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답은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
오늘은 해고 통보를 받은 지 딱 일주일차. 나는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내 이야기를 안줏거리 삼아,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지, 살아남지 못할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왔다. 그렇게 사람들과 자조 섞인 이야기를 떠들 때는 꽤나 명랑했다가, 홀로 돌아오는 길에 남은 씁쓸한 뒷맛은 이루 형용하기 쉽지 않았다. 내가 생산적이지 못한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가슴을 깊게 후벼 판다. 오늘은 갑자기 비가 몰아치듯 내렸다. 잠깐 편의점에 나갔다 오는데, 그 짧은 사이에 우산을 썼음에도 다 젖어버렸다. 내가 인지하지 못해도 몸은 스트레스를 기억하고, 정직하게 반응한다. 일주일치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몰려든다. 배가 아파왔다. 이불속을 파고들었다가 겨우 저녁을 먹고 앉았다. 뭐라도 해야지. 이렇게 누워만 있을 수는 없다.
지난 일주일간 챗GPT를 써 보며 좀 더 좋은 답변을 받는 방법을 찾아왔다. 챗GPT는 수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프로세스 해서 정보를 정리해 주는 편리한 툴이다. 근데 써보면서 내가 깨달은 점은, 질문의 유형과 종류에 따라 답이 다르게 나온다는 것이다. 질문을 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질문자인 내가 구체적인 지식이 필요했다.
챗GPT로 자소서를 쓰는 방식에 대해서 연구해 본다. 내 인생 경험에 대해서 챗GPT가 모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경험을 제시해야 하는 부분은 직접 채워 넣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직군에서 어떤 역량을 원하는지에 대해서 기준을 물어보고, 그 기준에 맞춰서 쓰게 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은 직군을 "콘텐츠 기획자"로 두고 챗GPT를 교육시키고, 이에 맞춰 자소서 '입사동기' 파트를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단 질문을 하기 전에, 개인정보 세팅에 들어가서 약간의 나에 대한 지식을 넣어둔다. 이 설정을 해 두면 답변이 조금이나마 내 경험과 수렴할 수 있는 지점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설정에 들어가 보면 두 가지 질문이 나온다. 이 설정은 개인화 설정으로, '내'가 누군지 설명하고, '어떤 유형의 대답'을 원하는지에 대해서 묻는다. 편파적인 정보를 원하는지, 중립적인 결괏값을 원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설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설정을 해 두면, 조금 더 자신에게 취사화된 결괏값을 알 수 있게 된다.
막무가내로 "콘텐츠 기획자 지원 동기에 대해서 자소서 초안을 작성해 줘"라는 질문을 하면 다음과 같이 답을 준다. 이렇게 하면 아주 단편적인 답변이 나오기 때문에 썩 쓸만한 내용을 얻기 어렵다.
지원 동기: 콘텐츠 기획자로서의 열정과 목표
제가 콘텐츠 기획자로 지원하게 된 동기는 제 글쓰기, 예술, 번역 등 다양한 창작 분야에서의 경험과 끊임없는 탐구심을 기반으로, 콘텐츠의 품질과 가치를 향상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작가, 예술가, 번역가로서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수렴하여 고객들에게 더 나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계획 수립
콘텐츠 기획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체계적인 계획 수립을 필요로 합니다. 제가 작가로서 창작하는 과정에서 항상 새로운 관점과 독특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며, 이를 현실적인 계획으로 구체화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콘텐츠 기획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며,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양한 의견 수렴과 협업 능력
저는 작가, 예술가, 번역가로서 다양한 문화와 관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콘텐츠 기획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토대로 팀 내외에서 협력하며 최상의 결과물을 창출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관점은 콘텐츠의 깊이와 폭을 향상할 것입니다.
언어 능력을 통한 유창한 커뮤니케이션
제가 번역가로서 언어의 중요성과 그 변용을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언어의 선택과 사용은 콘텐츠의 의미와 효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제 언어 능력을 활용하여 명확하고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하며, 다양한 관객과 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자 합니다.
마무리
콘텐츠 기획자로서의 동기는 제 다양한 창작 경험과 끊임없는 탐구심,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능력, 그리고 언어 능력을 통한 유창한 커뮤니케이션에 기반합니다. 이러한 역량을 통해 더 나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사람들의 인사이트를 확장시키며, 더욱 풍요로운 콘텐츠 환경을 조성하고자 합니다.
나쁜 답변은 아니다. 그 이유는 내가 조금이나마 제공했던 내 정보 중에, 내가 '작가'이자, '예술가'이자, '번역가'라는 항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형식이나 구조에 있어 불분명한 부분들이 많아, 초안으로 잡고 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럴 때는 기준을 물어봐야 한다.
"좋은 콘텐츠 기획자의 자기소개서의 조건들에 대해서 알려줘"
라고 질문을 하면 아래와 같은 답변을 준다.
콘텐츠 기획자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습니다. 아래는 그 조건들에 대한 정보입니다:
1. **개인 소개 및 역량 강조**: 자기소개서의 첫 부분에서 본인의 이름, 학력, 경력 등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콘텐츠 기획 분야에서의 역량을 강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기획하거나 어떤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는지 언급할 수 있습니다.
2. **열정과 관심 분야**: 본인이 콘텐츠 기획에 어떤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작가, 예술가, 번역가로서의 배경을 토대로 어떻게 그 분야와 연계되어 있는지를 강조할 수 있습니다.
3. **문제 해결 능력**: 콘텐츠 기획자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며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자기소개서에서는 본인이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며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는지, 어떻게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프로젝트 경험**: 이전 프로젝트나 작업 경험을 통해 본인의 역량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기획한 프로젝트의 사례나 프로젝트 주도 경험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여 기획 역량을 강조하세요.
