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de: The less important side of a single
음악을 듣다 보면 종종 ‘타이틀곡보다 더 내 마음에 드는’ 곡들을 만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코너 ‘B-Side’는 이렇게 다분히 사적인 경험이 모티브가 되어 출발합니다.
‘B-Side(비 사이드)’는 ‘A-Side’의 반대면, 일반적으로 7인치 싱글 LP 레코드의 뒷면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A-Side에는 흔히 말하는 ‘타이틀곡’이, B-Side에는 정규앨범에 수록하기 모호한 곡이나 커버, 라이브, 혹은 리믹스 등이 부가적으로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코너 ‘B-Side’는 단어 본래의 의미보다 ‘A-Side의 바깥’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둡니다. 비록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좋은 노래들, 단지 ‘수록곡’이라는 한 마디로 묻어두기엔 아까운 노래들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캐내어 공유하려 합니다.
From the album [Serenade] (2019.12.12)
업의 특성상 종종 음악을 소개하고 해설하는 글, 소위 ‘라이너 노트’를 의뢰 받아 글을 쓰게 된다. 씨디에 삽입되는 부클릿이나 삽지에 실리는 글부터 디지털 음원으로 발매되어 인터넷에서 서비스되는 작품의 소개글까지, 여러 편의 글을 써오면서 느꼈던 감정들은 마주했던 여러 음악들의 다양함만큼이나 매번 달랐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평소에 좋아하던 음악가의 새로운 음악을 대중들보다 앞서 들어보고, 또 그것을 나의 글로 소개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 매번 아주 특별한 의미라는 것, 또 단순한 일 이상의 즐거운 무언가가 된다는 것이다.
‘선우정아’는 나에게 언제나 그런 의미로 다가오는 음악가다. 싱글 [봄처녀]를 비롯해 지난해 말에 나온 정규 3집 [Serenade]에 이르기까지, 이 재능과 열정 충만한 음악가의 음악을 글로 풀어 소개하는 작업은 매번 ‘즐거움’ 그 자체였다.
3집 수록곡 ‘to Zero’는 라이너를 쓸 당시부터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그래서 나중에 꼭 한 번 따로 소개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곡이다. 이전에 적었듯 “흡사 ‘James Blake’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편곡이 인상적인” 이 곡은 앨범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실험적인 구성을 취하면서도 팝 음악이 으레 지녀야 할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하는 아름다움까지 잘 보듬고 있어 선우정아의 뛰어난 음악적 역량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시종 관조적이고 차분한 무드로 전개되다가 종반에 이르러 피아노, 현악, 코러스,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이 모두 뒤섞이는 혼돈을 연출하며 “신기루처럼 바스러져 사라지는” 피날레는 무척이나 강한 여운을 남긴다.
From the album [In My Mind] (2020.08.10)
‘Joe Layne’(조 레인)은 아직 대중들에게 널리 이름을 알리진 못 했지만 꾸준하게 좋은 음악들을 발표해온 음악가다. 지난 2년간 여러 장의 싱글, 또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그는 매력적인 중저음을 지닌 괜찮은 보컬리스트, 좋은 송라이터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곡을 직접 연주, 레코딩, 심지어 엔지니어링까지 손수 해낸다.
최근 공개된 [In My Mind]는 그의 통산 세 번째 정규 앨범이다. 불과 2년 만에 정규 3집, 게다가 수록된 곡들보다 훨씬 많은 곡들을 썼지만 그 중 일부만 추리고 추려서 만든 것이 이 작품이라고 하니 평소 그가 얼마나 하드워커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싱글들로부터 감지되었던 흥미로운 변화들이 여기에서 마침내 귀결되는 듯한 앨범이다. 브릿팝, 록, 포크 등의 성향이 짙었던 1집, ‘싸이키델릭’을 테마로 그 속에서 소울, 훵크, 록 등이 다채롭게 버무려졌던 2집을 거쳐 3집에 이르러선 보다 소울 음악에 접근한, ‘그루브’가 뚜렷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장르적인 변화에 발맞춰 빈티지한 사운드를 추구했던 이전 작품들에 비해 사운드도 보다 간결하고 말끔하게 정리된 인상이다.
‘And Time Goes By’는 대체로 산뜻한 그루브가 강조되고 있는 이 앨범에서 상대적으로 차분한 축에 속하는, 하지만 그 또한 자신만의 확실한 그루브를 선사하는 곡이다. 서늘한 빗소리로 시작되어 차분하게 전해지는 칠한 멜로디와 느슨한 그루브가 마치 한가로운 여름의 바닷가를 연상케 하는 이 곡은 아니나다를까, 아티스트가 제주도의 바닷가에서 처음 스케치를 한 곡이라고.
From the album [춤의 왕] (2020.07.01)
밴드 ‘차세대’는 최근 인디씬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젊은 밴드 중 하나다. 씬의 다음 세대를 짊어질 밴드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는 점에서 참 적절한 이름이다-싶다가도 한편 이들이 연주하는 복고 냄새 물씬한 빈티지 로큰롤(Rock’n’roll)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묘하게 역설적인 이름이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된다.
첫 번째 정규앨범인 [춤의 왕]은 그간 밴드가 라이브를 통해 선보여왔던 곡들을 대거 수록한,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밴드의 제 1막을 매조지하는 성격의 작품이다. 그간의 결과물들을 한 번 말끔히 쏟아내 새로운 창작을 위한 여백을 만드는 것, 이 앨범의 가장 큰 의미는 아마 거기에 있지 않을까? 평소에 이들의 라이브를 찾던 팬들에게는 익숙할 여러 악곡들은 공동 프로듀서로 나선 ‘로큰롤라디오’의 멤버 ‘김진규’의 조력 아래 스튜디오 레코딩되어 앨범에 수록되었다.
낭만적인 노랫말과 영롱한 로큰롤 사운드가 어우러지며 마치 청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무드를 연출해내는 ‘O garden’은 빈티지 로큰롤과 카바레 사운드 사이 그 어디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차세대’라는 밴드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곡이다. 전 세대의 청춘이 향유했던 풋풋한 낭만은 이들에 의해 현재 시점으로 끌어올려지고 재구성되어 이 시대 청춘들의 ‘힙한’ 낭만으로 다시금 태어났다.
Editor / 김설탕SUGARKiM (POCLAN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