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향과의 상록 소교목 나무의 열매라고 하면 무엇을 말하는지 생소합니다. 하지만 단맛과 쓴맛이 공존하고, 뭐니 해도 신맛의 대명사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과일이기도 합니다. 입에 침이 고이면서요.
일단 매우 시기 때문에 날것 그대로 먹긴 힘듭니다. 그래서 통으로 먹는 대회가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독특한 신맛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까나리와 함께 복불복의 아이콘으로 꼽힙니다
느낌이 오셨습니까? 칵테일이나 홍차에 잘 어울리는 상큼한 과일, 레몬입니다.
레몬은 PH가 2~ 3 정도로 낮아서 금속판을 꽂으면 건전지처럼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강한 산성을 띠고 있는 레몬은 고기류와 생선류의 염기성인 비린내를 제거하고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빠져서는 안될 과일입니다.
여름이면 레몬을 대량으로 구입해서 베이킹 소다에 깨끗이 씻어 말리고 슬라이드로 잘라서 냉동실에 얼려둡니다. 꽝꽝 언 레몬 조각을 떼어 내면서 더위를 한번 식히고, 탄산수에 넣어 마시면 시원함이 배가 됩니다.
또 물의 양을 적게 한 꼬들꼬들 밥에 넣으면 그 향과 맛이 끝내준다고 하는데, 사실 어느 요리든 레몬 한 조각이면 없던 입맛이 살아나기도 합니다.
90%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레몬은 100g당 30kcal라 다이어트에 좋습니다. 비타민, 무기질, 인,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고 특히 항산화 성분인 리미노이드가 풍부해서 활성 산소 및 노화의 억제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혈액 순환 개선 및 면역력도 좋아지고 해독 제품으로 많이 애용합니다. 비타민 C가 풍부하며 피로 회복 및 피부에 좋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레몬은 굉장히 이국적인 식재료라고 여겼는데 어느 순간 일상 곳곳에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았습니다. 소주나 칵테일 같은 주류뿐만 아니라 회나 고기 같은 음식에도 빠지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단골로 등장할 만큼 레몬은 흔한 재료가 되었습니다.
레몬하면 신맛, 맛있어 보이는 겉모양과는 달리 신맛이 압도적이라 그런지 레몬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서양에서는 레몬을 쓸모없거나 흠이 있는 사람, 물건을 가리키는 속어로 쓰입니다.
'나쁜 것을 좋은 것으로 속여 넘긴다'라는 뜻으로 호구나 바보 같은 의미로도 사용합니다. 뒷생각은 안하고 일단 즙을 최대한 쥐어짜고 버리거나 호구처럼 속의 즙을 쪽쪽 빨아먹고 버리기 때문이라고 하죠.
중고차 시장에서 이쁘게 보이는 레몬색 차량이 잔고장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많았습니다. 이를 빗대어 '레몬 시장'이라는 말이 생겨나 지금도 경제학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은 여성을 만나면 '레몬'이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물건이나 사람, 결합이 있는 쓸모없는 불량품, 별로이거나 재미없거나 불쾌하다는 뉘앙스가 담긴 레몬, 온갖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레몬이 멋진 속담으로 탈바꿈합니다.
"인생이 너에게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로 만들어라. (When life gives you remons, make remonade)"
신선한 레몬을 먹는 것이 오히려 벌칙이 되고 신맛에 입이 얼얼하고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을 받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고난을 맞닥뜨렸을 때와 비슷합니다. 레몬이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라면 신맛의 레몬을 잘 손질해서 달달한 레모네이드를 만든다면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기회일 테죠.
전 세계에서 축구를 가장 잘 차는 선수들이 모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작년에 득점 왕을 차지한 선수가 우리나라 손흥민 선수입니다. 시즌 초반이지만 올해는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렸습니다. 급기야 벤치 신세로 밀려난 그는 8경기 만에 교체 선수로 출전합니다. 하지만 그라운드를 밟은 지 불과 13분 만에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그동안의 부진을 털어냈습니다.
경기 후 손흥민 선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재치 있는 말로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인생이 당신에게 레몬을 주면 해트트릭을 하면 된다."
레몬을 레모네이드보다 더 통쾌한 해트트릭으로 만든 거죠.
레몬의 신맛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합니다. 어느 음식이든 레몬 한 조각이 들어가면 맛과 향이 풍부해집니다.
세상이 주는 신맛의 레몬을 받을 때마다 달달한 레모네이드가 눈앞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군침이 돌지 않습니까? 시련이라고만 여겼던 레몬 한 조각이 오히려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지가 될 수 있습니다.
전쟁, 경제 침제, 대형 참사, 삶의 위기 등등. 세상이 레몬을 곳곳에 마구마구 던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레몬의 신맛에 인상만 찌푸리지 말고 단맛의 레모네이드로 만드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인생이 레몬을 던질 때마다 레모네이드로 만들 준비, 잘하고 계십니까?
지금 어떤 레몬에 시리고 있습니까? 이제 그만 찌푸린 인상을 펴고 신 레몬을 상큼한 레모네이드로 바꾸어볼까요?
그림출처 :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