아줌마들의 관광버스 춤판에 들어간다. 해가 지고, 카메라는 역광으로 관광버스를 따라간다. 실루엣만 보이는 사람들의 춤. 오프닝 씬에서 홀로 춤을 추던 혜자는 이제 다른 엄마들과 같이 춤을 춘다. 이 땅의 끔찍한 시간들, 그 속에서 끈질기게 삶을 살아낸 엄마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제의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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