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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통빈 Dec 07. 2022

나를 MZ세대라 칭하는 당신들에게

언제 죽어도 안 이상한 나라다. 우울로 자살로 편견이나 오지랖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안전 사고로. MZ세대는 도대체 왜 저래 할 만 하다. 10대에 세월호 참사 20대에 이태원 참사를 겪은 우리는 분명히 너희와 다를 것이다. 힘들다 싶으면 도망친다. 갖가지 죽을 위기를 겨우 우연으로 피해왔는데 과로로 죽기엔 아깝다. 도망 가면 적어도 나는 생존할 수 있다. 어른들이 인내심 가지라고 해서 버텨봤더니 공황과 불안장애가 왔다. 훈계, 평가 좀 그만 해라. 나의 상황에선 나의 선택이 최선이었다. 어리다고 뭘 모른다고 하기엔 너네랑 상황 사회 자체가 다르다. 편협한 시각 좀 숨겨라.

너네가 젊은 여자한테 얼마나 많은 지적질을 쉬이 하는지 너네는 알고 있나? 머리를 자르면 어떻게 시집가냐부터 시작한다. 길면 머릿결 관리 좀 하라 예쁘게 하고 다녀라 한다. 너네 말을 애들이 고대로 배웠다. 나는 강사로 나갈 때마다 남자애들의 “선생님 네일 해야겠다”하는 지적을 듣는다. 웃기다. 걔들은 평생 네일도 안 할텐데 해본 적도 없을 텐데 나한테 네일 좀 하라고 말한다.

일을 잘하면 왜 친절하지 않냐고 하고, 일을 못하면 여자라 역시,한다. 미혼 여자는 앞으로 결혼할 가능성이 있어서 잘 취업도 안 시킨다.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 지금 어려서 그렇다? 나중일은 모르는 거다? 주변 일베 2030, n번방, 여자를 죽이는 범죄와 말도 안되는 판결을 숱하게 봐왔던 나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남자와의 결혼에 인생을 걸기 보다는 혼자 잔잔히 살기로 했다. 그래. 너네 말대로 너네처럼 나이 들면 결혼을 바랄지도 모른다. 너네 말대로 어딘가엔 유니콘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유니콘이 있다 해도 내 인생으로 들이고 싶지 않다. 친구들과 같은 동네에 살며 파 한 단 사면 나눠 가지고 추석에 같이 밥을 사먹고 서로의 사진, 글, 그림들을 공유하고 수다떠는 송년회를 하며 살고 싶다. 그들을 내 가족으로 삼고 싶다. 피 섞였다고 다 가족은 아니지 않냐. 어쩜 너넨 한번에 내 말에 긍정하는 법이 없다. 내가 중년 남자여도 그렇게 말할 건가? 어떻게 젊은 여자랑 중년 남자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냐고 질문할 거라면, 왜 같은 선상에 두면 안되냐고 묻고 싶다. 니가 남자선호사상과 여성배제를 동시에 휘두르는 사람임을 인정하기 싫다면 평생 풀리지 않을 자기모순을 안고 살아가면 된다. 나한테 말 걸지 말고.

함부로 말하지 좀 마라. 나이듦은 권력이나 지혜의 신장이 아니라 너의 세포와 장기들의 노화다. 너의 텔로미어 길이가 얼마나 짧아졌는가를 가늠하는 척도일 뿐이다. 텔로미어도 사람마다 다르다. 나이도 사람마다 다른 거다. 맞다-틀리다 프레임으로 나를 바라보지 마라. 어떤 인생도 맞지 않다. 다를 뿐이다. 젊으면 젊은대로 늙으면 늙은대로 살기 힘든 사회는 누가 살기 좋은 곳인가. 거대한 시스템 아래 나는 무력한 개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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