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무 Sep 26. 2021

파업일기#3


파업 3일차 2020.08.26 수


다이나믹하루

전공의,전임의들이 사직서를 냈다.


정부는 행정명령이라는 강수를 두었다. 그리고 후배들은 더 센 강수를 두었다. 이 게임의 끝이 어디인지


어제당직은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밤사이 응급환자 컨택온 것 외에 큰 일은 없었고, 

다만 오늘은 이와중에 원숭이 간이식이라는 복병이 있었을 뿐.


아무튼 아침부터 정부의 행정명령, 전공의 사직서 제출 등의 이슈로 하루종일 떠들썩한 하루였다. 

병원 로비앞에는 기자들이 즐비했다, 1인 피켓시위를 릴레이가 병원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오전에 원숭이 간이식을 마치고 돌아온 사무실에는 전공의들 사직서를 쓰기 위해 몇몇 모여있었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힘든 외과하겠다고 1,2년 밖에 안된 전공의들조차 이렇게 열심히 투쟁하는데, 나는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선배로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걱정은, 

파업으로 환자들이 나빠지거나 하면 언론에서 환자를 버리고 간 의사들 때문에 환자가 죽어나간다는 기사로 두드려 맞지나 않을까라는 점이다. 


또한 그로 인해 파업의 힘이 약해지고 의약 분업때처럼 갈기갈기 찢어져 분열되어 아무것도 없이 욕만 먹고 끝나는 무의미한 투쟁이 될까봐서다.


오후엔 복지부에서 실사를 위해 주요병원에 공문과 함께 담당자를 보낸 모양이다. 오후에는 이것이 또한 큰 이슈가 되어, 몰래 나와서 일을 도와주던 전공의, 전임의들을 예전 민주화 운동때 숨겨준 것 마냥, 이들의 눈을 피해 있으라고 지시를 내리고, 어디서는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고 있다는 이야기와 경찰이 집회를 해산시켰다는 가짜뉴스까지 퍼지고 있었다.


어떤 언론도 우리의 이야기를 실어주지 않는다. 그들도 한통속이다. 일반인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이야기해도 설득이 쉽지 않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를 기록하고 알리는 일, 그리고 이들이 나간 빈자리를 채워서, 환자가 파업으로 잘못되었다는 소리가 안나도록 하는 일이 최선이다.


사무실에 있던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오늘 파업으로 인해 동의서를 받고 계신 노교수님, 힘들어하는 모습, 전공의, 전임의의 파업 모습, 사직서를 쓰고 전단지를 돌리는 모습들을 하나하나 담았다. 

그리고 로비앞에서 기사거리를 찾아 카메라를 들이대는 기자들의 모습도 담았다.


언젠가 이 기록들이 역사의 한페이지를 작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늘의 이 기록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졌다. 종군기자마냥, 하나하나 빠지지 않고 기록하려한다.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다.


-파업 3일차 진료교수 나부랭이 JM-


작가의 이전글 파업일기#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