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가 묻기전에 먼저 물어야한다.
VC와 미팅을 준비할때, 혹은 IR 피칭을 준비할 때, 많은 창업자들은 어떻게 말할지에만 집중합니다. 슬라이드 순서를 바꾸고, 성장 그래프를 손질하고, 시장 크기를 조금 더 부풀려 보기도 하죠. 저 역시 수많은 투자 미팅을 겪으며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내가 선택받는 입장인 줄 알았는데, 사실 나도 선택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VC는 단순한 투자자 (자금원, 은행원)이 아닙니다. 우리 팀의 방향성을 함께 논의할 사람이고,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줄 파트너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검증하지 않는 건 너무 무책임한 일이 아닐까요? 이 글에서는 창업자가 IR 미팅에서 VC 심사역에게 꼭 던져야 할 질문들을 정리했습니다. 단순한 예의나 형식이 아닌, 실제 사업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질문들입니다.
각 질문은 단지 '정보'를 얻는 게 아니라, VC의 태도, 철학, 실행력, 그리고 인내심까지 파악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질문들을 준비함으로써, 더 이상 '어떻게 보여질까'를 걱정하지 않게 됐습니다. 대신, ‘어떤 투자자와 함께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습니다. 이 기준이 여러분에게도 생기기를 바랍니다.
이 질문은 VC 심사역이 단순히 '투자처 하나 더 보자'는 태도로 미팅에 임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해당 스타트업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고 사전 조사와 고민을 해온 사람인지를 구별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질문입니다. 스타트업은 초기 자원이 한정되어 있고, 외부의 도움 또한 소중한 만큼, 단순히 돈만 대는 투자자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전략을 함께 짜 줄 수 있는 파트너형 VC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 질문은 바로 그 '진정성'을 측정하는 도구이자, 이 미팅이 단지 심사역의 일정 소화 중 하나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투자 후보군으로 진지하게 고려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첫 관문입니다.
또한 이 질문은 단순히 준비 여부만을 묻는 게 아닙니다. VC의 리서치 방식, 업계 인사이트, 경쟁사 비교 방식, 그리고 창업자와의 사전 대화를 통해 어떤 데이터를 중시하는지까지 드러나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심사역이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판단하는지에 대한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만약 심사역이 우리 서비스를 실제로 체험해 봤거나, 유사 서비스와의 차별점을 조사한 흔적을 보인다면, 향후에도 우리 스타트업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지를 함께 고민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사역은 창업자를 대표하여 VC 내부자들을 설득해야하는 영업맨 입니다. 스타트업을 책임감있게 대표하고 내부 영업을 해줄사람인지 판단하셔야 합니다.
1. 긍정적인 사례: "어제 직접 가입해서 써봤고요, 예전에 비슷한 기능을 가진 미국 스타트업이 있었는데 접근 방식이 달라서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UI에서 유저 온보딩 플로우가 직관적이더라고요." → 이처럼 서비스에 직접 접근해봤거나, 경쟁사 분석 및 차별점을 이해하고 있다면 이 심사역은 단순히 숫자만 보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실제 고객 입장에서 제품의 가치를 평가하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입니다. 제품에 대한 이해가 깊은 VC는 이후 피벗, UX 개편, GTM 전략 등 전략적 논의에서 유의미한 피드백을 줄 수 있습니다.
2. 중립적 사례: "어느 정도 기사나 피칭덱은 봤는데, 사용해보진 못했어요. 사실 이 시장에 익숙하진 않지만 요즘 관심은 많습니다." → 명확히 준비가 부족한 건 아니지만, 깊이 있는 관심은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 경우는 잠재 파트너로서 가능성은 있으나, 미팅 이후에도 주도적인 관심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럴 땐 창업자가 더 많은 배경 설명과 시장 구조에 대한 교육을 제공해야 하므로, 투자 이후 리드 투자자로서의 역할 수행엔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3. 부정적인 사례: "사실 오늘 처음 보는 서비스라 잘 모르겠습니다. 설명 좀 부탁드려요." → 창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이 경우 심사역은 해당 미팅을 단순히 '일정 소화' 또는 '상사 지시'의 일환으로 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전 리서치조차 없이 IR에 참석한 VC는 향후 회사의 비전, 팀의 실행력, 제품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피상적인 판단만을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질문을 통해 창업자는 자신이 지금 시간을 들여 대화하고 있는 VC가 진짜 파트너십 후보인지, 아니면 단순히 레이더에 잠시 올라간 이름에 불과한지를 가려낼 수 있습니다. VC의 답변을 듣고 나면, 이들이 단순한 자금 제공자가 아닌, 우리 팀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비즈니스 코파일럿'이 될 수 있는지를 감별할 수 있는 핵심 순간이 됩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해당 VC가 우리 산업군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차원을 넘어, 실제 투자 이후에 어떤 형태의 ‘Value-add’를 제공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자금 조달은 중요한 일이지만, 초기 단계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돈보다 실행력과 시장 적응을 도와줄 수 있는 '전략적 조언자이자 실행 파트너'로서의 VC입니다.
