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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젠 Sep 28. 2022

낙인찍지 않기

그리고 Accessibility 한 스쿱


0. 머리글


예전 20대와 요즘의 20대를 비교한 사진을 본 적이 있나요? 보셨다면 분명 같은 20대인데, 요즘 20대에 비해 예전 20대가 훨씬 더 성숙해 보인다는 걸 한눈에 캐치하셨을 겁니다. (혹시 모르는 분들은 검색하시면 바로 볼 수 있어요! 아무래도 일반인 얼굴이 들어가 있어서 가져오기는 조금 조심스럽네요 ㅎㅎ)


이런 현상은 시니어로 나잇대를 올려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60대는 예전의 60대와는 전혀 다르죠. 예전 60대는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는 차분한 느낌이었다면 현재 60대는 인생은 60부터 라는 문장이나 100세 인생과 같은 노래로 짐작해볼 수 있듯, 굉장히 활기찬 느낌입니다. 흔히 말해 액티브 시니어(네이버 지식백과)라고도 하는데, 비교적 IT 기기와 가까우면서도 구매력이 있는 50~60대+를 가리킵니다. 


용어 자체는 사람에 따라 생소할 수 있겠지만 살짝만 생각해보면 굉장히 익숙한 개념일 거예요. 주위 어른들을 보면 꽤나 능숙하게 은행 어플을 사용해 금융 업무를 처리하고, 카톡과 밴드 등 SNS를 이용해 대화를 하며,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등 일련의 행위가 크게 어색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조금 덜 어색할 뿐, 여전히 IT 기기를 사용함에 있어 불편을 호소하시는 분들은 여전히 많습니다.(왜, 보면 항상 어른들은 글씨가 이렇게 작아서 도대체 뭘 어떻게 보란 말이냐 / 너무 어렵다 / 이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 등.. 많이 들어보셨죠?)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비켜갈 수 없는 '노화'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시니어 세대의 사용성에 관한 이야기를 보편성이라는 주제에 담아 다소 두서없이, 잔잔하고 편안하게 전개해보고자 합니다. 시니어 UX 관련(사실상 Accessibility인) 내용도 한 스쿱 들어가 있겠지만, 주가 되진 않을 거예요. 실무적 관점에서 어떻게 화면을 설계해야 하는지에 관한 아티클은 검색하면 훨씬 더 좋은 글들이 많이 나올 테니까요! 실무적 관점에서는 2018년 글이긴 하지만.. (주)이니션 콘텐츠 서비스 시니어 모드 UX/UI 가이드라인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네요.





..아무튼 각설하겠습니다. 간략하게 실무적 관점에서 시니어 사용자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담론을 펼쳐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1. 실무적 관점에서 시니어 사용자


실무적 관점에서 시니어 사용자들의 경향성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고대비 / 크고 명확한 구분 감이 드는 타이포(산세리프)

크고 여유 간격이 넓은 컴포넌트 선호 → 노안으로 인해 아래 이미지와 같이 보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맨 왼쪽이 default, 중간은 흐리고 뿌옇게 보이는 경우, 맨 오른쪽은 질병과 노화 등으로 인해 시야가 좁아진 경우)

근데 솔직히 네이버 뉴스 화면이 그냥 보기에도 막 그렇게 잘 대비가 이뤄진 것 같지는 않... 그레이 스케일로 보면 더더욱.. (쭈굴)

간략하지만 정확한 설명, 적은 depth로 복잡하지 않은 것 선호

상당히 명확한 예측 가능성 선호 → 내가 한 행동 다음에 일어날 일이 두렵지 않도록

행동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 → 젊은 층에 비해 더 잦은 실수(오타, 오 클릭, 미입력, 잘못된 경로 등) 발생 확률 →더 강한 제약의 필요성

가능한 명확한 해결책이 제시된 에러 메시지

화면에 있는 글자를 모두 다 읽으려는 경향 → 한꺼번에 많은 정보 제시하지 않고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기


대략적으로만 봐도 다양한 생각이 들겠지만.. 우선적으로 글자를 키울 수 있는 옵션(또는 디폴트로 글자가 크거나)처럼 타이포 크기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옵션(또는 디폴트 값)이 있다면 화면 구조-특히 랜딩페이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글자가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화면상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고,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정보도 크게 제한됨을 의미합니다. 우리 앱에서 큰 글씨 모드를 사용할 사람들은 주로 어떤 걸 기대하고 우리 앱을 사용할 지, 그래서 어떤 기능을 어떻게 배치해야할지 부터 작은 글씨라면 다 담겼을 내용들을 어떻게 축약하여 전달할 지도요. 시니어는 화면 안의 모든 글자를 읽으려는 경향이 있기에, "한 화면엔 하나만!"을 특히나 아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측 가능한 그림(너무 미니멀하지 않은 아이콘)을 텍스트와 함께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최근 보았던 앱 중에 실비아라는 치매 예방 관련 앱이 있었는데, 온보딩 과정 중 타이포 이야기를 하는 게 인상 깊어 한 번 가져와 봤습니다. 보통은 랜딩 이후에 글씨 모드를 택할 수 있는데, 이 앱은 특성상 온보딩 이후 이어지는 과정에 텍스트가 굉장히 많기에(K-MMSE 등의 검사가 필요합니다.) 그 화면에 도달하기 전에 먼저 사용자가 보기에 편안한 글씨 크기를 선택하게 하는 것 같았어요. 이 선택의 과정에서 막연히 "작은 글씨" "큰 글씨" 하지 않고, 미리 해당 글자 크기들을 볼 수 있게 하여 예측 가능성을 높인 점을 높게 삽니다. 미리 어떤 형태로 화면을 보게 될지 안내해줌으로써 추후 유저의 수고로움을 줄여줄 수 있어요. 이러한 형태의 "미리 보기"는 다양한 형태로 사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예를 들면 사운드를 시각화해서 설명한다던지..



