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숲 Dec 22. 2015

주방 문화는 쉽게 변할 수 없다

변화는 싸지 않다

주방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직접 길러서 직접 만드는 음식을 싸야 합니다. 반면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는 어떠한 레벨이 됐던 싸면 안 됩니다. 길거리 푸드트럭의 요리사에게도 동네 비스트로의 요리사와 동등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상품에 대한 이러한 가치화와 상품화에 대한 심각한 질문에 답할 수 없으면 레스토랑 문화의 미래도 이해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일하는 환경이나 셰프가 스태프를 대하는 태도는 레스토랑에 오는 손님이 얼마를 지불하냐에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최저임금법, 세법, 보험법, 그리고 최근에는(적어도 미국에선) 학자금 대출과 고금리 대출에 관련된 여러 규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계속 레스토랑 일은 고된 육체노동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변수는 한 곳에 몇 명의 직원이 일하느냐일 뿐이고, 더 많은 사람이 일을 하면 노동 강도는 줄겠지만 비용은 비싸집니다. 하지만 우리의 수익이 점점  한 자릿수로 밀려나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말합니다. '더 적은 것으로 많은 것을 하세요!'. 이는 이미 실패가 입증된 방식이고, 앞으로 무조건 바뀌어야 하는 방식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적은 것으로 많은 것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도 행복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 저의 목표는 좋은 조건과 월급을 제공해서 직원들이 자신을 한계까지 몰고 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직원들에게 추가 근무를 요구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뭔가 잘못될 때마다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될지도 모릅니다. 현실은 이와 매우 멀지만 항상 제 머리 속에 담겨있는 생각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더 이상 저의 직원이 이러한 잔혹한 상황들을 접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에 처음으로 라인 쿡이 되었을 때 요리사는 아웃사이더였습니다. 주위를 맴도는 걸 즐기는 자들, 그게 90년대의 요리사들이었습니다. 많은 요리사들이 화가이거나, 알코올 중독자이거나, 20대를 허비하며 보낸 길 잃은 영혼이거나 주방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플레이보이였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 시급이 6.75불이었습니다. 만약에 돈이 벌고 싶었다면 웨이터가 되는 게 나았겠지만, 그러면 사람과 상호작용 하는 부분을 못 견뎠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상호작용은 쉬프트가 끝나고 골목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그룹과 전혀 달랐습니다. 우리는 적음 임금과 최악의 조건에서 일하면서도 그러한 삶을 원했기 때문에 그것을 즐겼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주방 스태프를 찾아 유지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많은 젊은 요리사들이 우리와 함께하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시작해서 배우길 원했습니다.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올라가는 거죠.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고, 필요하면 콩을 집에 들고 가서 까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공부는 개인 시간에 했어야 했고 유니폼도 직접 빨아야 했습니다. 그저 얼굴을 파묻고 열심히 일을 하다가 운이 좋으면 눈에 띄어서 승진이 되곤 했었습니다. 자주, 아니 매우 자주 야근도 하고, 아파도 일을 하고, 정말 많이 아파도 일을 하고, 칼에 손이 베어도 내 탓이거니 하면서 계속 일을 지속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플라스틱 컵에 담아 먹으면서 선배들에게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나갔습니다.


야채 손질 -> 스톡 만들기 -> 소스 만들기 -> 육류 손질 -> 생선 손질. 구역을 하나씩 하나씩 배워나갔습니다. 가드 망제(콜드 애피타이저) -> 핫 애피타이저 -> 파스타 -> 생선 -> 육류 -> 뚜르낭. 한 직장에서 최소 18개월 이상 일하지 않으면 이직할 생각은 할 수도 없었으며 추천서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를 여러 번 반복하다가 보면 어느덧 수셰프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는 많은 요리사들이 지금껏 '교대조 페이'라는 것은 받는다는 것입니다. 90년대 말에 교대조 페이는 하루에 $75 혹은 주에 $375였습니다. 아침 10시 즈음 출근해서 자정이 넘은 시각까지 남아있었습니다. 배우기 위해서 그랬고, 대부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았습니다. 요즘 와서는 시스템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제가 아는 대부분의 수셰프는 아직도 비슷한 근무 시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인으로서 저는 저의 직원들이 직장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시키고 싶은 마음이지만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현실적인 문제와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기 위해서 늦게까지 직원들을 남기곤 합니다.


최정상 1%의 레스토랑 대부분은 아직도 이런 형식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업계에선 그들을 '스타지'라도 부르지요. 이들은 전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을 돌며 공짜로 일을 합니다. 이러한 레스토랑들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은 스타지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야채 손질 같은 일은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죠. 