많은 VC들은 자신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화려하게 포장하지만, 실상은 ‘돈만 투자하고 연락이 끊긴’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이 질문은 “단순히 투자만 했는가?”가 아니라 “실제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그 팀의 문제 해결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가?”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답변은 심사역의 스타트업과의 협업 방식, 문제 해결 태도, 그리고 얼마나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지원하는지까지 드러냅니다.
이 질문을 던짐으로써, 창업자는 단지 현재 진행 중인 미팅뿐 아니라 미래에 벌어질 파트너십 관계의 깊이와 방향성까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해왔던 방식이 곧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1. 긍정적인 사례: "작년에 투자한 A사 같은 경우, 초기에는 PMF(Product Market Fit)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보유한 유사 업종 데이터와 해외 사례들을 공유했고, 고객 인터뷰 설계도 도와줬습니다. 또 시리즈 A 라운드에서는 공동 투자사를 직접 연결해 주기도 했습니다." → 이 심사역은 단순한 자금 제공을 넘어, 전략적 문제 해결, 인적 네트워크 제공, 후속 라운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창업자에게는 이런 VC가 있어야 실질적인 문제 해결 속도가 빨라지고, 내부 리소스를 외부 네트워크로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 중립적 사례: "비슷한 산업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적은 있는데, 주로 보고를 받는 정도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특별한 개입은 없었어요." → 이 경우는 명확한 전략적 지원이 없는 상태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후 관여가 적었을 수도 있지만, 향후에도 창업자가 필요로 할 때 밀도 있는 조언이나 리소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심사역의 시간 여유, 관심 분야, 혹은 스타트업과의 거리감이 클 가능성도 내포합니다.
3. 부정적인 사례: "그 팀이 어떻게 운영됐는지는 잘 모릅니다. 아마도 우리 쪽 개입은 거의 없었을 거예요. 그쪽 대표가 워낙 독립적으로 잘 했거든요." → 이는 매우 위험한 신호입니다. 투자 이후 어떤 수준의 협력도 없었다는 것은 단순히 무관심하거나, 스타트업의 성장에 함께 기여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이와 같은 답변이 반복된다면 해당 VC는 ‘포트폴리오 확대’에만 집중하고, 실질적인 팀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곳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질문은 창업자에게 있어 단순히 한 명의 투자자와의 관계를 넘어, 그 투자자가 속한 VC 전체의 철학과 기업가에 대한 접근 방식을 파악하는 열쇠가 됩니다. 실전에서는 이 질문 하나로 심사역의 실제 실무 경험, 문제 접근 방식, 그리고 관계 지속 의지를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숫자를 묻는 게 아닙니다. 창업자가 심사역 너머의 펀드 구조와 투자 운용 전략, 그리고 향후 투자사와의 관계 지속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VC는 대부분 펀드 단위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각 펀드마다 투자 기간, 회수 기간, 만기 시점, 투자 가능한 금액 등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않고 투자 유치만 고려한다면, 창업자는 나중에 예상치 못한 회수 압박이나 갑작스러운 투자 철회, 후속 투자 실패 등의 위기를 겪을 수 있습니다.
