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의 유럽 여행기, 메유기(3)
드디어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도착했다. Flix 버스에서 내리자 어둠이 내려앉은 프라이부르크 역이 보였다. 이미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라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다행히도 곳곳에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대부분 술에 취한 대학생들이었다. 긴장을 놓지 않으려고 눈을 부릅뜨면서 택시 정류장 쪽으로 갔다. 이제는 택시비가 얼마가 나와도 상관없다. 술 취한 대학생 무리에게 괜히 시비 털리지 않으려면 빨리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택시 기사들이 다가와서 어디로 가냐고 물었고 나는 내가 묵을 에어비앤비의 주소를 핸드폰에 띄워 보여줬다. 그랬더니 다른 기사님 또 다른 기사님에게로 토스되어 가까스로 택시에 올라탔다.
그래도 독일인데 창밖의 풍경을 좀 감상해 볼까 했는데 밖은 너무 캄캄해서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택시 기사님이 어느 아파트 앞에서 내려줬고 팁을 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잔돈을 그냥 킵 하라며 돌려드렸다. 그랬더니 택시 기사님의 눈이 동그래졌다.. (너무 많이 준 건가...) 그냥 이 야밤에 안전하게 숙소로 데려다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일었다. 에어비앤비 주소의 건물 번호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어디인지 모르겠다. 여기에서 이렇게 노숙을 하게 되면 어쩌나 싶었다. 구글 지도에는 여기가 맞다고 하는데... 밤도 어둡고 사람도 없으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다행히 간판 불만 켜진 초밥집에 바로 옆에 붙어있는 건물 번호를 찾았고 긴가민가하며 인터폰을 눌렀더니 잠금이 열리는 소리가 덜컥! 하더니 문이 열렸다.
Aya는 나의 호스트다. 본인이 살고 있는 2개 방 짜리 아파트에 한 방을 에어비앤비로 돌리고 있었다. Aya는 에어비앤비 앱 속의 프로필 사진과 똑같이 생겼다. 그녀는 중동계열 사람이었고 정확히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다며 집을 구경시켜 주며 이것저것 설명해 줬다. 집은 전체적으로 아주 깔끔했다. 마음에 들었다. 방도 큼직하고 침대, 테이블, 소파까지 있었다. 화장실은 기대도 안 했는데 그마저도 깨끗해서 1주일 동안이나 묵을 곳이라 고심해서 골랐던 터라 뿌듯해졌다.
사실 독일에서 일주일 묵을 숙소를 구하면서 해프닝이 좀 있었다. 유럽까지 와서 정형화된 비즈니스호텔에서 묵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선택했던 에어비앤비. 원래는 프라이 부르크 시내 보다 좀 더 자연과 어우러진 외곽지역에서 머물고 싶었다. 맨 처음에는 친절해 보이는 주인장님 얼굴과 적당히 깔끔하고 마당이 있는 집을 선택했었다. 집주인에게 친절한 인사 메시지를 보냈고 수락을 받았다. 근데 3일 뒤에 집주인이 나에게 대화를 걸어왔고 다짜고짜 나이, 직업, 영어/독일어 사용 여부를 묻더니 갑자기 그날 자기가 집에 없을 것이라 외부인에게 집을 맡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처음 당해보는 에어비앤비 거절에 벙졌지만 다른 대안도 많았다. 다른 곳에 연락을 해봤다. 혹시 몰라 두세 군데에 내 일정과 혹시 물어볼까 싶어서 내 나이, 직업, 국적 모두 포함한 세상 예의 바르고 친절한 메시지를 써서 인사를 했다. 근데 세 곳 중 두 곳은 몸이 아파 수술을 하게 되었다는 사유로 나의 숙박을 거절했고(이렇게나 우연히? 같은 사유로?) 한 곳은 일정이 안돼서 거절을 표명해 왔다... 여기까지 와서는 정말 독일에 여행 가는 걸 포기할까도 잠깐 생각했었다. 정말 그들이 말한 대로 수술 일정이 있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에어비앤비 프로필 사진 속의 세 명의 백인 여성은 나를 거절했고 한 명의 중동 대학생만 나를 받아줬다... ㅎㅎㅎ... (너무 많은 생각은 건강에 해롭다.) 그래도 혼자 하는 여행에 안전한 숙소를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오랜 이동 시간을 거쳐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더니 내가 눕는다는 행위를 하는 게 꼬박 24시간 만이라는 걸 깨달았다. 낯선 잠자리에서는 잠에 잘 들지 못하는 편인데 바로 스르륵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와 눈을 떴는데 그곳에 처음으로 내가 생각했던 유럽 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