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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udel Sep 12. 2020

꽃 알레르기가 있던 스타... 동백꽃 속에 묻히다

라 트라비아타 ㅡ 베르디

해외 클래식 전문 채널인 스팅레이 클레시카가 7월 30일부터 국내 채널로 방송을 시작했어요. 저희는 KT를 쓰고 있어서 139번 채널로 보고 있어요. 주로 라디오를 듣는데 이렇게 보이는 공연은 현장감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좋네요. 공연이 취소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있답니다. 스팅레이 클래시카에서 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 오페라 나이트를 주제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페라를 올려줘요. 이번 주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였답니다.

2018년 매트 오페라 DVD 버전이고요. 야닉 네제-세갱의 지휘로 비올레타 역에 디아나 담라우. 알프레도 역에 후안 디아고 플로레즈, 제르몽 역에 퀸 켈시, 도비니 후작 역에 차정철 님이 노래했습니다.  

주인공보다 차정철 님에게 더 눈이 가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비중이 큰 역할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인 매트 오페라에서 합창단이 아닌 베이스 바리톤 차정철로 자리매김을 하셨네요. 디아나 담라우는 12세에 프랑코 제피렐리의 영화 라 트라비아타를 보고 오페라에 입문했다고 알려져 있죠. 그래서인지 그녀의 비올레타는 다른 누구보다 섬세한 연기가 돋보입니다.


라 트라비아타는 실존인물의 이야기인데요. 18세기 프랑스. 알퐁신 플래시라는 소녀가 있습니다. 그녀가 4살 때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그녀를 양장점에 팔았죠. 오래지 않아 그녀는 눈부신 미인으로 성장하고 부유한 상인의 눈에 들면서 본격적인 코티잔 생활을 하게 됩니다. 

알퐁신은 마리 뒤플레스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코티잔 생활을 했습니다.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와 독서로 교양 있는 코티잔이었던 그녀를 유명하게 한 것은 동백꽃이었는데요. 꽃 향기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아무 향 없는 동백꽃만 받았다는군요. 그래서 만나는 남자마다 산더미 같은 동백꽃을 그녀에게 바쳤데요^^

 

1848년 <몽테크리스토 백작>, <삼총사>를 쓴 알렉상드르 뒤마의 아들인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가 ‘동백꽃 여인’이라는 소설을 발표하는데요. 잠깐 사귄 적이 있는 마리 뒤플레시스와 뒤마 피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않았지만 1852년 희곡으로 개작하여 연극무대에 올림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 무렵 베르디가 파리에 머물면서 이 연극을 보게 되죠. 그리고 드디어 그의 인생 역작 ‘라 트라비아타’가 탄생하게 됩니다.  



 코티잔인 비올레타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 알프레도. 알프레도의 진정한 사랑을 느낀 비올레타는 코티잔 생활을 그만두고 알프레도와 시골에서 생활하죠. 그렇지만 철없는 알프레도는 생활비 같은 걱정은 모두 비올레타에게 맞긴 채 꿈에 젖어 살고 있답니다. 쌓여가는 청구서를 보니 한숨만 나오는데 알프레도의 아버지가 등장해 아들과의 관계를 끝내라고 종용합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엔 남자의 엄마가 돈봉투와 물컵을 들고 있는데 말이죠. 처음에는 돈 때문이냐고 묻더니 그녀의 재산도 알프레도에게 줄 것이라고 하자  비올레타와의 관계가 소문나면 자신의  파혼당할 거라며 비올레타에게 희생해 달라고 하죠. 자기 딸을 위해  당연히 희생해 달라는 말을 하는 제르몽이 어찌나 얄밉던지... 그렇지만 그와 비올레타의 2 중창은 또 어찌나 애절하던지... ㅠㅠㅠㅠ 개인적으로는 2막에 나오는 이중창들. 비올레타와 제르몽, 제르몽과 알프레도의 이중창이 극 중 제일 좋았어요.


라 트라비아타는 사회의 이중 윤리에 대한 풍자를 하고 있는 오페라인데요. 2막 제르몽과 비올레타의 이중창에서 당시의 사회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죠. 사회적 신분이 낮은 젊은 여인을 교묘한 말로 설득하며 자신이 속한 부르주아 사회의 안전을 지켜내려 하고 있죠. 음악적으로도 아리아 위주였던 기존 오페라와는 달리 긴 이중창에 레치타티보를 섞어 넣어 내용이 더 잘 전달되게 했답니다.


비올레타의 집에 딸을 데려온 제르몽. 아마 무용수나 연기자일 텐데 그녀를 등장시킴으로 극이 훨씬 설득력을 갖게 되었어요. 3막에도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잠깐 등장하는데요.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비올레타의 희생을 한 번 더 되짚어 주는 장치였어요.

결국 비올레타는 알프레도를 떠나겠다고 말해요. 알프레도가 힘들어할 테니 아버님이 그를 잘 보듬어 주라고 말하며 파리로 떠납니다.


2막 2장 파티 장면 중 무용수들이 나오는 장면이에요. 뭔가 비밀이 있어도 말을 못 하는 것처럼 무용수들이 입을 꿰맨 분장을 하고 있는데요. '집시들의 노래'와 '마드리드의 투우사' 음악과 함께 한 이 무용 장면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죠. 너무 근사했어요.

 

다시 코티잔이 되어 지난 후견인인 남작을 찾아 간 줄 안 알프레도는 배신감에 몸을 떨며 파티장으로 찾아가 올레타와 남작에게 갖은 진상짓을 합니다. 그리고는 결국 남작과 결투를 하기 됩니다. 아마 그 결투로 남작은 다치고 알프레도는 도망자 신세가 되죠.

3막에서는 전주곡 때의 분위기와 같은 곡이 흐르죠. 베르디가 모두에게 버림받은 사회적 약자의 비참한 죽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올레타는 병이 깊어져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고, 알프레도와 그의 아버지 제르몽이 찾아와서 용서를 빌죠. 그러나 비올레타는 끝내 죽고 맙니다.    

     

 라 트라비아타는 사실 소프라노를 위한 오페라인데요. 여자 주인공인 비올레타와 남자 주인공인 알프레도 제르몽, 그리고 알프레도의 아버지인 제르몽 씨, 주인공이 이렇게 세 명 밖에 없는 데다 병에 걸린 비올레타의 감정연기가 대부분을 차지해서 비올레타 역이 정말 중요하답니다. 가장 완벽한 밤의 여왕 아리아를 부른 걸로 유명한 디아나 담라우는 노래도 노래지만 어쩌면 연기를 그렇게 잘할 수 있나요. 그 애절한 눈빛 하며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허망한 표정 하며 병들어 죽어 갈 때도 돌아온 그를 보며 환희하는 몸짓. 웬만한 배우들보다 연기를 더 잘하는 오페라 가수라니... 이 오페라로 그녀의 이름은 비올레타로 각인될 것 같아요.

완벽한 콜로라투라 테크닉으로 이름 높은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의 알베르토는 이 작품보다는 좀 더 가벼운 작품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ㅎㅎㅎ쥐뿔도 모르니 이해해 주세요.. 연대의 딸에서 맡은 토니오 역할은 정말 찰떡이었거든요. 디아나 담라우의 우아한 연기에 가려진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즈음. 티브이 채널로 오페라를 즐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당분간은 금요일에 약속을 잡지 않을 듯하네요. 티브이 속 오페라로 여행을 떠날까 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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