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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Dec 19. 2022

#44 상상 속의 이미지 그대로의 지상낙원(2)

남태평양의 피지 아일랜드

 어제는 해가 지고 깜깜해져서야 첫 리조트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저녁 식사하기에 바빴던 터라 리조트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는데 다음날 아침 둘러본 리조트는 정말이지 생각하던 휴양지와 꼭 맞아떨어지는 모습인 것 같았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풀이 있고 어른들만 입장 가능한 바다를 바라보며 수영할 수 있는 인피니티 풀이 있다. 해변의 모래사장과 숙소의 방 사이에는 잔디밭과 야자수가 즐비하고 그 아래 카바나들이 어서 와서 자리 잡으라고 손짓한다.

밤사이 폭우로 촉촉히 젖은 아침


  리조트 직원들은 거의 모두 피지안들인데 모두 웃는 얼굴로 친절하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불라"라고 끊임없이 인사를 하고 다닌다. 우리는 계속 직원들을 좀전에도 만난 같은 사람이라고 착각했는데 외국인이 보기에 아시아인이 구별 안 되는 것처럼 우리 눈에 피지안들이 모두 닮은 얼굴로 보였다. 대체로 키도 크고 건장하고 남녀 모두 머리에 커다란 열대 꽃을 꼽고 다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책이나 핸드폰만 봐도 즐거운 나와는 달리 남편은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식구들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리조트 탐사를 마치고 스노클링을 예약해둔 터였다. 느긋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나는 카바나에 등을 붙이러 가고 아이들과 아빠는 배를 타고 조금 나가 스노클링을 했다. 먼바다로 나갔던 케언즈에서 처럼 큰 물고기는 없지만 작고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걸로 성에 차지 않아 그들은 내가 정말 싫어하는 제트스키에 매달려 바나나보트 같은 것도 타고 오고 아주 신나게 놀았다. 나와 애들 아빠는 정말 성향이 다른데 이렇게 살고 있는 게 가끔 너무 신기하다. 어쨌든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아이들도 엄마한테 요구할 일과 아빠에게 요구할 일을 구별할 줄 안다.

어른을 위한 풀과 아이들을 위한 풀


 리조트 내에서 하루 종일 식사를 해결했더니 대충 피지 음식이 파악되었는데 결론은 최고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맛이 별로다. 특히 시드니와 비교하면 칵테일은 정말 별로다. 힌두교를 믿는 인구가 많다고 하더니 커리가 들어간 메뉴가 많고 중국요리, 파스타 종류 별로 있긴 한데 뭔가 조금 부족한 맛이다. 과일도 열대 과일이 잔뜩 있는데 과수원에서 예쁘게 품종 개량하여 재배한 과일이 아니라 길가에 즐비하던 망고나무 같은 자연스럽게 열린 과일들을 따온 느낌이랄까. 자연 그대로 맛의 과일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예를 들어 수박은 단 맛이 하나도 없어 수분 흡수하는 목적으로 먹는 과일 같고 망고는 실처럼 질긴 섬유질이 촘촘하게 들어 있어 장이 건강해지는 맛이랄까. 물론 리조트 안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없는 고급 레스토랑도 있었지만 굳이 아이들을 두고 맛있고 비싼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하루 종일 수영장에 들어갔다가 바다에 들어갔다가 카바나에 굴러다니다가 욕조에 물 받고 놀다가, 정말 빈둥거리며 휴가를 보내기 딱 좋은 지상낙원이었다. 물질 만능 자본주의 휴가. 마지막 사치를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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