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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 Kim Apr 10. 2021

몽글몽글 금요일


주말이 시작되었다고 모두가 들뜬 금요일 오후

퇴근 후 들어온 텅 빈 집안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꼭 불금이라고 꼭 약속이 있어야 하나라고 중얼거리며

냉장고를 열어보니 언제 사둔 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샴페인병 하나가 냉장고 구석에 있어 길고 예쁜 샴페인 잔에 담아 소파에 앉아 한잔 홀짝.


샴페인 잔에 올라오는 거품을 따라

술에 취한 건지 추억들이 몽글몽글 올라온다.


거울 옆에 놓아둔 말린 꽃 부케가 다시 되살아 나고

시간과 함께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우리들의 이야기들이 눈앞에 스르륵 펼쳐지기도 한다.


기억은 생명체처럼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가

다시 깨어나기도 하는 것일까.


이젠 이곳엔 없지만 기억의 저 넘어 그 시간 그곳엔

아직도 우리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그때의 그날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여도

시간은 모든 걸 지워가며 빠르게 지나간다 하여도

그곳에선 그때의 우리 모습 그대로 행복해 보였다.


샴페인 잔을 다 비우고 다시 한번 그 추억들을

되살려 보려 다시 잔을 채우고 마셔 보아도

녹아버린 눈처럼 다시 돌아오진 않았다.


덩그러니 남은 빈 잔을 바라보며

왠지 아쉽고 허무해 혼자 피식.


그런데 누가 샴페인병을 사놓았던 걸까?

거울 옆에 말려두었던 꽃 부케가 오늘따라

선명해 보이는 건 샴페인에 취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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