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0시, 발송처를 출발할 때는 일이 이렇게 틀어질지 몰랐다. 새벽 2시 약속인 첫번째 배달처에서 아침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서류를 받아서 나올 수 있었다. 그 다음 약속이 오전 8시 30분인데 이미 지났다. 처음에는 짐 내리고 나서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염려했다. 14시간 업무가 끝나서 최소 7시간은 어디서 쉬어야 한다. 그런 염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짐 내리는 데 9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곳이 최종 배달지였으면 괜찮다. 짐 내리면서 밤새 주차도 하고 10시간 휴식도 취하며 디텐션 페이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
최종 배달처로 서둘러 달려갔지만, 이미 하차 업무는 오전 10시에 끝났단다. 이런 젠장. 회사에 연락해 오후 11시로 다시 약속을 잡았다. 근처에 트럭 10대 정도 세울 수 있는 작은 트럭스탑이 있다. 마침 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
트럭을 주차하고 집에 가는 버스표를 내일 아침으로 다시 예매했다. 그런 후 냉장고 털이를 시작했다. 집에 가기 전에 냉장고에 있는 음식 중 상할 것들을 최대한 먹어 없애기로 했다. 남은 햄버거 스테이크 2개는 전자레인지에 조리해 먹었다.
기다리며 트럭 실내나 청소하려 했더니 진공청소기가 망가졌다. 손잡이가 깨져 있어 그런지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존에 하나 주문해야겠다.
요즘 화제인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을 시청했다. 재미있다. 전도연이라는 외소한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이런 영화도 만들 수 있구나. 오락영화로 나무랄데 없다.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니까 오후 10시 30분에 출발하면 되겠다. C를 먼저 집에 보내길 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