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ermit Trucker
Sep 25. 2023
최근 몇 달간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즈음 부터다. 여름 내내 무기력과 혼란에 빠져지냈다. 그래도 트럭 드라이버라는 직업이 있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내가 겪은 일을 지나가는 갱년기 증상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오랫동안 눌러왔던 인지부조화 상태가 표면화됐다는 게 현재 나의 진단이다.
"인지부조화"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Cognitive dissonance)란, 사람들이 자신의 태도와 행동 따위가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불균형 상태이다. - 출처 : 나무위키
정확한 용어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겪은 상태에 대한 근접한 설명이리라.
나는 생각과 현실이 양립할 수 없을 때 느끼는 불편함을 직시하기 못하고 도피했다. 이상과 현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불편한 감정이 든다. 해결책은 생각을 바꾸거나, 현실을 변화시키면 된다. 아니면 둘 다 하거나.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이런 과정을 거친다. 타협이라고도 하고, 현실순응이라고도 하고, 철이 들었다고도 한다. 현실을 바꾸는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게는 생각을 바꾸는 게 쉽다고 여긴다. 그런데 생각과 현실은 별개가 아니다. 깊은 심층의 생각을 바꾸면 그 반향으로 현실이 구성된다. 속마음까지 바꾸지 못하면 자기기만일 뿐이다.
10대의 내가 가졌던 꿈과 50대의 내가 가진 꿈이 같을 수 없건만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걸 인정하면 내 인생이 실패한 것 같아서였다. 내 가치가 변하고 처한 상황이 달라졌음을 인정해야 했다. 현재의 내 상황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든 것이니까.
삶이 꼬이고 수렁에 빠진 기분이 들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현실 인식이다. 나 자신의 능력과 상태, 나를 둘러싼 환경을 냉정히 파악해야 한다. 어제까지의 나는 잊고 오늘 다시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 물론 과거의 카르마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받아 들이자. 현 상황에서 내 가치를 추구하며 이룰 수 있는 최상의 결과가 무엇인가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살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이 좀 더 명료해졌다.
일단 트럭 운전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가족들에게 해주고 싶은 삶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두 배 가량 수입이 필요하다. 좀 더 넓고 쾌적한 주거환경, 여분의 차량, 문화 생활, 여행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비용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10배 가량 더 벌면 될 것 같다. 연 10억원 정도의 수입이면 돈 걱정 없이 주변에도 베풀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그 정도면 즐겁게 추구할 수 있는 목표라는.
현재 주수입원인 트럭 운전은 이르면 5년, 길어도 10년으로 본다. 그 기간 동안 시드 머니를 만들고 비즈니스를 준비한다. 주식 트레이딩 공부와 책읽기, 글쓰기 정도면 나름 만족스러운 여가 활동이다.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도 필수다. 이번에 집에서 케틀벨을 가져와 하루에 몇 분씩 운동하는 정도인데도 컨디션이 훨씬 좋다.
매일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하루를 열심히 살다보면 생을 마감할 즈음에는 그래도 괜찮은 인생이었다고 추억할 수 있겠지. 앞으로는 남 눈치 덜 보고 나를 위한 시간을 더 갖자. 인생은 계획대로만 되지 않으며 우연한 기회와 행운이 다른 길로 인도하기도 한다. 그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그 시점에서의 상황 인식에 바탕해 최선의 가치를 추구하며 유연하게 대처하면 된다.
2023년 9월 24일 일리노이 주 폰툰비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