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어쩌다, 얻어걸린 멋진 음악을 듣다가 함께 들으면 더 좋은 노래들까지 소개합니다>
우연히, 어쩌다 필자의 추천 영상에 얻어걸려 ‘Su Lee(수 리)’의 영상을 클릭하게 되었고 그게 시작이었다. 방 안에서 대충 핸드폰으로 찍은듯한 배경에 웃긴 표정과 몸동작의 그 흔한 “어그로용” 썸네일에 이끌렸던 건 맞지만 그 썸네일은 “어그로용”이 아니었다는걸.. Su Lee (수 리)의 썸네일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뭐지? 단순히 웃긴 영상인가?” 싶어서 눌러본 단 한 번의 클릭으로 그녀에 대해 수많은 궁금증에 휩싸여 영상들을 정주행을 하고 sns를 찾아보며 유추한 결론은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 거주하는 뮤지션이다 (혹시 그녀에 대해 알고 있다면 제보 바랍니다). 국내 음원 서비스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해외 음원 서비스에는 등록이 되어 있는 듯하다) 이렇다할 정보는 없지만 깜빡이 없이 무자비로 분출되는 엉뚱한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글로벌 플랫폼답게(?) 영어로 노래를 부르고 말 한마디 없이 영어 자막으로만 늘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영상을 시작한다. 그녀는 친절하게 모든 가사를 자막으로도 넣어 놓았다. 알록달록한 캐릭터 티셔츠를 바지 안에 넣어 입고서는 가사에 맞춰 화려하게 움직이는 팔과 다리, 그리고 다양한 표정들은 어찌 보면 유튜브에서 크게 놀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충격적이었던 건 그 영상과 함께 흐르는 그녀의 오리지널 음악이었다. 화려한 사운드 테크닉이나 엄청난 보컬 스킬 때문이 아니다. 영상과 너무 대조되는 편안하고 귀여운 사운드에 차분한 보이스톤을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일단 음악이 너무 좋.았.다..! 심지어 작사, 작곡, 퍼포먼스뿐만이 아니라 믹싱, 마스터링도 혼자 다 해내는 그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음악에 다소 평범한 영상을 입혔더라면 아마 클릭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거고 그럼 이렇게 소개할 기회조차 없었을지 모른다.
그녀의 음악을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이 기회를 계기로 포크라노스에서도 소개했던 여러분들도 직접 영상을 접해봤으면 하는 마음에 뭐라 표현하기 힘든 저세상 텐션 뮤직비디오들을 모아 소개한다.
#현생에서_맨정신으로_살아남기_힘든_모든_사람들에게_바칩니다 #저세상텐션모음 #sulee #수리 #향니 #실리카겔 #박보민 #다섯 #Hippo #히포
처음 클릭을 했던 바로 그 영상이다. 그녀가 (자막으로)말하길 ‘소위 ‘멘붕’이 왔을 때 쓴 노래이며 혼란스러운 시기에 엉덩이와 어깨를 흔들며 그저 춤추길 바란다고 전하면서 시작한다. 근심과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분들이 있다면 자기 전에 그녀를 따라 방 문 앞에서 한번 춤을 춰보자.
인스타그램에 ‘다음에는 뭘 만들면 좋을까요?’라고 질문을 남겼는데 한국어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처음으로 한글 가사로 만든 노래라고 한다. “빛”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 역시 한국어를 소리 나는 대로 영어 자막을 입혔다. 희망찬 가사의 ‘한국어 튜토리얼 영상’ 같은 ‘오피셜 뮤직비디오’를 감상해보자!
멤버들의 군 복무로 인해 2년 6개월의 공백을 깨고 최근 싱글 “Kyo181″를 발표하며 팬들의 곁으로 돌아온 실리카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세련된 음악과 영상을 선보였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영상과 음악은 2016년 발매한 네 난쟁이가 등장하는 “두개의 달”이다. 친절하게도 이야기를 내레이션으로 풀어주지만 여전히 종잡을 수 없다. 최측근의 말에 따르면 과천과학관에서 블루 스크린 기법으로 촬영을 한 이 뮤직비디오는 초 저예산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오픈된 공간에서 촬영을 하여 일반 관람객들이 지나가며 자유롭게 구경하였다고 하는데 ‘뭐 하는 사람들인가…?’ 싶었을 멤버들의 익살스러운 자칭 B급 정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TMI: 덧붙이자면 뒷풀이 회식비가 제작비보다 더 많이 나왔다는 풍문.
향니가 향니한 뮤직비디오. 이번 에피소드에서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뮤직비디오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2019년에 발매한 “누구보단”은 숨은 보석 같은 노래이다. “난 뭐가 되기 싫어”라고 말하지만 영상에서 그녀는 무엇이든 되고 될 수 있다는 나름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 보기도 한다. 가사와 영상을 어떻게 매치해서 봐야 할지 당혹스럽지만 웃느라 바쁜 댓글을 보면 “누구보단” 못한 또는 나은 삶을 산다고 얘기하는 향니는 누구보다 멋진 뮤지션이다. “바이러스의 편지”와 최근 발매한 “아로마 테라피” 뮤직비디오도 강추한다.
“울희액이”는 부담스러운 복학생이라는, 일상에서 공감할만한 주제를 재치 있게 풀어낸 박문치의 첫 발매작이다 (TMI: 박보민은 박문치의 본명이다). 다양한 의미(?)로 사람들을 소름 돋게 만든 이 곡은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을 해야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2017년에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영상미와 레트로 사운드는 오늘날의 박문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중독성 강한 후렴이 인상적인데 *따라해보세요*라는 자막에 부끄러워하며 극혐이라고 짜증 내지만 자신도 모르게 계속 듣고 있다는 댓글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신인 뮤지션 quinn_ (쿠인)이 2020년 8월 31일에 발매한 첫 싱글 “난빤쓰만입고도멋진생각을해” 또한 저세상 텐션과 어울리는 영상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본 “울희액이”와 비슷한 결의 영상과 경쾌한 리듬의 신스팝 곡이다. 나는 빤스만 입고도 멋진 생각을 한다는 고백을 하는 이 노래는 반대로 그 누구나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물론.. 영상에서처럼 빤스만 입고 밖을 돌아다녀서는 안되겠지만 말이다.
해리 포터가 졸업사진을 찍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프로필 사진에서부터 이미 저세상 텐션이 느껴지는 신인 뮤지션 Hippo(히포)의 음악은 의외로 트렌디한 팝 음악에 가깝다. 감미로운 보컬에 오히려 릴렉싱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앞에 소개한 영상&음악들과 달리 조금 다른 분위기에 저세상 텐션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하이퍼(Hyper) 텐션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지구 위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기도 하고 샌드위치 사이에 누워 잠을 자기도 하고 소극적이지만 다소 귀엽기까지 한 동작들에서 보통은 아니겠구나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마에 난 뾰루지에 시선 강탈 당했다.
유튜브에서 한방에 듣기
Editor / Fake Gold
Karina.do@poclan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