특히 펀드의 잔여 수명은 매우 중요합니다. 펀드 만기가 1~2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는, VC 입장에서 IRR(내부수익률)을 고려한 조기 회수 전략이 불가피해지고, 이로 인해 스타트업은 사업 확장보다 엑싯 압박에 몰리는 구조로 전환될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만기가 넉넉히 남은 펀드는 VC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기다려주고 함께 전략을 조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펀드의 총 규모 역시 VC가 후속 투자에 얼마나 리소스를 할당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시드 라운드만 지원 가능한 소규모 펀드인지, 시리즈 A 이후에도 연속적으로 팔로우온(추가 투자)을 이어갈 수 있는 운용력을 갖춘 펀드인지에 따라 VC의 지속적 관계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질문은 “당신들이 우리 팀과 몇 년이나 함께 갈 수 있는 구조인가요?”, “단기 성과만 보는 VC인가요, 아니면 진짜 성장을 기다려줄 수 있나요?”라는 근본적 질문을 우회적으로 던지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1) 긍정적인 사례: “이번 펀드는 작년 말에 300억 규모로 결성되었고, 운용 기간은 총 8년입니다. 지금은 투자 2년 차로, 향후 4~5년 정도는 적극적으로 신규 및 팔로우온 투자가 가능해요.” → 이런 경우, 스타트업은 투자 이후에도 중장기적으로 유연하게 전략을 펼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난 셈입니다. 펀드 수명이 충분히 남아 있고, 규모도 크기 때문에 시리즈 A 이후 시리즈 B나 전략적 지원까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의 성장 속도를 존중해줄 가능성이 높은 구조입니다.
2) 중립적인 사례: “펀드 규모는 100억이고 지금은 5년 차예요. 투자 여력은 조금 남아 있는데, 후속 라운드 때는 별도의 펀드에서 검토하게 될 것 같습니다.” → 투자 가능성은 여전히 있지만,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기대하기엔 애매한 포지션입니다. 창업자는 이 경우, 향후 후속 라운드에 대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 펀드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 한계도 파악해야 합니다. 리스크는 아니지만, 명확한 기대선 설정이 필요합니다.
3) 부정적인 사례: “사실 지금 이 펀드는 곧 회수 단계에 접어들어서요. 투자보다는 포트폴리오 정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매우 명확한 레드 플래그입니다. 이런 펀드에서 나오는 투자는 형식적인 존재일 가능성이 높으며, 창업자는 엑싯 압박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업 가치 상승이나 제품 완성에 시간 투자가 필요한 경우, 단기 수익률만 노리는 VC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숫자 확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창업자가 VC와 함께 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 지원 여력, 관계 지속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고급 질문입니다. 미팅 후 벤처캐피탈에 대한 추가 검토나 후속 미팅 요청 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준 삼아 “우리 팀의 장기 성장 계획에 이 VC가 전략적으로 맞는 파트너인가?”를 체크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질문은 VC가 단순한 ‘자금 제공자’인지, 아니면 진정한 성장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창업자가 이 질문을 통해 알고 싶은 것은 단순한 사후 관리의 유무가 아닙니다. VC가 얼마나 창업자의 여정을 이해하고 있고, 문제 해결과 사업 확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즉 운영적/전략적 역량의 깊이와 관여의 태도를 진단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초기엔 VC의 ‘존재감’에 안도하지만, 투자 후에는 아무런 피드백도 없이 보고서만 요구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간섭하는 VC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질문은 VC의 관여 스타일, 커뮤니케이션 방식, 네트워크 연계 여부, 후속 투자 유치 지원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또한 VC의 운영 체계가 잘 잡혀 있는지, 단순히 개별 심사역의 성향에 의존하는 곳인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간 포트폴리오 리뷰, 산업별 인사이트 리포트 제공, 연 1회 펀드 피드백 세션 등은 체계적인 VC의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반면에 “필요하면 연락 주세요” 수준에 머무는 답변은 VC 내부의 사후 지원 체계가 부실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질문은 투자라는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서, 그 이후의 2~3년을 함께 성장하고 고민할 수 있는 ‘진짜 동반자’인지 확인하는 창업자의 필터링 도구입니다.
1) 긍정적인 사례: “저희는 투자 이후 월 1회 포트폴리오 회사들과 온라인 미팅을 통해 성과와 이슈를 리뷰하고, 필요 시 채용·홍보·후속 투자 등 필요한 부문별 전문 파트너를 매칭해드려요. 또 반기에 한 번씩 포트폴리오별 맞춤형 GTM 전략 워크숍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이런 경우는 VC가 단순한 자금 공급을 넘어, 창업자의 사업 실행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특히 채용, 언론 홍보, 공동 브랜딩, 후속 투자사 연결 등은 창업자 입장에서 현실적인 고충 해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VC는 리드 투자자로서 매우 이상적이며, 특히 마일스톤 기반 성장 전략을 짜야 하는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든든한 전략 자문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2) 중립적 사례: “스타트업에서 요청하시면 최대한 맞춰서 도움을 드리고 있어요. 다만 정기적인 프로세스는 따로 없고, 심사역 중심으로 운영됩니다.” → 심사역 개인의 역량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지원 범위가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이런 경우는 VC의 전체적인 사후 관리 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고, 심사역의 열정과 네트워크에 따라 지원이 ‘복불복’처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창업자는 이 경우 심사역의 개인적 관심이나 성향에 따라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에 놓이게 됩니다.
