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우레오 배 Nov 28. 2022

이과생을 위한 영어 꿀팁

《영어책》 아우레오 배



해질녘 하늘과 막 켜진 가로등. 모든 것이 모호한 순간. Magic hour. 언어도 이렇게 모호하고 그래서 아름답다.






한국 공교육은 바보를 생산하는 교육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일단 사람을 "문과"냐 "이과"냐로 나누어 규정을 지어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그에 나아가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게 "닥치고 암기" 하여 권력과 권위에 무조건 순응하도록 훈련시키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문과를 택했지만, 호주에 가서 깨달았습니다. 전 대학교에서 과학을 공부했어도 꽤 행복한 사람으로 살았을 것이란 사실을요. 한국 수학은 지나치게 어려웠고, 결정적으로 초등학교 교사가 저에게 수학 점수를 두고 반 모든 학생 앞에서 망신을 주는 짓을 하지 않았다면 전 수학을 꽤 잘했을 것이니까요. (칭찬은 어른도 어른아이도 더 잘하고 싶게 합니다.)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수년이 걸렸습니다. 결국 고등학교에서 수학 만점을 받았지만, 그 초등학교 교사의 독선에 대한 씁쓸함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우리 반에는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여자아이가 있었다고요.)



한국 교육 체계에 순응할 수밖에 없도록 자란 뒤 우리는 "이과인간" 또는 "문과인간"이 됩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낙오자로 낙인찍어버렸고, 그 공부의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질문은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지요. 세상을 온전히 바라볼 수 없는 편협한 인간으로 자라나지요. 



어찌 됐든, 저는 당신이 영어라는 언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보람으로 여기며 사는 사람입니다. OREX에는 "문과인간"도 있지만, 절반의 비율로 "이과인간"도 있습니다. 의학계 전문인들이 저를 찾아주시는 게 신기하고도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런 이과생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어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과생이 영어를 배울 때 특징



              규칙/법칙을 찾으려고 애쓴다.            


              수학의 정답처럼, 정확한 답변을 구하려고 애쓴다.            


              문장의 의미와 의도를 "음~ 그렇구나" 하고 음미하고 이해하지 않고, 그 문장을 분해하고 분석한다.            





1. 규칙/법칙을 찾으려고 애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영어에 '규칙/법칙'은 몇 가지 없고 항상 예외가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영어를 문법을 한자어로 공부했지만, 막상 외국인과 말을 해보면 멘붕이 옵니다. 바로 앞에 사람이 있는데, 그 문법을 계산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학교에서 수학을 아주 잘하셔서 블랙잭 카드 카운팅도 하실 수 있으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버지께서 사회 초년에 급여를 모아 사신 자랑스러운 첫 차는 도박으로 금세 날아갔어요.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문법을 암기해 즉시 말하는 데 응용할 정도로 인간의 머리가 슈퍼컴퓨터급일 리가 물리적으로 불가합니다. 



영어에서 기억하실 규칙은 단 하나입니다. 그것은, 한 문장에 주어는 하나, 동사는 하나, 목적어는 하나, 그리고 시제는 하나라는 점입니다. 이는 《영어책》 서문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규칙이 그러하듯 예외가 있습니다. 전 수업에서 그 예외에 해당하는 표현을 모두 알려드립니다. (예외가 정해져 있어 다행인 부분)




2. 수학의 정답처럼, 정확한 답변을 구하려고 애쓴다.


언어는 빛 같은 것입니다. 빛에는 색이 무척 다양합니다. 색이라는 것은 빛의 수만 가지의 스펙트럼 중 하나인데, 어찌나 오묘한지 하나의 색깔에도 너무나 너무나 다양한 빛깔이 존재합니다. 언어도 그렇습니다. 언어는 오묘해요. 정답이란 것이 없습니다. 영어를 두고 "그건 틀린 답변이야"라고 하는 영어선생님이 계시다면, 당신이 틀렸다고 말해주세요. 언어에 '틀린' 말이란 없습니다. 언어는 소통을 위한 도구들 중 하나이고(언어보다 비언어적 요소로 더 많은 소통을 한다고 하죠?), 말하기 기술의 전부는 나의 의도를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는 것이라고 공자가 말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화장실에 가야 하는 급한 상황에 외국인에게 '화장실이 어디냐'를 물어볼 때, toilet이라고 말하든 lavatory라고 말하든 lady's/men's room이라고 말하든 powder room이라고 말하든 I need to go to see a man about a dog이라고 말하든 I need to pee라고 말하든 I have to take a leak이라고 말하든 상대방이 알아만 들으면 일단 언어의 기능은 다하는 것입니다. (네, 저게 다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표현들입니다.) 굳이 언어로 하지 않고 몸짓과 표정과 눈빛으로 소통할 수도 있겠지요. 



