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40년 된 노포 맛집으로 유명한죽성동 장미칼국수를 찾아가 칼국수 한 그릇을 먹는 순간 내 머리 속엔 문득 노래가사 한 구절이 떠올랐다. 노사연 노래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라떼' 유행했던 '바램'이라는 곡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하는 가사가 딱 가슴에 꽂혔는데, 40년이라는 긴 세월이 칼국수 국물 속에 아주 매우 깊이 익어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노포 맛집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내 성향 탓도 물론 있었겠지만, 오래된 군산시내 골목길을 돌고 돌아 찾아간 장미칼국수는 옛 향수를 자아내는 음식점 외관부터가 이미 점수를 크게 먹고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노포였다. 1970~80년대 어디쯤에선가 타임머신을 타고 두둥 하고 등장한 듯한 오래된 건축양식이며, 추억의 빨간 벽돌로 층층이 쌓아올린 벽면 구성이 특히 그러했다.
음식을 먹다가 몸을 조금만 뒤로 젖히면 뒷좌석 손님과 등을 부딪칠 것만 같은 공간을 최대한 아낀 좌석 배치도 향수를 자아내는 건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민감해진 사람들한텐 적잖이 불편한 기분을 초래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한 반에 80명씩이나 되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느라 콩나물시루 교실을 직접 경험하며 살아온 나에겐 그마저도 정겨울 따름이었다.
맛집의 본질인 음식맛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대존맛'이었다. 이 단어가 낯선 분들을 위해 굳이 해석하자면 '대단히 졸라 맛있다' 정도 될 건데, 40년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한 자리에서 꾸준히 장사하면서 그 공간을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거리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맛은 충분히 증명되고도 남았다. 특히 30~40년 된 단골 손님들도 지금까지 꾸준히 찾아온다는 걸 보면 그 맛 역시 꾸준함을 알 수 있었다.
장미칼국수가 손님들로부터 사랑받는 맛의 비결은 "어려서부터 칼국수를 너무 좋아해서 칼국수집을 시작했다"는 이 집 사장님의 마음가짐에서부터 비롯된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본인이 좋아서 만드는 음식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늘 고민했고, 그 결과 다른 음식점들과는 차별화된 맛을 구현해낼 수 있었던 것.
한 TV 방송프로에 소개된 내용을 좀 빌자면 칼국수 면의 쫄깃함을 더하기 위해 일반 밀가루에 제빵용 강력분을 섞어 탄탄함을 집어넣은 뒤, 얼음물을 이용해 차가운 상태로 나흘간 숙성을 시키며, 그걸로도 모자라 이 반죽을 세 번에 걸쳐 압축까지 시킨다니 일반 칼국수 면과는 쫄깃함이나 식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 국물은 여섯 종류나 되는 멸치를 활용해 각각의 멸치들이 갖는 특유의 맛들을 고루 우려낸 위에다가 더 깊고 시원한 국물맛을 내기 위해 바지락까지 얹었고, 화룡점정으로 매콤한 양념장과 실처럼 가늘게 썰어낸 계란 지단까지 예쁘게 토핑해 얹음으로써 맛과 멋을 두루 잘 살려냈다.
장미칼국수 칼국수 맛을 더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는 건 매일매일 새로 담아내는 맛있는 겉절이 김치. 20년 넘게 이 겉절이만 전담하고 있는 주방 이모님이 존재할 만큼 아주 매우 많이 진심으로 큰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이 집 핵심 음식인데, 양념을 아끼지 않고 사정없이 때려부은 그 비주얼은 물론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반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맛을 갖고 있어 혹자는 칼국수보다도 이걸 먹기 위해 장미칼국수를 찾는다고까지 얘기할 지경이다. 진심 몇 킬로쯤 사들고 오고 싶은 비주얼과 맛이었다.
한 가지 재밌는 건 이렇게 장미칼국수가 칼국수 맛집으로 널리 알려져 있긴 하지만, 그 수요 못지않게 돌솥비빔밥과 찐만두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 역시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평소에도 그런지 내가 갔던 그날만 특별히 그랬는진 모르겠으되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한 결과 칼국수보다는 돌솥비빔밥을 먹고 있는 손님들이 더 많았을 정도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칼국수와 돌솥비빔밥, 찐만두를 골고루 주문해 먹고 있었는데, 돌솥비빔밥 그릇이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어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말은 곧 장미칼국수 시그니처메뉴가 칼국수이긴 하지만 안 먹어보면 후회할 '존맛' 돌솥비빔밥과 쫄깃한 만두피가 일품인 찐만두도 꼭 한 번 맛을 보고 오라는 얘기되시겠다.
40년 노포 맛집 군산 장미칼국수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영업을 하며, 브레이크타임은 따로 없다. 매주 수요일은 정기휴무이고, 좁은 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보니 전용주차장이 따로 없어 인근 도로 주변이나 공용주차장을 이용해 주차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