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숲 Jun 16. 2016

부엌 과학 - 꿀의 과학

꿀은 왜 썩지 않죠?

꿀이 딱히 자주 쓰는 재료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찬장 뒷 쪽에 숨어 있다가 가끔 마시는 차에 넣곤 하는 재료에 가깝달까요. 각종 허브와 향신료를 보관하곤 하는 그 찬장 말입니다. 몇 년 후에 찬장을 청소하려고 보니 까마득하게 오래전에 구입했던 꿀이 샀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생긴 건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먹어도 괜찮을까요? 심지어는 그루지아 지방에서 5,000년 전 꿀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과학자들은 이 꿀이 섭취해도 전혀 이상이 없을 거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꿀이 설탕이라는 점입니다. 여러 가지 물질이 같이 합쳐져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꿀은 설탕입니다. 그리고 설탕은 매우 눅눅해지기 쉬운 물질입니다. 또 다른 말로 매우 건조한 상태인 것입니다. 꿀은 너무 건조한 나머지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물이 부족하여 죽을 정도입니다. 꿀 안의 수분이 너무 없기 때문에 꿀은 썩지 않고 유통기한 없이 영원히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꿀이 유통기한이 무한한 또 다른 이유는 산도 때문입니다. 꿀의 평균 pH 산도는 3에서 4 사이로 높은 산성을 띄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산성이 높은 환경이 박테리아를 효과적으로 죽이기 때문에 꿀의 유통기한은 무한합니다. 



하지만, '눅눅해지기 쉽고 산성이 높은 음식은 꿀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왜 그건 썩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밀이 그렇습니다. 당밀은 설탕 제조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로 눅눅해지기 쉬우며 pH5로 약한 산성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당밀도 썩습니다.

꿀이 썩지 않는 이유는 바로 벌에 있습니다. 벌을 꿀의 생산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며 꿀이 썩지 않는 데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벌이 꽃에서 꿀을 추출할 때 소화에 사용되는 위와는 별개의 위에 꿀을 저장합니다. 이 위 안에 있는 효소가 꿀의 자당을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시킵니다. 집으로 돌아온 꿀벌은 위 안의 내용물을 일벌의 입 안에 토해내면 자당의 분해가 가속화됩니다. 입에서 입으로 꿀이 전달될 때 위 안에 존재하는 효소 중 하나인 글루코스 산화 효소가 꿀과 섞여 글루콘산과 과산화수소로 분해됩니다. 꿀을 벌집에 넣은 후에 일벌은 날개를 이용해 꿀의 수분을 80%에서 20% 수준으로 말립니다. 낮은 수분과 높은 산성 환경, 그리고 매우 적은 양의 과산화수소가 합쳐져 꿀의 무한한 유통기한에 기여를 하는 것입니다.

이제 집안의 가보는 천연 벌꿀로 골라 대대손손 물려주는 건 어떨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부엌 속의 과학 1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