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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소리 Feb 01. 2024

싱글맘 에피소드_딸 이야기

Ep 2.. 딸아이의 사주를 보다.

"이런 사주를 보면 내가 기분이 더 좋아요"


딸아이의 사주를 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미지 제작_The 소리


5월의 싱그러운 어느 날에

세상에 나온 딸은

첫 대면에서부터

특별한 감정을 선사했다.


입덧도 순했고

신 상태에서도

나의 얼굴과 태가 유하고

이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세상에 나오는 스토리도

독특했다.


 아이인 아들을 낳을 때

24시간 진통 후에도

아이가 내려오지 않았다.

머리가 위로 올라가

잡히지가 않는다며

'보통 녀석이 아니겠다'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결국 진통은 진통대로 하고

양수가 터져 산모도 아기도

위험해져서 수술로

낳게 되었다.



한 번의 수술 경험이 있으니

딸아이는 분만예정일에

정해진 시간에 가면

되었기에

병원 갈 짐을 꾸리고 있을 때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괜찮으면.. 수술 시간을 좀

 늦추면 좋겠다. 의사 선생님께

이야기해서 오후에 잡아봐.

아침 10시는 피해 보는 게 좋겠다~"


언니가 나중에 해준 말인즉은
딸아이 사주를 보면
그 시간대에 나오면
너무 화려해서
소위 말하는
연예인급  사주가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아
피곤할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그 시간은
피해 보라는 뜻이었단다.


언니는 명리학을 공부했지만

일체 우리에게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는데

그때 분만시간을 옮겨보라는

그 언질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수술 스케줄을

나하나 좋자고 바꿔달라기엔

병원 입장과 의사 선생님의

다른 일정까지 생각하면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다음날 아침

10시에  예정된 수술 시간에 맞춰

가방을 꾸려놓고

잠을 청했다.


다행히 전날 담당 의사 선생님이

혹시 새벽에라도 진통이 오면

바로 전화하라는 친절한

안내가 있어서 맘 편히

잠자리에 들었다.


뱃속에 아이도

특별한 움직임 없이

잠이 든 듯했고 얼마간

편하게 자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 왔다.

잠에서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진통이었다.

그것도 간격을 두지 않고

심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

자연분만이 아니니 새벽에

찾아온 진통에

잠깐 당황했지만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말하니

짐을 챙겨 바로 오라는

간호사분의 안내대로

서둘러 병원에 도착했다


시곗바늘이

새벽 3시를 가리켰다.


간호사분의 전화를 받고

주무시다 나오게 된

담당 의사 선생님은

진통으로 힘든 나에게

고생할 필요 없으니

바로 수술 진행하겠다며

친절하게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약속된 시간보다 훨씬

빠른 새벽녘에

잠자던 모두를 깨워

스스로의 탄생을 알린

딸아이는

누구도 예상치 않았던

시간에 태어났다.


담당의사 선생님은
"어떤 녀석이 나의 잠을
깨웠을고~~" 라며

직업정신도 투철하게
아이가 나오는 과정 내내
참 친절하고 따뜻했다.


그날 나는
처음 대면한
딸아이의 얼굴을 보고
걱정과 시름이 사라지는
놀라운 감정을 느꼈었는데
그런 감정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너무나 온화한 상태의
마음이었다.

딸아이는 그렇게
태어났다.


이미지 제작_The 소리


5월의 신록이 상큼함으로

물들어가는 어떤 날에

친한 지인언니가 평소

다니던 작은 사찰에

기도차 간다며 함께

가자기에 동행하였다.


사주를 잘 풀고

좋은 처방을 잘한다는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런 곳에는 다니지 않는

나에게도 자연에 자리 잡은

그곳의 풍경이 힐링이 되는 곳이었다.


지인언니옆에 동행한 나는

특별히 궁금한 게 있는지 묻는

그녀(사주를 풀어준다는 비구니스님으로 불림)

에게 중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에 대해

처음으로 묻게 되었다.


엄마라면 모두가

내일신보다는 아이들이 먼저잖은 가..?


아들애는 걱정할 것 없고

자기 밥그릇 놓치지 않으니

갈길 가게 두면 된다며

머리가 똑똑하다는 이야기 등

몇 가지 짚어주었다.


딸아이의 사주이야기가

궁금하던 차에

그녀가 종이 위에 사용하던

볼펜을 내려놓고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정말 이런 사주를 보면

우리 같은 사람은

기분이 너무 좋아요.

이 아이는 엄마가

많이 감사해야 해요.

무지한 인간의 마음으로

큰소리 내서

키우면 안 됩니다.

참으로 영이 맑고

어진 귀인이에요.

아.. 이런 사주를

 마주하는 건 정말

귀한일인데 오늘 정말

기분이 좋네요.

이런저런 걸 다 떠나서

만나서 감사한 인연입니다^^  

이 아이는 누구보다 커요.

그러니 엄마가

함부로 키우지 말고

마음을 더 내어서

잘 보살피세요.

저도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이니

가장 좋은 자리에

등을 밝혀 기도해 드릴게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어요^^

보시로 해드릴게요

참~기분 좋네요^^"


그날 나는 소위 말하는

복채를 내지 못했다.

그녀가 받지 않겠다며

함께 있던 모두에게

그 밝은 기운을 함께 느끼자며

차 한잔씩을 더 내어 주기도 했다.


내려오기 전

그곳에서 모시는 부처님 전에

일금보시를 조용히 하고 나왔지만

함께 간 언니가 그녀가

저렇게 기분 좋게 웃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딸아이를 칭찬했다.


엄마인 나도 처음 듣는

딸아이의 사주는

오행이 적절히 융화된

균형 잡힌 형식이라고 했다.


그때 든 나의 생각은

'그래서 그렇게 그 시간에

나온 거니...?^^ '

였다.


내려오는 길에

미소가 번졌다.

딸아이의 사주가

이런 지 저런 지를

사실 나는 잘 모르지만

그때까지 키워오면서

내가 본 딸아이는

정말이지 그녀의 말이

수긍이 가는 그런 아이였기 때문이다.


나의 딸이지만

내가 만나본 인간군상중에

가장 영이 맑고 마음이 어진

특이한 사람이다.


지금은  성인이 된
딸아이의 사주를
나는 그 이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것보다 더 확실한 건
딸아이가 보여주는
실제의 모습에서
많은 감동을 받으며
살기 때문이기도 하고

매우 성실한 삶의 태도와
기복 없는 감정선으로
일관성 있게 사람을 대하는
어진 마음 씀씀이는
엄마인 나를 예외 하고도
직장 생활에서도
나타나다 보니
어린 나이임에도 사회적인
인정을 받으며
빛을 발하고 있다.

우리가 살다 보면
소중한 인연에 감사를
느낄 때가 많은데
나에게 딸은
더없이 감사한 인연이다.

내가 우리 엄마에게
느꼈던 사랑만큼
딸아이도 엄마인 나에게
느꼈던 사랑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밝히며
행복할 줄 알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나의 아들과 딸을 낳은 것이고
그들과 함께 살아오며
오늘을 맞은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행복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서로에게 존재함으로
그저 더없이 감사할 뿐이다.


이미지 제작_The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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