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좋아하는 '콘텐츠' 이야기
2020년 콘텐츠 마케터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내 직무가 해외에도 있는 직무인지 궁금했다. 혹시나 기회가 생기면 내 전문성을 해외에서도 써먹을 수 있어야 할 테니까. 주로 마케터는 Marketing Manager라는 직무가 있고 콘텐츠 관련은 Content Creator, Content Editor... 등이 있었다. 흠...근데 가만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나는 서치의 본래의 목적은 상실한 채 '콘텐츠'의 영어 철자에 주목했다. 내가 아는 콘텐츠는 's'와 함께인 'Contents'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미친 듯이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코리안답게 네이버 검색에 검색을 해봤다.
'콘텐트'로도 검색해봤다.
그리고 네이버에 영어로 검색을 해보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셨는가?... 그래서 구글 검색을 통해 영영사전으로 넘어가 보았다.
결론
Content와 Contents는 둘 다 명사이고
Content는 셀 수 없는 명사 즉, 추상적인 개념의 글, 영화, 연설에 대한 아이디어를 뜻한다.
Contents는 복수형이고 셀 수 있는 명사, 물리적인 개념이고 주로 책의 목차, 내용물을 뜻한다.
영어에는 's'하나만 붙어도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곤 한다. 콘텐츠, Contents는 책이나 책의 목차 그 개별의 물리적인 항목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 '콘텐츠'가 아니다. 예를 들어 NEW(새로운)에 s를 붙이면 NEWS(뉴스, 새로운 소식)가 된다. 의미를 그대로 해석해보면 새로운 것'들'이 될 수 있는데 이 것은 셀 수 있다, 없다 개념보다 새로운 소식, 뉴스(앵커가 전하는)라는 뜻으로 쓰이기 때문에 헷갈리면 안 된다.
여기서 가장 많이 범할 수 있는 오류는 우리가 콘텐츠 마케터, 콘텐츠 마케팅,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영어로 표기할 때 발생한다. Contents Marketing은 틀린 표현이다. Content Marketing이 옳은 표현이다.
Content : 여러 가지 형태의 디지털 창작물, (추상적인) 내용물
Contents : 목록, (물리적) 내용물
한글 표준 표기법에서는 '콘텐츠'라는 말을 인정하지만 사실상 우리가 이해하는 디지털 콘텐츠, 콘텐츠 마케팅의 '콘텐츠' 개념은 '콘텐트'가 맞다. 한 번은 '콘텐트'라는 말을 열심히 써서 전파시키려 노력해보기도 했었다. (결국 실패했다.)
신기한 점은 한국어로 콘텐츠라고 하면 책이나 CD 등의 물리적인 개념의 콘텐츠(Contents)도 콘텐츠. 여러 형태의 디지털 창작물(Content)도 콘텐츠라 칭하고 두 가지 개념 모두 각각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이나 개인, 심지어 공공기관의 홈페이지 간판에서도 영어명을 잘못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 요즘 기업에서 채용 공고를 낼 때 직무를 영어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 표기된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적으로 채용 공고 단에서 그런 오류를 발견하면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다. 그 반대로 정확하게 표기한 곳은 오히려 별 것 아닌 것에서 신뢰도가 올라간다. (왜냐면 정말 정확하게 표기한 곳이 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채용 담당자가 정확한 표현을 찾아봤거나 영어 능통자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겠지만, 대부분 그냥 우리가 발음하는 그대로 영어로 받아 적고는 공고를 턱- 하니 올려놓기 때문에 가끔 Content라고 표기한 곳을 발견하면 괜히 그 기업에 대해 찾아보곤 한다.
사실 엄청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한국어로 발음은 콘텐츠라고 하고 영어로 쓸 때 정확히 쓰면 문제가 없다. '뜻만 통하면 됐지' 하는 생각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일로 들었던 한 가지 생각은 살면서 어떤 공공연한 사실에 단 한 번이라도 의심을 해본 적이 있냐는 것이다. 별 것 아니지만, 왜 이렇게 말하는지, 왜 이렇게 쓰여있는지 한번 더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서 좀 더 피곤해졌다.) 내가 알고 있는 당연한 것들이 어쩌면 틀린 것 일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