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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교사 May 05. 2022

[유체이탈 서평]명진이의 수학여행

교육소설이라는 라벨을 붙이고 제목에 수학이 들어가서 종종 수학공부하는 책으로 오해를 받는다. 물론 그런 내용은 아니다. 여기서 수학여행은 요즘은 교육여행, 테마여행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바로 그 수학여행이다. 

아직도 교사들은 수학여행이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4.16을 떠올린다. 하지만 떠올릴 뿐 입에 담지는 않는다. 정치인이나 이런 저런 사회 운동가들이 입만 열면 4.16을 들먹이고 노란 리본을 달고 잊지 않겠다고 떠들어대는 것은 실상 떠올리지 않기 때문이며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학생들 뿐 아니라 인솔 교사도 같이 죽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인이나 사회 운동가들이 수학여행 가는 아이들과 함께 목숨을 잃을 일은 거의 없겠지만 교사에게는 그야말로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은 저자가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승화시킨 세월호 이야기를 담은 중편 <명진이의 수학여행>과 <나미엄마> <풍기문란 기간제 교사>  <노동자가 되기 싫어서 노동자가 되고 싶어서> <애국소년단> <자전거 도둑> 등 다섯개의 다른 단편들을 모은 소설집이다. 소설집이라고 하지만 각각의 작품이 아주 다른 작품들은 아니고 같은 세계관과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어 서로 연계가 된다. 이 소설들은 모두 권오석이라는 50대 교사를 작중 화자로 삼고 있으며 이 50대 교사가 20대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고 있다. 

초고학력에다 30년 가까운 경력을 가진 엘리트 교사가 주인공인 만큼 노련한 교사의 교육 방법이나 지혜가 돋보이는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하지만 여섯편 모두 그 마지막은 애매하다. 이런 교사에게도 교육은 만만한 일이 아니며 때로는 거의 모든 노력이 헛수고처럼 느껴지는 그런 일이다.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거나 하는 거창한 희망이나 요청은 보이지 않는다. 실상 이 책의 주인공 권오석 교사는 세상을 바꾸려는 꿈을 가지고 교사가 되었지만 학생 한 사람도 제대로 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든 노력과 실천이 허무하게 보이지만은 않는 것, 그래서 조롱하고 비난하는 대신 응원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며 포인트다. 원래 그게 세상이며 인생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는 원래 소설가가 아니라 청소년 교양서나 교육비평서를 많이 썼고, 소설은 처음이다. 하지만 청소년 교양서 중에서도 소설 형식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종종 사용한 만큼 초보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서투른 면들이 종종 눈에 보인다. 여섯편의 작품들의 퀄리티도 들쭉날쭉 하다. 하지만 <명진이의 수학여행>과 <자전거 도둑> 이 두 작품은 훌륭하다. 읽고 나면 한 동안 멍을 때릴 정도로 감동과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특히 교직에 종사하는 독자에게 더 그렇고, 경력이 많을수록 더 그렇다. 열 권의 교육학 전공서적보다 이 소설 한권이 교사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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