"실비아" 온보딩 화면 캡처


색 대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색 대비가 충분히 나오지 않으면 가독성과 시인성이 크게 떨어지게 됩니다. 22년 기준 총인구 중 163만 명 정도가 색각 이상자(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라고 해요. 그 누구도 편안하게 읽을 수 없는 서비스를 만들지 않기 위해(ㅎ_ㅎ) 피그마의 "Able"이라는 플러그인을 이용해볼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처럼 생겼는데, 두 가지 색을 잡아서 플러그인을 실행시키면 색 대비를 손쉽게 알 수 있어요. 색을 fix 하기 전에 확인해 보면 좋겠습니다.

Able 플러그인을 사용해 체크: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저 대비를 사용하는 일은 드물.. 겠죠..?
잘 보이니 속이 시원하네요

보이스 톤 조절도 필요할 거예요. 조금 더 알기 쉽고 편안하게, 조금 더 상투적인 표현으로. 그렇다고 너무 극단적 풀어쓰기는 또 지양해야겠죠!


이렇듯 다양한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을 텐데요, 쭉 읽다 보면 한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을 것 같아요. 잘 보면, 고대비와 극단적으로 큰 컴포넌트 또는 타이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이 내용들은 2030으로 타깃이 내려와도 모두 마찬가지로 고려해야 할 내용들입니다. 사용성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내용인 거죠.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할 때 생각하는 것들을 좀 더 "강화"한다고 보면 결이 맞아 들어갑니다. 결국은 시니어 UX라는 것도 Accessibility에 닿아있다는 의미일 수 있겠네요.





2. 낙인찍지 않기


2장(이라 하기엔 다소 거창하지만..)의 문을 열며,, 이쯤 되면 유니버설 디자인 7원칙을 한 번 짚고 넘어갈 때가 됐죠..? ㅎ0ㅎ.. 

너무 이론적인가 싶기는 하지만 사실 이 내용은 어떤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숙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요.


제시하는 모든 말이 와닿기는 하지만 저는 5번, 실수에 대한 관대함이 가장 크게 눈에 띄네요. 쿠팡 플레이 드라마 "유니콘" 아시나요? 그 드라마에는 할아버지 직원의 "우리는 뭔가 잘못해서 늙은 게 아니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필연적인 노화가 서비스 사용에 있어 나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 수 있도록 숙고하여 서비스를 디자인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시니어 이미지(https://unsplash.com/photos/cAbdf_gNxH0)


'시니어의, 시니어에 의한, 시니어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것은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타깃인 시니어에게도 외면받을 확률이 적잖습니다. 시니어가 타깃이라고 해서 무조건 표면적으로 휘황찬란하고 커다랗게, 조금은 촌스럽게 만드는 것이 능사는 아니란 뜻입니다. 오히려 시니어라 낙인찍혀 불편을 불편으로 인지하기 보다는, 보편성의 범주에서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 때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다시 말 해 '다름'으로 낙인찍지 않고 순수하게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선행된다면 그 서비스는 유저들에게 좀 더 편안하게 와닿을 거예요.  


종종 쓰는 Be My Eyes라는, 시각장애인을 돕는 서비스가 있어요. 시각장애인들이 '시각'의 불편함으로 일상에 불편을 겪을 때, 앱 내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어플인데요, 이것도 보면 시혜적인 태도로 자원봉사자들이 그들을 '돕는'다기보다는 시각장애인들이 불편함을 느낄 때 불편을 해소해줄 수 있는 정도의 용도로만 자원봉사자들이 작용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참 편안한 서비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주 쓰고 싶은데, 어플 알림이 울려서 들어가면 이미 다른 자원봉사자가 받음.. ㅎㅎ.. 경쟁률이 치열합니다 ㅠㅠ.. 저도 딱 한 번 도움드려봤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최대한 도움을 잘 줄 수 있도록 배우기도 하고요





사족

사실 이 주제는 제가 얼마 전에, 안경 쓰고 라면을 먹다가 문득 떠올린 경험에서 시작됐습니다. 아래 사진이 보이시나요..? 

안경러들은 제 심정 잘 아시겠지만.. 겨울철에 밖에 있다가 갑자기 버스에 탔을 때 안경에 찬 습기, 사람들과 뜨거운 음식을 먹다가 안경에 습기가 한가득 찼을 때... 뭔가 모르게 수치스럽고, 얼굴 가리고 싶고, 안경 벗고 싶고.. 그렇습니다.(ㅠㅠ 전 그래요) 사실 제가 거기서 잘못한 건 단 하나도 없어요. 그냥 눈이 안 좋기 때문에 안경을 썼을 뿐인데, 안경은 마침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나는 부끄럽고.. 옷깃 정도 스치는 연관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accessibility와 한 번 엮어 보았습니다.





시니어는 온라인 접속 시 훨씬 더 독립적인 느낌으로 생활하며, 자기 효능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주변엔 온라인 서비스를 사용하며 '조그만 성공'만 거둬도 굉장히 뿌듯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나의 티끌만 한 노력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0.0000000001%라도 이바지할 수 있다면 accessibility에 대한 수고로움, 

출처: 쿠팡 플레이 드라마 유니콘 유튜브 https://youtu.be/mGOYEuB3t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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