5. **다양한 관점과 아이디어 제시**: 콘텐츠 기획은 창의성과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자기소개서에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능력을 강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굴하고 제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6. **협업 능력**: 콘텐츠 기획은 팀 작업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본인이 어떻게 다양한 팀원과 협업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를 설명하여, 효과적인 협업 능력을 어필하세요.
7. **언어와 커뮤니케이션 스킬**: 번역가와 작가로서 언어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기소개서에서는 어떻게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작업을 수행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8. **새로운 도전과 성장 의지**: 콘텐츠 기획 분야는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과 개발 의지가 필요합니다. 자기소개서에서는 어떻게 새로운 도전에 도전하며 개인적인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지를 나타내세요.
위의 조건들을 자기소개서에 적절히 반영하면서, 본인의 작가, 예술가, 번역가로서의 경험과 역량을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수렴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 여기까지만 와도 많은 정보가 들어온다. 이중에 몇 가지를 뽑아서 내 경험에 맞게 바꾸면 된다. 이전에 그냥 냅다 자기소개서 동기 부분 초안을 써줘,라고 했을 때보다 훨씬 구체적인 기준들이 들어온다.
이에 맞춰서 질문을 한번 더 해본다.
"설명한 위의 기준을 기반으로 동기 부분 소개서의 예시를 적어줘"라고 질문하면 다음과 같은 답변이 나온다.
안녕하세요. 저는 작가, 예술가, 번역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이름]입니다. 이 자기소개서를 통해 저의 콘텐츠 기획 분야에서의 열정과 목표, 그리고 [회사/기관명]에 지원하는 동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항상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작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문화를 세상에 전달하고자 하는 열정을 갖고 왔습니다. 이러한 열정이 콘텐츠 기획 분야에서도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회사/기관명]의 뛰어난 가치관과 비전에 공감하며, 이러한 가치관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저는 작가로서 다양한 주제와 스타일의 글을 쓰며 각각의 독자들에게 공감과 영감을 전달해 왔습니다. 또한, 번역가로서는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 간의 소통을 도왔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저의 콘텐츠 기획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예술가로서의 시각과 번역가로서의 언어적 민감성을 바탕으로, [회사/기관명]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현재의 콘텐츠 기획 분야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향을 파악하고, 끊임없는 성장과 개발을 추구하며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기관명]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성장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제가 원하는 도전과 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믿습니다.
또한, [회사/기관명]에서의 팀원들과의 협업은 저에게 큰 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는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즐깁니다. [회사/기관명]에서의 협업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배움을 얻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회사/기관명]에서 제 역량과 경험을 활용하여 새로운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구현하며,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저의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바탕으로, [회사/기관명]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름]
내 짤막한 개인정보와 기준에 대한 질문을 학습시키면 챗GPT가 이렇게 초안을 작성해 준 것을 기반으로 내 경험 중에 대입할 수 있는 나만의 이력을 넣어서 다시 써 달라고 하면, 이보다 더 구체적인 초안이 나온다. 직무기술서나 이력서, 포트폴리오 등 내가 해 온 일들에 관한 글을 미리 작성해 둔 것이 있다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이를테면 나는 내가 집필한 독립출판 책 중 [괴수들의 섬]이라는 책의 내용을 정리해 둔 것을 넣어 동기 부분을 완성해 달라고 질문했더니 다음과 같은 답이 나왔다.
이 자기소개서에 이야기 중에 2019년에 작성하신 소설 "괴수들의 섬"과 그 내용이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지에 대해 몇 가지 추가 내용을 포함시켜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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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재다능하게 활동하며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작가, 아티스트, 번역가로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이름]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이 콘텐츠 기획 분야에서 색다른 관점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해 주었습니다.
2019년에 저의 필자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딘 작품인 "괴수들의 섬"은 보이지 않는 섬에서 백반증이라는 희귀병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내면 갈등과 성장, 그리고 사회적 차별과 우정을 통해 인간 본성의 복잡한 면모를 탐구하였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어떻게 사람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석하고 공감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이는 제가 콘텐츠 기획 분야에서도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는 능력을 갖추게 해 주었습니다.
또한, "괴수들의 섬"에서 다뤄진 주제 중 하나인 독립 출판은 제가 혼자서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추구하며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였던 경험입니다. 독립 출판을 통해 작품의 자유로운 표현과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기획 역시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통합하는 중요성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서울에서의 활동은 한국의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직접 체험하며 다양한 관점을 획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 간의 상호작용과 이해를 중요하게 여기는 제가, 콘텐츠 기획에서도 다양한 인종, 문화, 백그라운드를 고려하여 대중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제 이전 작품과 경험이 콘텐츠 기획 분야에서의 저의 관심과 역량을 형성하였습니다. "괴수들의 섬"에서 다뤄진 주제와 이야기의 본질은 사회적 이슈와 개인적인 경험을 다루며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기획하고자 하는 제 열정과 매치된다고 자신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하면, 좀 더 쉽게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 직무 자체에 대한 정보도 얻고, 이에 맞는 기준들과 역량들, 그리고 그에 맞게 내 경험을 녹여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내가 느낀 바는, 과연 이제 글쓰기라는 것 자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앞으로는 글 쓰는 방식이 많이 변화하겠구나,라는 부분이다. 이제는 글을 머리에서 만들어내는 일들만큼 어떻게 질문해서 어떻게 답변을 받아내느냐가 곧 글쓰기의 능력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