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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l 10. 2024

유튜버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책 <나의 돈키호테>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베스트셀러 <불편한 편의점>을 쓴 소설가 김호연이 얼마전 출간한 신간 장편소설 <나의 돈키호테>를 읽으면서 내 머릿 속에 든 첫 생각은 '이 책 이거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이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닷!' 하는 거였다. 보다 정확히는 유튜버 등 무언가 새로운 일을 처음 시작하는 '꿈꾸는 사람들'이 입문서내지는 여행안내서 정도로 한 번 읽어두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거다.​​


단순히 <나의 돈키호테> 소설 속 주인공이 인생 2막을 유튜버라는 직업으로 시작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보다는 스스로에게 '찐산초'라는 별명을 붙이며 요즘 시대 많은 젊은이들이 한번쯤 꿈꿔보는 유튜브라는 핫한 장르를 통해 제2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주인공 솔이의 성장 과정이 인상적이어서다.​​


서울에서 방송 관련 외주제작사 PD로 일하며 운좋게도 대박 아이템을 하나 터뜨렸으나 남의 공로 가로채기 좋아하는 베이비들에 의해 모든 걸 빼앗긴 채 등떠밀려 나온 주인공 솔이. 배신감에 치를 떨며 서울을 등지고 떠나온 그녀가 고향은 아니로되 엄마가 사는 동네이자 어린 시절 몇 년을 보낸 '노잼도시' 대전으로 귀향하는, 아니 낙향하는 장면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나친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까진 얘기할 수 없지만, 그렇게 낙향한 도시 대전에서 실의에 빠져 몸부림치던 어느날 솔이는 중학생 시절 아지트처럼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돈키호테 신봉자 '돈 아저씨'의 비디오 가게가 원래 있던 건물 지하에 거의 유적처럼 혹은 폐허처럼 남아있음을 알게 된다.​​


밀리의 서재 화면캡처

하지만 그 시절 솔이 등 중학생 몇명으로 구성된 '라만차클럽' 어린 친구들에게 멘토겸 후원자로서 아낌없는 관심과 애정을 베풀며 그들의 꿈을 응원해줬던 돈 아저씨는 하나뿐인 아들조차 어디서 뭘하며 살고 있는지 모를 만큼 완전 행방불명이 돼있는 상태. 이런저런 이유로 돈 아저씨를 찾아야만 했던 솔이는 결국 유튜브 방송을 통해 그를 찾아 나서는데...


​문제는 돈 아저씨 가족들조차 대전 비디오가게를 하기 전 그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거였다. 돈 아저씨를 찾기 위해선 그가 과거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어떤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었는지 알아야 했으나 단서가 너무 부족했다.​​


​결국 악전고투 끝에 솔이는 물어물어 과거 돈 아저씨가 강사로 일했었다는 학원과 출판사 등을 찾아내고, 당시 함께 일했던 몇 안 되는 사람들을 찾아 그가 어떤 사람이었으며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를 하나하나 발견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돈 아저씨가 왜 돈키호테를 롤모델로 삼아 스스로를 '한국의 돈키호테'라 칭하게 됐는지도 알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주인공 솔이는 유튜브를 통해 구독자들과 공유하는 한편 돈 아저씨 소식을 아는 사람들을 찾는 제보 창구로 활용하는데, 처음엔 그저그런 흔해빠진 유튜버라 생각하고 시큰둥하던 사람들이 솔이의 진정성과 열정에 동화돼 차츰 열성 구독자로 탈바꿈하면서 그녀의 유튜브는 소위 대박이라는 걸 치게 된다.


이미지출처: 픽사베이


내 경우 이 책이 더더욱 술술 읽혀지고 쉽게 공감대를 갖게 된 이유는 '비디오 가게'라는 우리 세대 '갬성'으로 충만한 무대 배경 때문이었다. 인터넷 공간에서 손쉽게 관심있는 영화를 다운로드 받아 감상하는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와는 달리 내 나이대 중장년층은 영화 한 편을 보려고 동네 비디오가게를 뻔질나게 들락거리며 살아왔기 때문에 폐업한 비디오가게 간판을 배경으로 한 그 무대 위 춤사위에 쉽게 감정이입이 됐다고나 할까.​​


​그 폐업한 비디오가게라는 게 어떤 의미에서는 뒷방으로 밀려나 머잖은 미래에 은퇴를 맞게 될 중장년층 삶과도 비슷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공감대가 더 커진 측면도 있다. 외주제작사 PD로서 제법 잘 나가던 소설 속 주인공 솔이처럼 잘 나갈 때는 다들 나름 큰소리치며 잘 먹고 잘 살던 삶들이었지만, 은퇴 후엔 또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미래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는게 중장년층 세대이다 보니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고나 할까.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 주인공 솔이가 유튜버로서의 낯선 꿈을 키워나가는 새로운 삶은 독자들에게 작은 위로와 행복을 선사한다. 특히 내가 하고 싶은 방송을 하되 구독자들 눈높이에서 그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할 건가를 고민하면서, 나만의 색깔을 입혀 차별화시킨 유튜브를 기반으로, 구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진정성 있는 방송을 해나가는 솔이의 모습은 조용히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천만 구독자를 보유한 쯔양처럼 대성공을 거둔 정도는 아니지만 이같은 주인공 솔이의 유튜버로서의 제2의 인생 성장 과정들을 통해 소설가 김호연은 '망작을 두려워 말라, 프로야구 3할 타자도 열에 일곱 번은 헛방방이를 휘두른다'는 류의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삼진아웃 한 번 당했다고 주눅 들어 다음 타석에선 소신껏 자기 스윙조차 못하는 타자가 된다면 유튜버가 됐든 뭐가 됐든 당신들의 꿈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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