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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파파 Dec 05. 2022

[한달살기] 말레이시아 페낭 한달 살기를 결정하다.

말레이시아 페낭 한달 살기 1

주인공 소개


나 : 미키 (영알못, 새가슴)

와이프 : 미니(우리집 태양)

큰 아이 : 케이시(잼민이 5학년, 순수함)

작은 아이 : 준(잼민이 2학년, 해맑음)



2022년 10월 13일.

미니와 함께 타고 있던 차 안에서 말레이시아 여행을 결정하였다.

미니가 말레이시아 같은 곳에 한달 살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지가 2년 정도 되었다.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영어권 국가에서 한달 정도 생활해보는 경험이 앞으로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공감한다.


그러나 어떻게 가겠는가. 나도 직업이 있고, 벌려놓은 사업이 있다. 무엇보다 나는 영어를 잘 못한다. 게다가 새가슴이라, 긴장이 되면 한국말도 잘 못한다. 그런데 영어권 국가에서 한달 살기라니,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다. 그래서 적당히 둘러댔다. 어차피 당장 일어날 일도 아니고, 그 때 가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간다고 하면 그만일거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마침 코로나로 여행이 어려운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집 서열 4위인 나의 이 허접한 둘러대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


그래도 코로나 끝나고 겨울에는 꼭 가자며 약속했었고, 갑자기 시간이 비었던 10월의 어느 날. 우리는 어딘가를 다니던 차 안에서 말레이시아 한달 살기를 결정하였다.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한 번 용기내서 다녀와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또 가족끼리 이번 가을에 갈까하고 대화하면서 케이시에게 학교에 절차를 알아보라고 했을 뿐인데, 학교에서 이번 가을에 한달 살기를 가는 것처럼 기정사실화되어버린 면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잘되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내 성격에 결코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어떨결에 우리는 한달 살기를 확정하였고, 항공권을 예약하였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가려고 하였지만, 여러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상황에서 굳이 대한항공을 이용할 필요는 없었으며, 그마저도 예약할 수 있는 항공편이 많지 않아 실질적으로 마일리지 예약은 어려웠다. 우선 말레이시아 한달 살기를 계획했기 때문에 에어아시라 쿠알라룸푸르 항공권을 예매하였다. 페낭으로 결정했다면, 어차피 직항은 없으니까, 다구간으로 쿠알라룸푸르 경우 항공권을 예매하면 갈아타기 더 수월하다.


에어아시아 항공편. 7시간 정도 소요된다.


항공권을 취소할 수 없는 것으로 해두니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우리의 모든 생활은 이제 말레이시아 여행으로 맞춰졌으며, 나는 그 때부터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간을 보냈다. 말레이시아 한달 살기가 가져다 줄 소중함을 모르고, 이 시기 나는 온갖 두려움에 떨었다. 어쩌면 직원들에게 사업장을 맡기고 떠나는 미안한 마음과 부탁하기 어려워하는 마음, 다녀와서의 불안한 상황에 대한 미리하는 걱정이었을 것 같다. 누구나 우선 저질르고 난 다음에는 기대 반, 두려움 반의 마음이 공존할 것이다.


처음에는 그곳에 벌레가 많다하여 참 신경쓰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는 숙소와 여행 컨셉, 거주 지역 등등을 결정하여야했다. 내가 나서서 무언가를 알아보기는 하지만, 결국 미니가 거주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곳을 골라야하기 때문에, 미니가 신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었다.


미니는 며칠 잠을 자지 못하고 숙소 예약에 집중하였다. 그 사이 나는 사업장의 일들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몇 번씩 확인하고 둘러보았다. 어려웠다. 마음이 정말 어려웠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페북에 글을 올렸다. 내가 군대가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처럼, 사업하겠다고 양평 내려올 때 처럼 여러 곳에 알려야 꼼짝 못한다. 잘 알고 지내는 목사님께서 나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하셨다. 얌전하게 있는 것 같더니 크게 한번 씩 사고 친다고. 나는 이게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 시선에는 어디 취업한 것만큼 큰 이벤트인 것 같다.


나는 이렇게 큰 소리를 쳐놔야 번복을 하지 못한다. 어쨌든 도망갈 길은 없고, 나는 이제 말레이시아를 가야 한다. 이 때까지만해도 기쁜 마음은 전혀 들지 않고, 두려운 마음, 걱정되는 마음이 99%였다.


남은 기간은 2주.

그 안에 모든 계획을 세워야하니 마음이 바빴다. 말레이시아도 쿠알라룸푸르, 페낭, 조호바루 등 여러 도시가 있다. 그 장단점을 파악하고 여행 계획을 세워야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이런 일들을 추가로 해야 하니, 미니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해야지. 우리는 일단 질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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