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하고 나서야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
재료공학과.. 공대 출신의 나는 공장 품질관리원으로 취직하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2년간 생활하였다.
반복적인 일상에 지쳤고 언제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지 미래가 걱정되었다. 이렇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걱정이 가득했다. 똑같이 열심히 사는데 누군가는 부자로 살아가고, 누군가는 이렇게 회사의 기계부품처럼 살아가는 것이 억울하기만 했다.
나는 이렇게 살기 싫었다. 품질관리직이지만 물건을 생산해 내는 프로세스 중 하나에 불과한 내 인생이 싫었다. 소위 말하는 '부의추월차선'을 넘고 싶었다. 그래서 많은 자기 계발서를 읽고,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부동산이나 불노(不勞) 소득을 만들어야 한다는 창업가의 정신에 매혹되었다. 한두 명 사업을 시작한 주변 형들을 보며 동경하기도 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창업이라는 멋진 말에.. 20대에 '대표'라는 타이틀에 취해서 사업을 하겠다며 패기 있게 도전을 시작했다.
진짜 성공하고 싶었다. 자기 계발서를 엄청나게 읽었고, 큰 원대한 꿈을 가져라!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결과를 만들어내라! 자기를 믿어라! 확신을 가져라! 담대하게 도전하라! 이런 가슴 뜨거운 말을 주입하며 끝까지 나를 밀어붙였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었고, 합류한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버텨냈다. 이것도 버텨내지 못하면 포기하고 도망가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끝까지 참아냈다.
목표도 크게 생각했다. 직장인으로서는 모으기 힘든 금액을 벌겠다고 다짐을 했다. 뭔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여 명예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누가 봐도 인정할만한 사람이 되겠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아니?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서,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열정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느껴졌다. 돈이 아닌 행복을 위한 목표를 찾는 것은 도전을 포기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나는 실패했다. 직장인보다 더 많은 소득을 벌고서 '이것 봐! 그렇게 비아냥 거렸지만 난 성취했어!'라고 보란 듯이 증명해 내고 싶었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젊은 패기로 시작한 사업으로 부모님에게 차 한 대 정도 사줄 수 있는 멋진 아들이 되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남들보다 많은 용돈으로 부모님께 보답하고 싶었지만 가끔 식사 한번 대접하는 것 이상 보답하지 못하였다.
내가 역량이 떨어지던, 운이 부족했던, 같이 일하는 파트너의 도의적인 문제가 있던,, 어떠한 이유로든 원하던 물질적, 금전적 보상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어떠한 사회적인 문제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고, 꿈꾸었던 내 모습은 하나도 이루지 못하였다. 완벽한 실패이다.
생각한 기간보다 금전적 보상이 늦어지고, 꿈과 목표가 손에 잡히지 않을수록 시기, 질투, 패배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좋은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해외여행을 다니고, 좋은 레스토랑에 가는 모습들을 보며,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자존감도 한없이 떨어졌다.
떨어진 열등감과 자존감..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이고, 새로 이겨낼 의지가 없고, 무기력함이 온몸을 지배하였다. 기간이 늘어날수록 부정적인 에너지는 더욱 커져갔고, 이래서는 진짜 큰일 나겠다는 또 다른 불길함이 다시 나를 공포감으로 몰아넣었다. 나는 이 상황을 바꿔야만 했다.
'타이탄의 도구'에서 나오는 것처럼 하루아침을 성공으로 시작해 보자고 했다. 나는 아침마다 '일출' 보기를 시작했다. 산 위에서 일출 보기 위해서는 일출시간 2시간 전에는 일어나야 한다. 여름철이면 3시에 집을 나서야 한다. 매일같이 일출을 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자주 일출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일출 산행 성공한 모습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하나 둘 SNS에 올리기 시작하니 SNS 피드가 일출사진으로 쌓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일출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고, 어두운 산행을 시작하여 동이 트는 여명을 바라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꾸준히 일출을 보는 모습을 SNS에서 접한 사람들이 "대단하다"라는 칭찬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불과 몇 주 전만 하더라도 '나는 실패자다', '나는 왜 이 꼬라지 일까?'라고 생각했던 내가 칭찬을 받았다. 그냥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출 등산을 꾸준히 한 것으로 칭찬을 받았다. 칭찬을 넘어서, 나를 보고 동기부여를 얻는다라는 DM을 보내는 사람들도 점차 많아졌다. 숨통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부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되었고, 긍정적 영향력을 끼쳤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달리기도 시작했다. 5km 달리기도 쉽지 않았기에, 나한테는 힘든 도전 과제였다. 5km 완주하기부터 5km 기록 세우기, 10km 달려보기! 이런 식으로 목표치가 조금씩 높아지다 보니 Full 코스 마라톤이 나의 도전과제가 되어있더라. 그리고 그 목표는 달성을 하게 되었다. 남들과 비교한 기록은 의미가 없었다. 42.195km를 내가 성공해 냈다는 것이 너무 의미가 컸다. 역시 이 과정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해주었고, 긍정적인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달리기, 마라톤에 애착이 더욱 커졌다. 어른들이 말하는 '마라톤은 인생과 같다'라는 것이 이해되기 시작해서일까?? 많은 것들이 인생과 닮았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의미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 뭐 어떻냐? 달리면서 인생에 대한 철학적 생각을 하고, 나만의 정의를 내리며 잘 사는 인생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앞으로도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일확천금을 벌 수도 없을 것이다. 훌륭한 인물이 되어서 누구나 존경하는 사람이 되어있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번 달도 나만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달의 목표보다 1%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세운 목표치가 누군가에겐 껌 십듯, 눈감고도 할만한 쉬운 목표치라도 괜찮다. 나에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니까!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자극을 얻고, 또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오글 거릴 수도 있는, 작은 목표를 향해 내 생각을 글로! 영상으로 남긴다. 힘내자!
그리고 이렇게 멋진 글을 쓰는 나는 진심으로 좀 멋진 거 같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