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바와 다닌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심바는 이제 어엿한 트럭 고양이가 됐다. 데시 보드 위에 앉아 무심한 얼굴로 창밖 풍경을 관조하는 고수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 했으나, 데시 보드에 앉는 단계까지는 갔다.
고양이는 야행성인지라 심바도 낮에는 자고 저녁 이후에 내려와 물도 마시고 용변도 보는 등 약간의 활동을 한다. 심바가 낮에 2층 침대에서 내려오는 경우가 있는데 무더위 때문이다. 트럭이 달리는 동안에는 90도가 넘어도 어찌어찌 냉방이 되는데, 멈춰 있는 동안 작동하는 벙커 쿨러로는 아래 층 침대롤 시원하게 하는 정도다. 그것도 운전석과 슬리퍼 공간을 분리하는 암막 커튼을 쳤을 때 얘기다.
특히 내가 타는 프레이트 라이너는 침대 2층 영역에 환기 장치가 없다. 태양열에 달궈진 지붕의 열기가 고스란히 모인다. 안 그래도 털옷을 입고 있는 심바이니 얼마나 덥겠는가? 모공이 없어 땀도 흘리지 못하고, 개처럼 혓바닥으로 열을 발산하는 것도 아니니, 고양이는 여름철을 어떻게 나나 모르겠다.
아무튼 심바도 이러다 죽겠다 싶었는지 자다가 일어나 1층으로 내려와 쉰다. 1인치도 안 되는 짧은 털이지만 엄청 빠진다. 월마트에서 털 손질하는 솔을 산 이후로 조금 덜 흩날린다. 온통 털천지인데 내가 무심해서 그런가 그다지 신경 쓰이지는 않다.
집에서는 내가 손도 대기 어렵게 도망 다니던 심바가 이제는 개냥이 수준에 조금 못 미치게 먼저 몸을 부빈다. 특히 볼 부분을 강하게 문지른다. 고양이 볼에 페르몬인지 뭔지가 분비되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나 물건에 문지르고 소유 표시를 한다는데, 그러기에는 얘 안 아프나 싶을 정도로 세게 문지른다. 볼을 맛사지 할 때 도파민이라도 나와서 쾌감을 느끼지 않나 싶다.
고양이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동물이다. 심바는 하루에 5~6 스푼의 사료를 섭취한다. 그리고 약간의 물이 전부다. 내가 먹는 것들에는 냄새만 맡고 관심이 없다. 희안하게 우유에는 반응한다. 고양이는 유지방 소화 효소가 없어 일반 우유는 해롭다고 하니 몇 방울 맛만 보여주는 정도다.
요즘 개나 고양이는 반려동물이라며 다른 동물과 차별을 두는데 나는 위안동물이라 칭하고 싶다. 심바는 내게 위안을 준다. 극세사보다 가는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면 마음이 안정된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새까만 눈에서는 귀여움이 폭발한다. 그러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적당히 할퀴고 깨문다. 밤에 내가 잘 때 심바는 활동시간이다보니 몇 차례 나를 깨운다. 그때는 사료를 주거나 볼맛사지를 잠깐 해준다. 그러면 또 혼자 조용히 논다. 쪽잠에 익숙한 직업이라 수면에 큰 지장은 안 준다.
약 보름 후에는 심바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리라. 보다 넓은 공간에서 조용하고 편안할 삶을 찾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 나와의 동행이 심바에게는 일생에 다시 없을 즐거운 모험의 시간이 됐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