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9일 일본 나고야에서 192개국과 국제기구 등이 참석한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는 그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사전 통보와 승인을 받아야 하며 유전자원의 이용으로 발생한 이익은 상호 합의된 계약조건에 따라 공유해야 한다."라는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되었다. 우리나라도 생물 유전자원을 발굴하고 자원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나고야 의정서에 대비하기 시작하였다. 나고야 의정서를 계기로 각 나라 간의 생물자원 경쟁이 막이 올랐다.
산림자원연구소 안내도
나는 집 근처에 있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숲길을 자주 산책한다. 그곳과 비슷한 곳이 전남 나주에도 있다. 산림자원연구소다. 이곳은 1922년 광주에서 임업 묘포장으로 출발하여 1975년 현재 자리에 이전되었다. 이곳의 역할은 나고야 의정서에 발맞추어 난대 수종 등 우수한 우리나라의 토종 생물자원 산업화 연구를 하는 기관이다.
연구소의 문 앞에 들어섰다. 입구의 사계절 모습이 담긴 사진이 발길을 재촉한다. 안내도를 보니 두 시간은 족히 숲속에서 충분히 쉴 수 있는 곳이다. 나주산림자원연구소의 정원은 이 지역의 주민에게는 잘 알려진 공원이다. 치유의 숲을 걸으며 정신적 육체적 치유를 시도해 본다.
입구에서 몇 발짝 걷지 않았는데 드높은 메타세쿼이아가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유럽의 한적한 시골에 온 것 같은 느낌의 산책로다. 다른 곳의 메타세쿼이아 길도 시원하고 아름답지만, 이곳은 수목 연구소의 관리로 다른 곳의 나무보다 건강해 보인다. 쭉쭉 뻗은 나무와 보행할 수 있는 길이도 270m나 된다. 인근의 담양 메타세쿼이아는 나뭇가지와 잎이 풍성한 것이 특징인데, 햇볕이 좋은지 이곳의 나무는 다른 곳의 나무보다 곧고 길게 뻗어 있다. 이 나무들은 1977년에 광주 목포 간 도로에 심겨 있던 것을 옮겨와 심었다고 한다.
메타세쿼이아는 1940년 중국 양쯔강 유역에서 발견되기 전까지는 지구상에 살아있는 나무가 없는 화석식물로 기록되었다. 마오쩌둥은 이 나무의 곧음과 당당함의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고취시기 위해 중국 전역에 심었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부터 심어졌다고 하니 국내 최고령일 수도 있는 일이다.
길의 중간중간에는 다른 테마의 정원으로 이어지는 길들이 여러 곳 있다. 처음 안내도를 봤을 때의 예상과 달리 모든 곳을 둘러보려면 여섯 시간은 걸릴 것 같다. 느리게 걸어도 보고, 뒤로 돌아 거꾸로 걸어도 보고, 맨발로 걸어도 본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입구(좌) 길을 건강하게 이용하는 방법(우)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여섯 종류의 도토리나무를 구분하는 안내판이 보인다.
"선조 임금의 수라상에 올라서 상수리나무, 줄기가 굵게 갈라져서 굴참나무, 잎으로 떡을 싸는데 쓰여서 떡갈나무, 집신 신발창으로 쓰여서 신갈나무, 단풍 물든 나뭇잎을 늦가을까지 떨구지 않아서 갈참나무, 다른 나무들보다 잎과 열매가 작아서 졸병을 뜻하는 졸참나무."
도토리만 봐도 상쾌한 기분인데 이토록 정겨운 이야기가 이름에 숨어 있는 줄 몰랐다.
아름다운 길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로 끝나지 않았다. 메타세쿼이아는 길은 높고 무성한 나무로 인해 울창한 숲속의 길을 걷는 기분이고, 향나무 가로수 길은 키 작은 나무 위에 열린 하늘로 시원한 초원의 길이다.
향나무 가로수 길
향이 나서 향나무라고 하는데 심어져 있는 상태에서는 향이 풍부하지는 않다. 껍질이 벗겨진 목재 상태이거나 나무를 태울 때 진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잎에 손을 대면 이끼를 만지는 것 같은 상쾌하고 부드러운 촉감이 전해온다.
길의 주변에는 금빛의 황금측백나무와 다양한 종류의 향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반 밖에 구경을 못했는데 나무에 흠뻑 취해버렸다. 곧 날이 저물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