3) 부정적인 사례: “일단 투자 후엔 자율적으로 운영하시는 걸 선호합니다. 저희가 관여해서 복잡하게 만드는 건 원치 않아서요. 월간 리포트만 보내주시면 됩니다.” → 언뜻 자율성을 존중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상 방임형 VC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월간 리포트만 받고 아무런 액션도 하지 않는 투자자는, 향후 위기 상황에서도 창업자의 문제에 대한 이해도나 긴밀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공동 비즈니스 기회, 업계 분석 지원 등 실질적 도움을 받기 어려우므로, 창업자 입장에서 홀로 외롭게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상황이 많아집니다.
이 질문은 창업자가 IR 미팅에서 VC에게 가장 먼저 ‘책임감’을 묻는 신호이자, 투자 이후에 VC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내부 문화를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수단입니다. 좋은 VC는 단지 조언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문제 해결 과정에 함께 참여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실질적 자원을 공급해주는 파트너입니다.
이 질문은 VC가 초기 스타트업의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진단 질문입니다. 얼리 스테이지 스타트업의 경우, 대부분 제품은 완성되지 않았고, 고객은 일부 초기 사용자에 불과하며, 시장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C가 특정 KPI만을 고집하거나 매출 중심의 숫자만 요구한다면,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시각으로 스타트업을 바라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 질문을 통해 창업자는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 VC가 무엇을 리스크로 보며 무엇을 성장 동력으로 보는가. 둘째, 정량 지표와 정성적 신호 중 어디에 무게를 두는가입니다. 얼리 스테이지의 핵심은 '수치'보다 '실행력과 학습 능력'입니다. 피벗을 몇 번 했는지, 고객 피드백을 어떻게 수렴했는지, 팀이 얼마나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지가 오히려 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VC가 이 질문에 어떤 KPI를 언급하는지를 통해, 해당 심사역이 스타트업을 어떤 렌즈로 평가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VC가 향후 리포트에서 요구할 지표나, 보드미팅에서 집중할 의사결정 기준이 무엇인지도 미리 예측할 수 있게 해줍니다.
1) 긍정적인 사례: “매출보다는 초기 고객 확보 속도, 유저 리텐션, 그리고 반복 사용의 징후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특히, 행동 기반 지표—예를 들면 7일 리텐션, 전환율, LTV/CAC의 초기 흐름—을 통해 PMF를 찾아가고 있는지 주로 평가합니다.” → 이런 VC는 스타트업의 ‘과정’을 보는 사람입니다. 단순 매출보다 반복적인 문제 해결 노력, 고객과의 접점, 데이터 기반의 제품 개선을 중시하며, 창업자의 실행력과 학습 능력을 성장의 핵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VC는 후속 라운드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고, 창업자와 함께 성장 경로를 설계하는 데 능합니다.
2) 중립적 사례: “저희는 매출도 중요하게 보고 있지만, 고객 유입 경로나 비용 구조도 봅니다. 다만 정확한 KPI는 사업모델마다 달라서요.” → 이 답변은 나쁘진 않지만, 중요 기준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경우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 VC가 후속 단계에서 어떤 지표를 근거로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고, 미팅 때마다 관점이 달라질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다만 유연성을 갖춘 VC라면 창업자의 설명에 따라 관점을 조율할 여지도 있습니다.
