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좋아서요
나의 오랜 친구들은 가끔 내가 보내는 요리 인증샷에 아연실색한다.
"ㅋㅋ진짜 너무 어색하다. 이거 네가 한 거 맞냐?"
"나 지금 소름 돋았어."
고등학교 2학년, 순수하고 풋풋했던 우리는 30대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다.
"서른 살의 나는, 서울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와인을 마시며 고.급.스.럽.게.살고 있을 거야. 물론 성공한 커.리.어.우.먼.이겠지" (참고로 지방 소도시 출신, 서울에 대한 로망이 있었음)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손발이 오글오글 없어질 것 같은 내용인데 당시엔 진심이었다.
남편 잘 만나서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사는 평범한 삶이 가장 행복한 거라던 친구의 말에 콧방귀를 뀌며 도도한 커리어 우먼의 삶을 꿈꾸던 난데...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랬던 내가 서른 살을 20일 여일 남겨 둔 어느 겨울날, 친구들 중 1등으로 결혼식장에 들어갔다. 서울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고급스럽게 와인을 마셔본 경험 대신 결혼식 전날까지 울면서 학교 도서관에서 논문을 쓰던 슬픈 기억과 함께..
"???????"
그리고 3개월 후, 아이가 생겨 대학원 졸업장을 받자마자 나는 임산부 신분이 되었다.
그리고 이후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 아이를 낳고 키우고 지지고 볶고 볶고 볶고...
그렇게 나는 전업 주부의 길로 들어섰다. 내가 전업주부로 살 것이라곤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전업 주부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