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계란김밥입니다.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고 달걀만 들어간 김밥, 꼬마김밥도 아니고 얇게 부쳐 살살 썰어낸 지단 김밥도 아니고 진짜 계란, 딱 한 종류만 들어간 김밥을 돌돌 말아 완성해 본다.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 아이는 자존감이 높다고 하는데 10살 남자아이는 덩치만 커다랗고 고기만 좋아하는 울보다. 누굴 닮았는지 묻는다면 굳이... 나? 내가 어렸을 때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는 아이가 자존감이 높다는 말은 도저히 이해불가, 저렇게 잘 울고 잘 속는 아이가 자존감이 높은 걸까?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자존감을 평가하는 것인가.
칭찬 대신에 관심이 섞인 의문점으로 아이를 바라본다.
엄마의 눈으로는 아무리 살펴도 고슴도치맘은 아닌지 보이지도 않고 찾을 수도 없고 도대체 너는 어디가 문제인 거니.
유독 편식이 심해져 버린 5살, 나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고 우리는 지쳐버렸다.
그리고 친정엄마의 도움으로 아이 돌봄을 나누게 되었지만 시간이 나아지면 괜찮겠지 했던 편식은 더 심해졌고 아이의 김밥은 야채가 들어가지 않은 햄만 또는 달걀만 들어간 김밥을 만들어 먹이게 되었다.
달걀 속에 당근이나 파가 들어가선 안되며 노란색과 흰색이 덜 섞여서도 안되며 소금간이 너무 짜게 돼서도 안된다. 살짝 간간하다는 것은 용납되지만 맛이 없어서는 안 되는 달걀만 들어간 김밥.
오래 반복되는 행동은 습관이 된다.
아이의 달걀만 들어간 김밥은 이제 우리 집에서는 당연한 김밥이다. 가끔 당근만 들어가거나 우엉만 들어가거나 달걀, 맛살, 햄, 단무지 등등이 들어간 일상적인 김밥을 만들기도 하지만 재료를 많이 준비하지 않은 대부분의 날은 그냥 달걀 김밥이다.
달걀만 들어간 김밥이 맛있으려면 맨밥은 안되고 밑간은 적당해야 한다. 굵은소금과 맛소금, 깨소금, 참기름의 적당하고 적당한 앙상블이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너무 과해서도 아니 된다. 짜면 안 되고 싱거워서도 안된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재료 김이 질기거나 눅눅해서는 안된다.
두 번 구운 김은 브랜드에 따라 좀 질길 때도 있고 그냥 보통의 김밥김이면 좋다.
재료가 비쌀 때는 그만한 가치가 있겠지만 김밥재료는 가격이 비싼 재료보다는 간편식으로 많이 만들어서 편하게 먹을 넉넉한 음식이니깐 내 입에 맞는 식재료가 좋다.
김밥전용김을 사용해 김밥을 만들기 시작한 건 얼마나 되었을까? 10년쯤? 15년쯤? 라떼는 말이야 시장에서 파는 사각 네모난 김을 살짝 구워서 김밥을 싸거나 아님 다 만들고 난 다음에 프라이팬에 살짝 구웠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런 라떼는 언제 적이었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까마득해져 버렸고 마트에서 파는 김밥전용김을 사용하면 구울 필요도 없이 계란을 넣고 맛있게 밑간을 해놓은 밥을 넣어서 도로록 말아버리면 맛있는 김밥이 완성된다.
한가해지는 아침이나 주말에 외부일정이 생길 때가 있다. 나만 외출해야 할 때 그날은 김밥을 먹는다.
나한테는 김밥만큼 편한 음식이 없다. 반찬도 따로 만들어 놓을 필요도 없고 만원을 들고 마트에 가서 마음과 손이 가벼운 재료준비가 가능하니깐. 김밥용 김 하나, 김밥용 햄, 맛살과 어묵, 단무지 그리고 탄산음료, 컵라면 두 개만 산다. 가끔 재료의 고급화 전략에 따라 탄산음료와 컵라면은 빼기도 하지만 만원으로 두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내가 없는 오전과 오후 주말, 두 남자는 김밥을 먹는다.
아이는 이제 당근이 들어간 김밥도 먹고 우엉이 들어간 김밥도 먹는다.
그런데 늘 그렇게 김밥의 재료가 완벽하지 않기에 그런 날은 달걀만 들어간 김밥을 만든다.
아들과 남편은 내가 만들어준 김밥에 있어서는 불평불만이 없다.
김밥은 늘 그렇듯 우리 모두를 행복하고 평안하게 만들어준다.
김밥 만드는게 일상입니다.
보통은 김밥 만드는게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반찬걱정없이 배부르고 맛있는 음식은 김밥만 한게 없네요.
게다가 재료에 따라 고급과 영양만점으로 선택할 수 있으니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