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상사화, 가을여행 재촉하는 붉은 유혹
대한민국에서 상기화가 가장 아름다운 곳
매년 이 맘 때쯤이면 전북 고창 선운산 일대는 붉은 빛으로 서서히 활활 불타 오르기 시작한다. 단풍이 들기에는 너무 이른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활활 불타 오르는 이유는 불꽃 모양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자태와 빛깔의 소유자인 꽃무릇, 일명 상사화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이곳은 전남 영광의 불갑사, 경남 함평의 용천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꽃무릇 자생지로 유명한데, 다른 곳들보다도 특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천년고찰 선운사의 고색창연함과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고목들, 아름다운 개울 등과 어우러져 운치가 남 달라서다.
대개 9월20일 전후로 절정을 이루는 선운산 꽃무릇은 천연기념물 제367호인 고목 송악이 있는 개울가부터 도솔암 마애불 주변까지 수 킬로미터에 걸쳐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그중에서도 선운사 담장 옆 개울가 주변에 무성하게 핀 꽃무릇들은 주변 경관과의 아름다운 어우러짐으로 인해 사진가들로부터 각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잎이 필 때는 꽃이 안 피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지고 말아 서로 만날 수 없다는 생태적인 특성으로 인해 흔히 세간에 상사화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 꽃에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 먼 옛날 토굴에서 용맹정진하던 스님이 어느날 불공을 드리러 온 여인에게 한 눈에 반해 그만 상사병으로 쓰러지고 말았는데, 그가 죽은 뒤 토굴 주변에서 한 송이 붉은 꽃이 피어 났고, 그 꽃이 바로 이 상사화로 알려진 꽃무릇이라는 것.
그래서일까. 꽃무릇이 만개하는 이 맘 때쯤이면 선운산을 찾는 연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곤 한다. 이들은 꽃무릇의 아름다운 자태와 빛깔에 취하는 한편, 이를 반면거울로 삼아 아름다운 사랑을 완성시켜 나가자고 굳게 다짐을 하곤 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저승길에 피어 있는 꽃으로 여기기도 하고, 귀신을 쫓기 위해 집 주변에 심기도 하는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꽃잎의 모양이 마치 불꽃같아 화재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절대로 집 안에선 키우면 안 된다는 미신을 갖고 있기도 하다.
꽃무릇을 모두 둘러본 뒤에는 선운산 산행을 한 번 즐겨보는 것도 좋다. 해발 336미터로 그리 높지 않은 이곳은 1979년 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의미의 ‘선운’이라는 이름처럼 수많은 비경들을 그 안에 간직하고 있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산 정상에 서면 맑은 날엔 서해 바다까지 조망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 포인트 가운데 하나.
산행까지 모두 마친 뒤에는 이 지역 특산물인 풍천장어와 복분자주로 허기진 배를 채워주면, 여행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킬 수 있다. 독특한 소스를 이용해 비린내와 기름기 등을 제거해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건강식인 풍천장어는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널리 알려진 별미이며, 오줌을 누면 요강을 뒤집을 정도로 힘이 좋아진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이름붙여진 복분자로 담근 술 또한 천하일미이다.
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사IC로 나간 뒤 좌회전, 선운사 이정표를 바라보며 10~20분쯤 달리다 보면 산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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