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너 없이도 충분히 살아간다

by 알레프


아침빛이 문틈으로
살짝 나를 깨우면
잠결 속에 웅크렸던
마음 하나 들춰 본다

손에 쥐고 있던 것들
남겨 둔 그 자국들
놓지 못해 더 무거웠던
어제의 나를 본다


내려놓는다는 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비워 둔 그 자리에
다시 숨이 드는 일



나는 조금 가벼워져
오늘을 천천히 걷는다
가질 수 없어도
이미 받은 것처럼 산다


욕심이란 이름으로
나를 몰아세우던 밤
조금 더
더 가져야 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날

오늘은 그 손을 풀고
세상보다 내 마음 먼저
살며시 내려놓는다
남은 나를 안아 본다


내려놓는다는 건
포기하는 말이 아니라
비워 둔 그 자리에
조용한 숨 쉬게 하는 일



나는 조금 가벼워져
바람 속을 혼자 선다
가지지 않아도
이미 받은 것처럼 웃는다


욕심이 다시 찾아와도
문 앞까지 와 앉아도
나는 조용히 숨을 쉰다
나직이 나에게 말한다


내려놓는다는 건
지워지는 일이 아니라
비워 둔 그 자리에
나를 다시 들이는 일



나는 이제 두렵지 않다
텅 빈 손을 들어 올리며
조용히
천천히 중얼거린다



(작게 웃으며 말한다)
“나는 이제
너 없이도 충분히 살아간다”
바람 스치는 길 위에서
내 몫의 하루를 감사로 입는다

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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