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모험생입니다 #11
영화 <위플래시>가 극장에 재개봉해서 보러 갔다. 영화는 앤드류가 셰이퍼 음악학교에서 최고의 스튜디오 밴드에 보조 드러머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악명 높은 지휘자 플레쳐 교수는 온갖 모멸적인 발언과 폭력으로 앤드류를 몰아붙인다. 앤드류는 손에서 피가 날 때까지 드럼 연습을 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지만 중요한 연주회에서 연주를 망치는 바람에 밴드에서 쫓겨난다. 드러머의 꿈을 포기했던 앤드류는 시간이 흘러 동네의 작은 재즈바에서 플레쳐와 우연히 재회한다. 그의 제안으로 음악 페스티벌에서 함께 공연을 하게 되나, 앤드류가 준비하지 않았던 곡으로 연주가 시작된다. 학교에서 신고당해 교수직을 박탈당했던 플레쳐가 앤드류를 엿먹이기 위한 수작이었던 것이다. 연주를 망친 앤드류는 백스테이지로 나갔다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앤드류는 마지막 연주를 독자적으로 시작한다. 연주할 곡을 스스로 선택하고 신기에 가까운 솔로 연주를 성공적으로 해내며, 플레쳐에서 "I'll cue you"라는 말과 함께 지시를 내린다. 다만 영화는 거기서 끝난다. 이후의 이야기는 짐작을 할 뿐이다. 결말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지만, 감독은 결말 이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Q: Where do you think these two go after this movie ends? They had a moment at the end of the film, but I feel these two will always hate each other.
( 영화가 끝난 후 이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영화 마지막에 교감을 나눴지만, 두 사람이 항상 서로를 미워할 것 같아요. )
A : I think so. I think it’s definitely a fleeting thing. I think there’s a certain amount of damage that will always have been done. Fletcher will always think he won and Andrew will be a sad, empty shell of a person and will die in his 30s of a drug overdose. I have a very dark view of where it goes.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것은 분명히 일시적인 감정일 거예요. 서로에게 남은 상처는 항상 존재할 것이고, 플레처는 자신이 늘 이겼다고 생각할 것이며, 앤드류는 슬프고 공허한 상태로 남아 결국 30대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을 거라고 봅니다. 저는 그들의 앞날이 매우 어둡다고 생각해요. )
출처 : https://screencrush.com/whiplash-damien-chazelle/
자신을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붙이면서 실력을 끌어올리는 게 그 사람의 한계를 부시고 실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플레쳐는 조 존스가 던진 심벌즈 덕분에 찰리 파커가 위대한 연주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에는 많은 내용이 생략되어있다. 회복의 시간 없이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면 결국 소진되어 빈 껍데기만 남겨 될 테니 말이다. 실제로 찰리 파커는 정신적 고통으로 30대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사회 초년생 때는 바짝 힘들게 일하면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마음에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당장 올해 안에 내가 반드시 이 일을 해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는 재능이 없는 거야 라며 말이다. 늦은 밤에 퇴근은 고사하고 주말이더라도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박 덕에 일은 곧잘 배웠지만 금방 잘하게 되지는 않았다. 축적의 시간을 믿지 못했고 그저 빠르게 결과를 얻고 싶어서 마음이 늘 불안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며 깨달은 점은 지금 이 수업에서 내 자세가 엉망이거나 제대로 근육을 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지금의 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냥 하면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좀 못하더라도 포기하면 제대로 된 자세를 익하지 못한 상태에서 끝이지만, 다음 수업에도 나오고 다다음수업에도 나오다 보면 시간이 쌓여서 1년 뒤에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눈앞에 내가 성장하고 있는 그래프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축적의 힘을 믿어보자. 열심히 하되 소진되지 않도록 가끔씩은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올해 이 프로젝트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열심히 했다는 전제 하에) 내년에 잘할 수 있도록 포기하지 말자. 중요한 건 커리어를 이어가려는 노력이니까. 그래야 꾸준히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