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바는 약 50개월 된 숫고양이다. 생후 약 6주 후에 우리집에 왔다. 겁이 많아 거의 집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아내가 공원에 한번 데려갔다가 개들에게 겁 먹고 나무 위로 올라가는 바람에 녀석을 내리느라 곤욕을 치른 적 있다.
집돌이 고양이 심바가 졸지에 트럭 고양이가 됐다. 아내와 아이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내가 심바를 돌보게 됐다. 고양이를 데리고 해외 여행은 비용과 절차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심바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며칠 시달릴 각오를 했다. 트럭커의 반려 동물은 개가 압도적이만 드물게 고양이도 있다. 고양이 트럭커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며칠만에 적응했다고 한다.
집에서 침대 밑에 숨은 심바를 잡아 억지로 케이지에 넣고 승용차에 실어 터미널로 가는 동안 심바는 야옹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트럭으로 옮긴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이틀 정도는 식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 며칠 운전석 아래, 조수석 아래 등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보더니 최종적으로 이층 침대에 놓아둔 케이지를 거처로 삼았다. 식사량도 점차 늘었고 배변도 정상적으로 했다. 좁은 트럭이지만 활동 반경도 조금씩 넓히더니 이제는 대부분 공간을 이용한다. 트럭 캐빈은 수직으로 약 3미터의 공간이 나오고 수납 공간을 따라 캣 워크(cat walk}라고 할만한 고공 이동 경로도 있다. 트럭 내부가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에 맞다.
예상 외로 심바가 트럭 생활에 잘 적응해 놀랐다. 집에서는 어쩌다 한 번 얼굴을 보이는 내게 데면데면 했는데 이제는 내 손길에 몸을 맡기는 등 제법 친한 척을 한다.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을 한 듯 하다.
고양이는 조용한 동물이다. 야행성이다 보니 낮에는 존재감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밤에 트럭이 멈춰 있는 동안 아래로 내려와 용변도 보고 물도 마신다. 몇 시간마다 산책을 시켜줘야 하는 개에 비해 손이 덜 간다. 밥 주고 화장실 청소만 해주면 따로 해 줄 일이 없다. 놀아달라고 칭얼대는 일도 없다. 그렇다고 아주 무심한 것도 아니다. 적당히 주의를 끌 줄도 안다. 가끔 몸을 부벼 오기도 한다. 밀당의 고수다. 집에서 보다는 내 손길을 많이 허용한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환경에 적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