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급 육아> 일기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길가다 종종 마주쳤던"도를 아십니까?" 사람들이 나에게 지금 다시 묻는다면 "네"라고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난 몇 달은 말 그대로 도를 닦았던, 인내를 연마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바야흐로 작년 크리스마스 연휴, 2주간의 방학이 끝나고 학교를 찔끔 나가다가
설 연휴 또 2주간의 방학을 보내고, 드디어 이제 정상 등교가 가능하구나 싶었을 때 코로나 5차 확산이 시작되었다. 몇 주 지나면 갈 수 있겠지 하던 것이... 3-4월에 여름방학을 대체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고 부활절 연휴가 끝난 4월 말 경에나 정상 등교가 시작되었다.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다. "할많하않..."
그나마 작년 여름 방학에는 바깥을 자유롭게 나갈 수라도 있었지 이번 팬데믹에는 숨죽여 집에서만 있어야 했기에 더 힘들었다. 가끔 하는 외출은 락다운 루머에 대한 걱정으로 통조림 캔을 사다 나르느라 바빴고, 마스크를 두 겹씩 쓰고 신선 야채를 찾아 헤매던 웃지 못할 일들로 채워졌다.
아침을 먹이고 나면 아이패드 앞에 아이를 앉혀 (억지로) 수업에 참여시키고, 때론 라이브로 엄마와 요리도 만들어야 했던 공포의 줌 수업이 끝나면 점심을 챙겨 먹이고, "엄마 심심해~"를 BGM 삼아 설거지를 하고 아이 숙제를 봐주고, 무한반복 역할놀이에 영혼 없이 착석해 있다 보면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는 일상.
(밖에 나가지 않으니 잠도 일찍 안 자...ㅜㅜ)
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도를 닦는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정상 등교가 시작되었다.
처음 정부의 발표보다 일주일 정도 등교 날짜가 미뤄졌을 때 정말 XX라는 비속어가 입에서 튀어나올 뻔했다. 등교 첫날 아이들 들여보내고 기쁨에 취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던 같은 반 학부모들을 보니 우리 모두 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아.... 도를 닦는 시간...^^
부모가 온전히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요즘 시대의 육아는, 부모에게 상상 못 할(?) 인내심의 성장을 안겨 준다. 하물며 몇 달을 아이와만 붙어 지내야 하는 코시국의 나날들은 어떠했으랴.
아이가 잠들면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 혼이 나간채로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잊고 살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는 이 글에서, 진심으로 이 험난한 시국을 헤쳐 나가는 우리 부모들에게 모두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비록 내 기준에서 나의 육아가 C급이었을지언정, 나의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우리의 그 나날들에 100점이라는 점수를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