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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udel Oct 26. 2021

언터처블 1%의 우정과 업사이드

방구석 영화와 클래식

오마 사이가 연기한 드리스는 무일푼에다 전과자이다. 구직활동을 해야만 받을 수 있는 생활 보조금 때문에 우연히 필립의 간병인이 된다. 목 아래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전신마비 환자인 필립의 입주 생활보조사가 된 드리스가 처음 필립의 집에 입주하는 날 필립의 방에서는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가 흐른다.

가난하고 무식하고 교양 없는 드리스는 필립의 생활에 숨을 쉴 틈이 되어 준다. 필립은 자신을 장애인으로 대하지 않는 드리스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둘은 친구가 된다. 필립이 좋아하는 오페라를 관람하는 두 사람. 모차르트의 “마술 피리”가 시작된다. 드리스는 주변 사람들이 그를 보며 쉬하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야? 알아듣긴 하는 거야?’라며 큰 소리를 낸다. 그리고 언제까지 하는 거냐는 질문에 4시간이라고 대답하자 ‘세상에’라며 절망한다. 오페라 애호가인 필립은 아마 드리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마술피리’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스토리만으로도 이미 재미있어서 그를 음악에 혹 빠져들게 했을 테니까 말이다. 이후 클래식 음악을 대하는 드리스의 태도에도 변화가 보인다.


결정적인 장면은 필립의 생일날이었는데 자신의 생사를 확인하는 자리일 뿐이라며 못마땅해하던 필립은 오케스트라에 연주를 부탁한다.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을 시작으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다시 사계 중 ‘봄’ 등 한 번쯤 들어 봄 직한 클래식 곡들이 연주된다. 필립은 드리스에게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보는데 드리스는 “이 음악 ‘톰과 제리’에 나오는 거잖아” 라며 웃는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의 장난기는 없어지고 진지하게 음악을 듣는 드리스. 그의 변화를 함께 바라보는 것도 즐겁다. 점점 더 우아해지는 오마 사이의 연기를 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었다.

이 아름다운 프랑스 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영화가 ‘업사이드’이다.

영화 자체가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사용한 영화라 줄거리에 큰 변화는 없었는데 좀 더 미국식으로 표현했다고 보면 되겠다. ‘업사이드’에서는 드리스 역할을 델이라는 이름의 케빈 하트가 연기했다. 델은 비록 할렘에 살지만, 가족에게만은 좋은 가장이 되고 싶다.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가족 이야기이다. 그리고 ‘언터처블’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았던 비서 역할을 니콜 키드먼이 맡아서 좀 의외였다.

드리스보다 좀 더 할렘 냄새가 나는 델은 예의라고는 없고 무례하다. 드리스처럼 우아한 변화도 없다. 대신 그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첫 오페라에서 반한 ‘밤의 여왕’ 아리아를 소프라노에게 부탁하며 그 앞에서 지휘하는 모습도 연출하는데 그저 익살스럽게 표현한다.

영화를 보며 주로 음악에 귀를 열어 두고 있는 필자로서는 여러 면에서 ‘업사이드’보다는 ‘언터처블’이 좋았다. 다만 한가지 ‘업사이드’에서 사용한 ‘어리사 프랭클린’의 ‘네순 도르마’는 더없이 좋았다. ‘네순 도르마’는 뉴욕 매트 오페라에서 ‘파바로티’가 부른 곡이 전설로 알려져 있는데 어리사 프랭클린이 1998년 그래미상에서 라이브로 부른 이 곡도 굉장한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1998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불참하자 대타로 나서서 ‘네순 도르마’를 불렀다고 한다. 연습할 시간도 없이 단 8분만에 준비를 마치고 파바로티의 키로 노래를 했다고 하는데 소울풀한 그녀의 목소리와 스타일마저 정말 잘 어울려서 깜짝 놀라게 된다.

 https://youtu.be/k33sINjn9o0

푸치니의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는 중국을 배경으로 쓰였는데 동양적인 음악을 좋아했던 푸치니의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결혼을 신청하는 사람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어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형시키는 무시무시한 성격의 투란도트 공주는 칼리프 왕자를 만나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다. 필자를 오페라의 세계로 들여놓은 작품이기도 한데 푸치니의 몽환적이면서도 낭만적이고 웅장하기까지 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스토리의 어이없음과 서양인의 오리엔탈리즘에 환멸을 느끼게 되는 인물 설정이 볼 때마다 아쉬운 오페라이다.

칼라프가 세 가지 수수께끼를 통과하고 결혼 약속을 지키라고 하자 투란도트는 결혼이 불가하다며 떼를 쓴다. 이에 칼라프는 해가 뜨기 전에 자신의 본명을 알아맞히면 결혼을 하지 않고 사형을 받겠다고 한다. 이제 베이징은 공주가 그의 이름을 알 때까지 누구도 잠들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선 번역 오류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는 제목으로 오랜 시간 알려져 왔지만, 오페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누구도 잠들지 말라’는 원제로 수정되었다.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난 자코모 푸치니의 유작인 이 작품은 ‘류의 죽음’까지 푸치니가 작곡했고 그 뒤는 토스카니니의 감독하에 프랑코 알파노가 완성한다. 마침내 이 작품이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된 날 토스카니니는 ‘류의 죽음’까지만 연주하고 ‘푸치니 선생님은 여기까지 작곡하고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말하며 지휘봉을 내려놓았다고 한다.

https://youtu.be/97SC9MZAFYA

https://youtu.be/UNrkW3iEy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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