3) 부정적인 사례: “적어도 월 매출 5천만 원 이상은 나와야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익이 안 나는 모델에는 관심이 없어요.” → 얼리 스테이지 창업자 입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VC 유형입니다. 이들은 정량 지표에만 집착하고, 초기 시장의 불확실성과 실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SaaS, 딥테크, 하드웨어, B2B 등 긴 사이클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이런 VC의 요구가 오히려 팀의 실행 속도와 전략 유연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향후 보드 미팅에서도 숫자 중심의 압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질문은 창업자 입장에서 투자자와의 평가 철학, 성장 인식, 데이터 해석 방식을 미리 맞춰보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우리가 중시하는 실행 지표, 고객 피드백 방식, 트래픽 전략 등이 심사역의 성장 인식과 맞지 않다면, 투자 계약 이전에 파트너십을 재고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는 자금 유입이 아니라, 평가 기준의 공유와 실행 방식의 연대입니다. 이 질문은 그 ‘기준선’을 명확히 맞추는 데 매우 유용한 장치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은행원형 심사역들한테) 이 질문은 심사역이 밸류에이션을 단지 숫자로만 바라보는지, 혹은 팀의 잠재력과 시장성, 그리고 파트너십 관점에서 균형 있게 접근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이란 것도 ‘미래 가능성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 합의일 뿐, 절대적인 수치가 아닙니다. 하지만 일부 VC 심사역은 이 밸류에이션을 무기처럼 사용합니다.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려 하거나, 시장 논리가 아닌 “우리 펀드 구조상 20% 이하는 안 돼요” 같은 기계적인 기준을 앞세우는 경우도 있죠. 이는 창업자 입장에서 위험 신호입니다. 지분의 희석이 심할 경우, 추후 라운드에서의 투자 유치와 팀 동기 부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질문은 VC가 지분율에 집착하는 수동적 투자자인지, 아니면 합리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장기적 투자자인지 가르는 질문입니다.
1) 긍정적인 사례: “초기 단계에서는 정량적인 수치보다는 팀의 실행력과 시장 확장성, 그리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돕는지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합니다. 지분율보다 장기적인 관계 설정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 이런 VC는 장기 파트너십 관점을 갖고 있으며, 창업자의 성장 여정과 다음 라운드 구조까지 고려하는 전략적 사고를 가진 투자자입니다. 이런 심사역은 Exit보다 ‘성장’을 우선하며, 현실적인 희석 구조도 함께 고민해줄 수 있습니다.
2) 중립적 사례: “통상 시드에서는 10~20% 정도를 선호합니다. 다만 팀이나 시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내부에서도 여러 조건을 봅니다.” → 일반적인 시장 기준을 따르되, 유연성을 열어둔 타입입니다. 이런 VC는 지분율 협상이 가능하고, IR 과정에서 창업자와 상호 설득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3) 부정적인 사례: “지분 25% 이상은 받아야 펀드 수익 구조가 맞습니다. 저희가 가져가는 지분이 작으면 의미가 없어요.” → 이런 VC는 창업자의 미래 지분 구조나 후속 투자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고위험 투자자입니다.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면 창업자의 동기 부여가 약화되고, 이후 시리즈 A·B에서 ‘캡테이블 이슈’로 인해 우수 VC의 유치를 방해받을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조언보다는 내부 수익률만 계산하는 VC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VC가 지분 요구를 할 때, “그 지분 구조로 시리즈 A까지 가는 포트폴리오가 있으신가요?”라고 되물어보면, 실제 그들이 장기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협상은 ‘내가 받고 싶은 돈 ÷ 내가 줄 수 있는 지분’이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는 성장 전략과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내 회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철학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밸류에이션은 수치가 아니라 관계의 시작이며, 제대로 된 VC는 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벨류에이션에만 기준점으로 두고 집착하는 심사역들은 심사역이 아닙니다.
투자는 한 장의 계약서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이후 수년간 이어질 신뢰와 협업, 때론 갈등과 조율의 시작점이 됩니다. 그렇기에 투자 미팅은 단순한 피칭이 아니라, 관계 맺기의 첫 순간이자 동반자 선택의 자리입니다.
이 글에 담긴 질문들은 창업자인 제가 현장에서 직접 써보고, 때로는 그 답변에서 기대를 접거나, 오히려 깊은 신뢰를 느꼈던 경험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VC의 실력은 숫자 분석보다도, 스타트업의 현실을 얼마나 존중하고 이해하느냐에서 드러납니다. 그 진심은 질문 하나에 드러납니다. 투자자는 항상 질문합니다. 그렇다면 창업자도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당신과 함께할 수 있습니까?”지금 여러분의 팀이 소중하고, 그 여정이 의미 있다면, 그 여정을 함께할 파트너는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선택받는 IR이 아닌, 선택하는 IR의 시대에, 그 첫 질문을 여러분이 먼저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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