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무계획의 적정한 균형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무계획이 가장 좋은 계획이지.
영화 ‘기생충’의 말처럼 사람의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죠.
내가 계획한 것들이 내가 계획하지 않은 주변 상황의 것들로 인해 지켜지지 않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나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말 그대로 나의 의지만으로, 계획한 대로, 이끌어갈 수 있지만,
나의 의지가 아닌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의한 것은 나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계획한 삶이 그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계획한 것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예전의 계획은 과감히 접고 빠르게 다른 새로운 계획을 세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을까요?
아니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보는 게 맞을까요.
사실 그 어떠한 것에도 정답은 없어요.
그저 나 자신의 선택일 뿐이고, 나는 그 선택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감당하며 헤쳐나가야 할 뿐이죠.
내가 만약 예전의 계획대로 계속 이끌어 나간다면, 그 계획이 비록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그 계획을 실천하는 것에 있어 미련은 없을 것이고,
내가 만약 다른 새로운 계획을 세워 실천해나간다면 난 또 그 새로운 계획 속에서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이고,
모든 계획을 접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면 그렇게 삶을 이끌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또 다른 길을 만날 수 있을 런지도 모르잖아요.
작년 여름즈음 아는 지인 한분이 저에게 물었어요.
"앞으로의 꿈이 뭐예요? 목표가 뭐예요?"
오랜만에 받아본 그 질문에 잠시동안 머리가 멍해지더라고요.
예전과 다르게,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보고 있는 저에게, 이 삶이 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죠.
어느덧 3년 전이 되어버린 미국행이 취소되었던, 과거의 그날 이후부터 전 삶에 대한 마음가짐을 바꾸었어요.
철저한 계획 아래 죽도록 노력하여도, 그 노력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도 있음을 몸소 깨달은 이후부터
지극히 계획적인, 극 J에 가까웠던 저는 앞으로의 삶에 대한 그 어떤 구체적인 목표도, 계획도 억지로 만들려 하지 않게 되었죠.
인생을 좀 더 열심히 살아보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 만의 삶의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 해요.
많은 자기 계발서들도 말하듯,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이 제 삶의 원동력이라 믿었던 저 또한 이러한 삶을 살며 수많은 계획들을 실천하려 노력해 왔죠. 하지만, 그 또한 정답의 삶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물론 계획적인 삶을 부정하진 않아요. 그 계획적인 삶이 현재의 저를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조금은 무계획적인 삶 또한 나쁘지 않음을 깨닫고 있는 요즈음이에요.
한번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보고 있는 제가 느끼고 있는 한 가지는
이 삶을 살았을 때 조금은 더 다양한 경험을 해 볼 기회가 생기고, 그로 인해 나 또한 내 인생을 더 즐기고 있다는 거예요. 내일 죽는다고 해도 조금은 덜 아쉬운 삶을 살아나가고 있어 그것에 만족해요.
지금 제가 제 인생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또다시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무계획적인 삶이 가져다주는 게으름과 나태함이 내 삶을 갉아먹지 않을 정도의,
지나치게 계획적인 삶이 가져다주는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내 삶을 갉아먹지 않을 정도의,
아예 계획 없이 대책 없이 사는 삶은 아니되,
그렇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계획을 세우고 사는 삶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 현재 오늘의 하루하루 무엇을 할지를 계획하며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고 즐기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또한 정답은 아닐지 모르지만 제 삶에 있어서는 이것이 더 정답에 가까울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전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연애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요.
그것만으로도 제가 이 삶에 대해 만족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