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AI 분야에 대한 성장성과 잠재력이 대두되면서 IT 기업과 통신사부터 제조사, 유통사까지 다수의 기업들은 AI 음성인식/서비스 시장에서 선두를 점하고자 AI 스피커를 잇달아 출시했다. AI 스피커가 B2C로 제공될 경우 다양한 콘텐츠를 탑재해 사용성과 즐거움을 높였고, B2B로 제공될 경우 고객사 맞춤형 기능이나 디스플레이를 추가하는 등 출시 이후 다변화를 시도해왔다.일각에서는 AI 스피커가 '돈이 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의 AI 기술과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투자 개념의 '돈이 드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실제로도제품 교체 주기가 길거나 가격대가 높은 경우 AI 기능의 테스트와 고도화 등을 진행하기 어려움이 있어, AI 스피커가 주력 제품(?)처럼 자리잡았다는 말도 많다. 이유야 어쨌거나 AI 스피커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애물단지거나, 보물단지거나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구 수를 2천만으로 봤을 때 가구의 40%가 AI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에도 AI 스피커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 Top 5 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AI 스피커를 사용하는 패턴은 매우 한정되어 있고, 대부분의 사용자가 음악 듣기나 날씨 확인의 기능들을 위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올 3월 컨슈머 인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용도(복수응답)는 '날씨/미세먼지 검색'이 52%로 가장 많았고 '음악검색/재생'이 46%, 'TV제어'가 43%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리모컨 찾기', 'VOD 검색'이 각각 20%를 차지했다.
이러한 한정된 사용 패턴은 사용자의 이용 빈도와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용 빈도별로 보면 '거의 매일 이용한다'는 응답이 36% , '주 3~4회 이용'이 14%로 전체의 절반(50%)이 매주 3회 이상 AI스피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2년 전 대비 하락한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구입(통신사 통한 가입 포함)' 비중은 2019년 상반기 69%에서 작년 하반기 60%로 줄어들었고, 경품/사은품/선물로 받았다는 응답은 31%에서 40%로 늘었다.(출처: 전자뉴스)
비록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AI 스피커의 사용/발화량이 증가하긴 했지만, 타사와 차별화하지 못했거나 이용률이 저조한 AI 스피커 제품들은 판매를 종료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롯데쇼핑에서 보이스 커머스 분야 선점을 위해 출시했던 '샬롯홈'이 있다.)
AI 스피커 사용량 늘리기 대작전
위에서 언급한 대로, 사용자들의 AI 스피커 사용 패턴은 너무나도 한정적이며 이는 곧 제품에 대한 만족도와 이용 빈도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AI 스피커 제품이 10만원선에서 그 이상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 만큼 사용자에게 제품을 구입 및 이용해야할 이유를 주지 못한다면'AI 업계 선점'이라는 빅픽쳐를 달성하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
이에 기업들은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다양한 콘텐츠와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공통적으로는홈트레이닝 콘텐츠와 교육 콘텐츠를 추가하고, 가전제품과의 연계를 통한 IoT 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 엔터프라이즈는 '내 소식' 기능을 도입해,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구독해서 자동 알림을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특정 친구에게 오는 카톡, 날씨같은 기능은 구독해두면 미리 알려주거나 별도로 알려주며, 사용자가 AI 스피커에서 더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자 했다. (출처: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블로그)
카카오미니 '내 소식' 기능
'갬성'을 곁들인 AI 스피커
기능과 콘텐츠 추가 뿐 아니라, AI 스피커의 디자인과 음성에 변화를 줘 감성적인 측면도 강조한 제품들도 있다. SKT는 2019년부터 '누구 셀럽' 서비스를' 통해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의 목소리로 스피커의 목소리를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누구 캔들' 제품 출시를 통해 AI 스피커에 무드등의 역할을 결합시키는 등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한편 KT는 최근 인테리어 스피커 스타트업인 '나팔'과 협업하여, 5월 내로 감각적인 디자인의 AI 스피커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래 이미지)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와 네이버가 각각 '카카오프렌즈', '라인 프렌즈'와 같은 자사의 캐릭터를 활용해 귀여운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만큼, 그들에 비해 감성적인 디자인이나 브랜드 친밀도 측면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SKT와 KT가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AI 스피커
위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언급했듯, AI 스피커를 직접 구입하지 않고 사은품 및 경품으로 받은 사용자의 비율은 약 40%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기업 고객과는 활발한 제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개인 고객이나 가정에서는 아직까지 AI 스피커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고히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최근 AI 스피커는 '스피커'에 한정되지 않고 IoT 제품이자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되는 등 다변화하고 있다. 업종에 관계없이 AI 스피커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콘텐츠와 기능, 경쟁사들과의 차별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 같다.AI 스피커로 변화할 새로운 일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