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답게 걷는다

by 알레프


겨울 끝에 남은 찬 바람이
조용히 내 등을 밀어
굳어 있던 마음 하나
살며시 길 위에 세워

창가에 내려앉은 햇살
어제의 걱정을 녹여
스쳐 가는 작은 숨결이
괜찮다고 웃어 줘


오늘은 나답게 걷는다
조금 느려도 그냥 이렇게
아무 말 없이
숨 쉬듯이
발자국만 나를 따른다

봄은 말 없이 다가와
닫혀 있던 길을 열어 준다
작은 걸음 하나 내디디면
오늘이 살짝 달라진다


천천히 고갤 들고 보니
먼저 피어 있는 꽃들
아무 말도 없는 색들이
내 마음을 닮아 가

가만히 바라보다 보니
나도 조금 피어 있어
어제보다 밝은 얼굴로
여기
이 길 위에 서


오늘은 나답게 걷는다
조금 느려도 그냥 이렇게
아무 기준도
비교도 없이
내 리듬에 나를 맡긴다


걷다 보니 꽃이 피고
보다 보니 나도 핀다
따뜻해진 이 바람 속에서
오늘은 나답게 걷는다

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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