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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mit Trucker Mar 27. 2023

빼앗은 들에도 봄은 오는가

끝없는 겨울 폭풍

Neverending Winter

화요일까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로 가는 화물을 운송 중이다. 일본으로 수출하는 쇠고기다. 비교적 넉넉한 일정으로 받았건만 수요일이나 목요일까지도 도착 못 할 것 같다. 겨울 폭풍 때문이다. 이번 겨울은 끝이 없다. (원주민에게서) 빼앗은 들에도 봄은 오는가?

I-80번 고속도로 와이오밍 구간이야 자주 막혔다 열렸다 하는 곳이니 그런가보다 하지만, 이번에는 네브래스카 거의 전 구간이 막혔다. 네브래스카는 산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지다. 바람은 좀 불어도 눈으로 막힌 적은 없다. 다들 이번 겨울 날씨가 최악이라고 울쌍이다.

트레이닝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이중고를 겪는다. 고정비용 때문이다. 트럭 페이먼트와 트레이니 페이는 꼬박꼬박 나간다. 지난달부터 트레이니 페이 지급 체계가 바뀌어서 이전보다 한 주에 200~300불이 더 나간다. 트럭 페이먼트와 맞먹는 액수다. 프라임이 최근 몇 년간 어떤 송사에 휩싸였고 그 판결 결과로 트레이니의 페이를 더 지급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문제는 그 늘어난 비용을 트레이너에게 고스란히 전가했다는 점이다.

불경기로 화물 운송이 줄어든 상황에서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아 길에 며칠 씩 멈춰 있으면 수입 저하로 이어진다. 페이스북의 프라임 트레이너 게시판에는 몇 주째 학생보다 자신이 가져간 돈이 더 적으며, 심지어 마이너스가 났다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다들 2분기에는 날씨가 풀리고 화물이 늘어나겠지라는 희망으로 버틴다. 만약 2분기 이후로도 화물 운송 경기가 지금처럼 나쁘면 트레이닝을 포기하는 사람이 속출할 것은 자명하다. 지금 속도면 C의 트레이닝을 마치려면 6월말이나 7월 중순이 될 것 같다.

나는 C의 트레이닝을 시작한 이후 눈폭풍을 비교적 잘 피한 편이라 날씨에 따른 차질은 적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대로 걸렸다. 달리 우회할 도로도 없다. 그곳도 마찬가지 상황이니까. 게다가 관측 이후 역대 두 번째 적설량을 기록했다는 캘리포니아의 도너 패스에 수요일까지 수십 인치 적설량을 몰고 올 눈폭풍이 예고되어 있다. 원래는 아슬아슬하게 피해갈 수 있는 일정이었지만, 지금 네브래스카에서 하릴없이 앉아 있어서는 도리가 없다.

이상 기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더 심해질 것이다. 북서부 지방은 5월에도 눈이 내린 적이 있다. 당장의 날씨는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다.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하는 게 최선이다. 항상 명심해야 할 격언은 "내 목숨보다 귀한 화물은 없다"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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