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 Dec 13. 2022

#43 상상 속의 이미지 그대로의 지상낙원(1)

남태평양의 피지 아일랜드



 짧은 2주간의 여름방학 동안 정신없이 해밀턴 아일랜드와 퍼스를 여행하고 3번째 텀의 학교생활을 마쳤다. 이번 텀 3 역시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는데 코비드가 완전히 물러가서 그런지 학교 행사도 많았고 무엇보다 한국에 있는 조카들을 초청해서 한텀동안 학교생활을 하게 해서 더욱 애쓴 10주였다. 조카들에게 호주 학교생활을 경험하게 해 주려는 좋은 마음이었으나 영어를 잘 못하는 나에게는 학교 등록 문제부터 어려운 난관이 많았고, 새벽 도시락 4개를 싸는 극한 엄마 노릇까지 숨 가쁜 10주였다. 호주에 사는 한인들이 안색이 안 좋으면 하는 인사말이 "어디 아프세요?"가 아니라 "한국에서 조카들이 온대요?"라던 우스개 이야기가 생각난다. 다행히 조카들은 호주 학교생활을 꽤 즐거워하는 것 같았고(이건 정말 아이들의 성향 문제인 것 같다. 우리 애들은 1년 넘게 엄청 스트레스받으며 학교생활을 했기에.) 무사히 정해진 기간 동안 학교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였다.



 드디어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여행이다. 해외에서 떠나는 해외여행, 남태평양의 작은 섬 국가 "피지"로 떠난다. 공교롭게도 시드니에 살면서 첫 여행지가 뉴질랜드 북섬이었는데 코비드 팬데믹으로 내내 갇혀있다가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여행을 해외로 가게 되었다. 시드니에서 이런 남태평양의 여러 섬들을 둘러보는 크루즈 관광도 매력적으로 보였고, 뉴질랜드 북섬을 가느라 비자비용을 많이 써서 남섬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코비드로 인하여 모두 좌절되었다. 코비드 제한 조치가 거의 없어진 지금, 아이들 학교 친구들을 보니 현지인들은 가벼운 휴양지 여행으로 발리나 피지를 많이 가는 것 같다. 그러나 외교부 공지에 피지가 치안 불안으로 '여행 자제' 국가라는 것은 이 글을 쓰는 지금 알게 된 사실로 우리가 머물렀던 리조트 바깥 풍경을 보았을 때 그럴 수도 있겠다 싶고, 우리 가족은 모르고 잘 즐기고 왔으나 이 사실을 안 지금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피지에서 리조트 밖은 위험하다!


 이번 피지 여행은 정말 준비한 게 없다. 그냥 리조트에 누워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좋아 보이는 리조트 두 군데를 2박씩 예약해 두었는데 문제의 그 J별 항공사가 마음대로 비행 일정을 바꾸는 바람에 휴가를 연장할 수는 없고 하루를 앞당겨서 3박 4일 일정이 되어버렸다. 떠나기 이틀 전쯤, 우연히 뉴스를 봤는데 한 가족이 나와서 J별 항공이 마음대로 비행기를 취소하고 대체 편을 보내주지 않아서 발리에서 일주일째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고 울먹이며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오고 모회사인 캥거루 항공 임원이 나와서 미안하네 열심히 하겠네 하여 너무 당황했다. 이 여행 무사히 다녀올 수 있는 걸까, 위약금 때문에 취소할 수도 없고 호텔 예약 사이트를 보며 만일에 경우 아이들과 머물 호텔이 있을지 확인해 보기도 했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가고 5시간의 비행을 하고 피지의 휴양도시 난디 공항에 도착하였다.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이 흐리고 습하고 더운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온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우리의 첫 숙소인 인터콘티넨탈 리조트에 픽업 서비스를 신청했는데 호텔 측에서 비행 편과 예약자 이름만 물어보고 그 뒤 컨펌 메일이 없어서 신청이 제대로 되지 않은 줄 알고 있었다. 공항에서 현금을 조금 환전하는 동안 어찌나 택시기사들이 호객행위를 하는지, 거의 우리 옆에 딱 붙어 있어서 거부감이 들고 불편했다. 우리는 리조트에서는 카드결제를 할 계획으로 환전은 300 호주 달러만 하였는데, 약 430 피지 달러를 받았고 이동시 택시비로 거의 딱 맞춰 사용하였다.


  호텔 측에 픽업 서비스를 한번 더 확인해 보려던 중 우리의 이름을 들고 서있는 직원을 보게 되었고 호텔 이름이 적힌 승합차로 이동할 수 있었다. 물론 비용은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보다 30 피지 달러 정도 더 비쌌는데 직원 말로는 공항의 택시들은 거의 보험이 되어 있지 않아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꼭 호텔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주의를 주기도 하였다. 난디 공항에서 첫 숙소인 인터콘티넨탈 리조트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가는 길옆은 거의 정비 안된 열대 숲같이 보였고 커다란 열매가 엄청나게 주렁주렁 달린 엄청 큰 나무들이 있는데 망고나무라고 한다. 우리 가족은 망고나무는 또 처음 보았기에 신기해하던 차에 코코넛 나무, 바나나 나무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의 다 도착할 때부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매번 폭우와 시작되는 여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42 그저 바위 하나 보러 가는 여행_퍼스(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