언어에 틀린 말은 없습니다. 어색하느냐 자연스럽냐만 있습니다. 외국인이 한국어로 우리에게 무어라 말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외국인이 영어식 표현을 무늬만 한국어로 우리에게 말한다고 해보아요. "너는 초록색 손가락을 갖고 있네(You have green fingers)"라고 외국인이 말합니다. 그럼 우리는 갸우뚱하겠죠. 외국인은 우리에게 '넌 식물을 잘 키우는구나'라고 의도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 표현을 한국어로는 "넌 식물을 잘 키운다"라고 하지요. 



그런데 "너 식물 키워?"를 우리가 영어로 그대로 옮긴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Do you grow plants?"라고 하겠죠. 그렇지만 영어로는 '집에서 식물을 키우다'를 grow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have라는 단어로 말합니다. 영어식 표현은 Do you have plants?이에요. 그렇지만, 그들에게 우리가 외국인이니 '그러려니'하고 알아듣습니다. 우리가 그들이 쓰는 표현과 다르게 말했다고 그게 '틀린' 말일까요?



OREX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저의 교수법을 확고히 했습니다. 저는 기본기를 확실하게 알려드릴 겁니다. 왜냐하면 언어는 운동과 음악과 매우 닮은 것이어서, 기본기를 완벽히 마스터하면 자유자재로 변형하고 갖고 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어의 마술사는 기본기를 정확히 체득했기 때문에 남들이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표현으로 말해도 모두가 알아듣습니다. 다르게 말하기 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알아듣기까지 하지요. ('다르게 말하기'는 '낯설게 하기'라는 문학 기법으로, 문학 이외에도 모든 예술 분야에서 사용됩니다.)




3. 문장의 의미와 의도를 "음~ 그렇구나" 하고 음미하고 이해하지 않고, 그 문장을 분해하고 분석한다.


우리 학원의 의사선생님들이 대부분 이러십니다. 물론 모든 의사선생님들께서 분석하지는 않으십니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양성성을 타고 태어나듯, 아무리 이과생이라도 그중에 문학소년도 있고 언어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어를 분석하려는 태도는 언어를 배움에 있어 그리 도움이 되는 태도가 아닙니다. 언어에 있어, 분석은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언어엔 정답이 없기 때문이지요. 각 상황에 최선의 말이 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 같은 의미의 표현이라도 그 표현이 전하는 느낌이 다릅니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분석하려는 태도는 언어를 배우실 때만큼은 내려놓으셔야 합니다. 그저 마음으로 느껴보세요. 이미 이 글을 읽으시고 제 수업을 들으실 정도면 당신도 언어를 훌륭하게 구사하시는 분이십니다.





제가 바리스타를 할 때는 이런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카페 사장들은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사람보다, 아무것도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을 고용하길 선호한다고요. 그것은 나쁜 버릇을 가진 사람을 고치는 것보다, 아무 버릇도 없는 하얀 도화지에 처음 색깔을 올리는 게 더 쉽기 때문입니다. 언어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치만, 그보다 힘든 것은 한국 교육체계에서 20년을 적응한 사람의 사고 방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저는 저를 믿고 오시는 분들을 편견없이 포용하고자 나름 애씁니다. 오늘도 골머리를 앓으며 이과생의 영어를 첨삭해주면서 현타가 오기도 하지만, 아무리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한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는 진리를 인지합니다. 오히려 이 도전적인 부분이 있기에 더 큰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게 골머리를 주는 이 멤버는 저의 수제자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힘들게 수업하는 의사선생님께서는 애초에 한 달만 해보겠다던 수업을 세 달로 연장하셨고, 주변 의사선생님들을 두 분이나 소개시켜 OREX 멤버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It proves that my genuine efforts, love and care pay off. 




아우레오 배


외국어 베스트셀러 《영어책》저자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0114942





작가의 이전글 외국인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 2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