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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Mar 22. 2021

화려하고도 감미로운 남미의 밤

부에노스아이레스 야경 그리고 재즈




어느 장소이든 낮과 밤의 느낌은 참 다르다.

낮에는 화려했던 곳이 밤에는 고요한 분위기를 내비치는가 하면

낮에는 한적하고 평화로웠던 곳이 밤에는 반짝이는 조명과 함께 화려한 곳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난 어느 곳을 여행하든 낮과 밤, 두 얼굴을 모두 보려 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낮은 어느 정도 즐겼으니 이제는 밤을 즐길 차례가 아니던가.


그렇게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머무른 지 약 3주가 다되어 갈 무렵

이젠 친숙한 내 동네인 마냥 츄리닝 입고 편하게 돌아다니게 될 무렵

조금 익숙해진 이 동네를 잠시 벗어나 여태껏 못 누려본 색다른 밤을 맞이해본다.

 

먼저 찾은 곳은 바로 푸에르토 마데로(puerto madero). 

아르헨티노 친구들에게 부에노스아이레스 야경을 물어보면 어김없이 이야기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곳은 부에노스에서 가장 현대적인 느낌을 담고 있는 듯하다. 항구를 중심으로 각종 상점과 세련된 레스토랑, 펍, 클럽 등이 강을 끼고 늘어서 있고 붉은빛을 내고 있는 ‘여인의 다리’와 함께 하나의 야경명소로 자리 잡는다. 늦은 시각이 되자 화려한 매장들 앞에는 매혹적인 드레스와 깔끔한 블랙 정장을 차려입은 현지인들이 속속 모여들고 매장 안에서부터 바깥으로까지 울려 퍼지는 리드미컬한 음악에 힙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오랜만에 눈 앞에 펼쳐진 화려한 밤의 모습에 잠시 정신 팔려 있던 나는 황급히 다음 장소로 이동해본다. 이동하는 사이 오늘 아침에 봤던 일기예보대로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유명한 한 재즈바를 찾았다.

부에노스는 탱고도 유명하지만 유명한 재즈바도 많다. 그중 하나인 Notorious.

 

남미에 입성한 후 처음 경험하는 고급진 분위기에 괜히 손놀림 하나도 고상하게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하나둘 식탁을 메우기 시작한다. 메뉴판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다 시킨 음식들이 나오고 거기에 분위기 낸다고 한번 시켜본 와인 한잔이 곁들여진다.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오랜만에 잔잔하면서도 감미로운 저녁을 기다려본다.



드디어 색소폰, 플롯, 첼로, 피아노 등의 악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각각의 소리들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재즈 연주가 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재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이기에 이건 정확히 어떤 곡을 연주하는 것인지 이 연주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재즈'라 불리는 이 음악 연주에 잠시 맡겨 본 내 마음은 그저 평온하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이 음악 선율에 여태껏 한국에서 생활하며 묻어온 꺼먼 때가 조금씩 씻겨나가는 느낌이다. 가사가 없는 이 음악에는 마치 "괜찮아, 잘해오고 있어. 아무 생각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즐겨봐."라는 노랫말이 스며들어 있는 듯하다. 


그렇게 이 노랫말은 나에게 전달되어 내 마음은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다. 

그렇게 이 시간은 그 어떤 시간보다 감미롭고도 평온한 시간으로 조금씩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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