오늘날 제가 아는 모든 셰프들은 '요즘' 젊은 요리사들이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길 원하지 않는다고 불평합니다. 스타지는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돈을 받고 일하는 요리사들도 너무 많은 것을 원한다고 합니다. 어떤 이들은 일한 첫 해에 육류 손질과 푸드 코스트를 배우고 싶어 합니다. (스스로 '따분하다'고 말하며 앨리스 워터스나 레이몬드 블랑크, 마이클 브라스를 모르고 자기 구역 일도 제대로 못하는 요리사가 이 두 가지를 가르쳐달라고 몇 번이나 요청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입니다. 대체 왜 이 두 가지죠? 젊은 요리사의 야망과 목표에 대해서 대체 무엇을 이야기해주는 걸까요?) 이 요리사들은 몸이 안 좋다며 일을 쉬고 여자친구를 공항에서 픽업해야 한다며 조퇴를 하고 가버리곤 합니다. 이들은 게다가 시급 $15, 하루 8시간 근무, 주 5일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요즘 일하는 대부분의 요리사는 문화의 주변을 겉도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팝컬처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본질은 직업은 변했지만 업계가 변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우리 같은 늙다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젊은 요리사의 대부분이 요리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엄청난 양의 빚이 있다는 겁니다. 그들이 사무직종에 해당하는 양의 학비를 냈습니다. 이들은 요리 학교에 가기 위해 엄청난 양의 학비를 지불하고 나머지는 신용카드에 몰아넣었죠. 우리 같은 늙은 셰프는 이러한 경험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저는 20대에 신용카드가 없었거든요.


우선 첫째로 요즘 젊은 요리사는 의료보험 혜택이 없습니다. 정규직 사무직종 중에 4대 보험 적용 안 해주는 곳이 있던가요? 최근에 많은 젊은 요리사들이 보수도 좋고 각종 혜택도 누릴 수 있는 호텔 일자리로 떠나는 것을 자주 목격합니다. 최대한 노력은 하지만 우리로선 상대가 안 됩니다. 그럴 여유가 없거든요.


돈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욕망, 최고의 요리사가 되겠다는 이념조차도 힘겨운 경제 상황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몇몇 요리사들은 처음에 일을 시작하는 몇 년 동안은 가족의 도움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합니다. 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 시카고와 같은 대도시로 이사를 와 이 도시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일하기 위해서 온 거죠. 이 세계에 발을 들이기 위해서.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세계는 멋져요.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때는 멋졌죠, 아마 밖에서 볼 때가 더 멋질 겁니다. 우리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무언가를 만들고,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만드는 일을 합니다. 다른 사람이 만들 수 없는 정말 특별한 순간들을 만들어내죠. 이건 정말 멋진 일이고, 돈을 들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돈이라는 것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서 나올까요? 어떻게 하면 젊은 요리사의 관심을 끌고 그들의 야망을 이룰 수 있도록 만족시켜주면서 동시에 성곡적인 비즈니스를 꾸려나갈 수 있을까요?


저는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진보적인 의료보험법의 변화를 지지합니다. 하지만 이는 또한 음식값을 올리는 것도 지지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우리 요식업의 혁신적인 가격 변화 또한 지지합니다. 원재료 공급가에 의해 수시로 변하는, 혹은 생산을 위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재료는 가격이 달라야 하겠지요. 다른 업계의 가격도 요식업계처럼 싸게 유지하라고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어떤 길로 나아가고 있는가는 절대 예술적인 질문이 아닌, 깊게 생각해볼 도덕적인 질문입니다. 한 개인이 답을 제시할 수 있는 부분은 더더욱 아닙니다. 모두가 같이 생각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다른 나라에선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그들의 성공과 실패담, 그 나라의 정부가 그들의 일을 어떻게 지원하는지, 효율성이나 직원에게 동기부여를 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뭐가 있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일본이나 브라질, 혹은 뉴질랜드의 셰프들과 만나 이 새로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요식업계가 이토록 상호  결속된 적은 없었을 것입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요식업계 속에서 어떻게 하면 헤쳐나갈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해봅시다. 그래야만 주방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진정한 혁신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by Jason Hammel

Jason Hammel is the owner and chef at Lula Cafe, Chicago, IL


[원문]

http://luckypeach.com/the-culture-of-the-kitchen-jason-hammel-change-isnt-cheap/

작가의 이전글 요리의 맛을 향상시키는 24가지 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