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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무 Sep 26. 2021

파업일기#2

파업일기#2. 

@2020.08.25


파업 2일 차의 아침은, 첫날밤의 당직에 대한 피드백으로 시작했다. 지난밤에 어떤 콜이 왔는데, 잘 몰라서 당직의 에게 연락하라고 했다고 한다.


당직의는 "어제 나 심전도 10년 만에 찍어봤어, ABGA(동맥혈 가스검사) 도 몇 년 만인지..."

등등 당직시간에 있었던 일로 아침 회진을 꽃피웠다.


다행히도 화요일에는 수술이 없고 외래 일정이라 보조인력으로 투입되었다.

원래는 전임의/전공의의 일이지만 어쩔 수 없지. 오전/오후 불꽃같은 외래를 마치고 정규 오더를 점검하고 나니 하루가 훌쩍 지나버렸다.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교수들은 나름의 요령이 생긴듯하다.


생각보다 콜이 많지 않음을.... 아무래도 교수님이 어려워서 어디론가 콜이 돌고 있겠지만,, 의사결정이 빨라서 좋은 측면도 있긴 한 것 같다.


간이식팀은 워낙 다양한 약을 쓰기 때문에, 약사들과 함께 1주일에 한번 회진을 도는데, 잘못된 용법을 수정하거나 임상상태에 따라서 약을 조정하는 피드백을 받고는 한다.


평소 같으면 주치의(전공의)의 꼼꼼함을 테스트하는 자리라, 포스트잇 가득히 수정할 오더 내역이 쓰여있으면 타박하는 교수들도 있었다. 

오늘은 오더 한 명 수정될 때마다, 부끄러움을 타는 (직접 오더를 낸) 교수님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러게 본인들도 잘 못하면서 매번 뭐라고 하다니.... 


"아무개 환자 항생제 용량 조절 필요합니다.

원래 00 질환 있던 분 약 드셔야 하는데 빠졌네요"


".... 네 죄송합니다."


유독 피드백이 많았던 날이었다. 오랜만에 내는 오더가 익숙지 않았기도 했고, 최근 바뀐 EMR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겠지.


어쨌든... 일은 돌아간다.


오늘 밤은 병원에서 자는 당직이다. 두 병동과 응급실에서 오는 콜 및 술기를 해야 한다.

조금 전에 심박수가 40 밑으로 떨어지는 환자의 심전도를 찍고, 다행히 큰 이상이 없음으로 확인하고, 응급실 환자의 상처를 한번 보고 이상이 없음에 감사하며 잘 막았다.

타 병동 당직을 서는 선배 교수님과 치킨을 야식으로 먹으며 공용외과의사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전공의 시절도 떠오르고, 막상 예전 생각이 나니, 밤에 안 좋은 환자 콜이 오는 것 빼고는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몇몇 걱정되는 환자가 있지만, 어떻게든 이번만은 잘 넘어가길

내일은 오랜만에 원숭이 간이식 연구가 있는 날이다.

파업으로 사람 수술도 안 하는데, 원숭이라니.. 노는 꼴을 볼리가 없지.. 이놈의 병원


모든 교수님들 무사 당직을 기원합니다.


-파업 2일 차 진료교수 나부랭이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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