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않는 삶
우리는 남들과 비교하고 남들에게 비교받는 것에 익숙한 삶을 살아오고 있다.
내 삶에 대한 잣대의 기준을 나 자신이 아닌 남들에게 두며 그들보다 뒤처지지 않는 삶, 그들보다 더 앞서 나아가는 삶이 '성공한 삶'이라 배우며 살아왔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내 또래와, 내 형제자매와, 내 주변이들과 비교받으며 자라온 우리에게는 아마도 남들과 비교하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물들었을 것이다.
사실 이 ‘비교’라는 행위 자체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
이 ‘비교’라는 행위로 인해 어쩌면 나보다 나은 대상으로부터는 자극을 받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나보다 못한 대상으로부터는 내가 가지고 있는 소소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삶이 아닌 남들에게 행복하게 비춰지는 삶이 과연 진정 행복한 삶일까?
남들과 비교하기 시작할 때 내 인생은 조급해지고 그 조급함으로 인해 나는 나를 위해 진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려나간다.
내가 일 년 여간 한국을 벗어나 해외여행을 하며 가장 좋았던 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누구와 비교하지도 않고
여행을 할 때 우리는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행을 할 때, 특히 소위 장기여행, 세계여행을 할 때 우리는 우리의 여행을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는다.
동일한 날 여행을 시작했더라도,
어떤 한 여행지에서 만나 함께 여행을 했더라도,
우리 각자의 여행의 과정과 끝은 모두 다 다르다.
같은 유럽여행을 하더라도,
같은 남미 여행을 하더라도,
같은 아시아 여행을 하더라도
각자의 여행루트와 여행방법은 모두 다 다르다.
블로그에 나와있는, 여행책자에 나와있는, 누군가의 여행 발자취를 따라가다가도 중간에는 결국 "내 의지대로, 나의 스타일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의' 여행 이야기로 바꾸곤 한다.
내가 이 여행지에 오래 머문다고,
내가 이 여행지에서 다른 투어를 한다고,
내가 이 여행지는 남들과 달리 가지 않는다고,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다.
내가 다음 여행지에 먼저 간다고,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은 여행지를 간다고,
내가 먼저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간다고,
그것이 “성공한” 여행의 결과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이라는 것은 결국엔 나 자신이 써 내려가는, 남들과 다른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다 보니
한국에서처럼 행복해지고 싶어 발버둥 치지도, 행복해지기 위한 숱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눈앞에 보이는 것들에 집중하고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나에게만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행복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여행에서처럼 우리의 삶을 살 수는 없을까.
왜 여행이 끝난 내 삶은 또 누군가와 비교를 하고 있는 걸까. 남들보다 느리게 가면 왜 내가 뒤쳐진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이라는 현실에서 살고 있는 나는 또다시 이 ‘비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다른 이의 삶에 내 삶을 맞추어 살아가는 것에 또다시 익숙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결국엔 죽음으로 끝나는 삶을 그저 비교만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면 그 얼마나 아까운 삶인가.
그래서 나는 그 ‘비교’하는 대상을 남들이 아닌 “과거의 나”로 바꾸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요소를 내 삶의 지향점으로 두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내 삶의 지향점으로 두고 우선시하는 삶을 다시 한번 살아보고 있다.
비록 남들보다는 뒤처지는 삶을 살고 있을지라도,
나 스스로의 기준을 지키며 과거의 나의 비해 현재의 내가 잘해나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테니깐.
이렇게 살다 보면 또 어느 날 내 입에서는 "행복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