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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Apr 23. 2023

이렇게 멀쩡한데 전방십자인대 완전 파열이라고?

보존 치료 후 선택적 수술

훗날 이 선택을 후회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던, 내 선택이 옳았는지는 결코 알 수 없다. 모든 일은 수많은 선택과 그에 따른 우연의 결과일 뿐이며 그것은 비가역적이니까.


즉, 돌아가서 다른 선택을 해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동시에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 경험과 시간을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낼 것이며, 더불어 그 흔적을 남길 것이다.


이 글이 누군가에겐 도움이나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부터 보존치료 재활 일지, 또는 결국 수술을 하게 된다면 수술 후 재활일지를 적어 나갈 것이다.




우측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었다.


시작은 22년 11월…

무릎에 과도한 회전 압박이 있었다.

무릎을 바닥에 고정시킨 채 상체를 과도하게 돌려서 꽤 장시간 버틴 것이다. 내 상체힘이 겁나게 센 건지, 아니면 내 인대가 쿠크다스마냥 약한 것인지…


그런데

충격량 = 충격력 x 시간’ 아니던가.

ㅇㅇ. 나는 그 회전 압박이 있는 상태로 인대가 찢어지기에 충분한 시간을 버틴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방십자인대 완파의 주요 증상인 뚝 소리는 듣지 못했다. 다만 오른쪽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이것도 인대 파열 증상 중 하나였건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다리를 다 펼 수도 없었고, 쪼그려 앉을 수도 없었다. 특히 다리를 왼쪽으로 회전할 때, 점프해서 착지할 때 통증이 있었다.

다리 붓기는 거의 없었다.


늘 찾아가던 동네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증상이 약했던 지라 mri는 찍지 않았고, 단순 염좌이니 약 먹고 휴식하라는 진단을 들었다. 한 달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그때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운동 좋아하는 건 아는데요. 딱 하루 때문에 삼 년을 후회할 일 만들지 마세요. 운동을 좋아하니까 더더욱 드리는 말씀입니다. 나처럼 되지 마시라고요. 내가 그날 그 운동을 안 했더라면, 내가 그날 쉬었더라면… 이 생각…. 평생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때 그 선생님 말 듣을걸… 후회하지 말라고요. “


아… 이 말 듣을걸…


단순 염좌라는 말에 나는 보조대를 착용하고 운동을 진행했으며, 신기하게도 한 달쯤 지나니 나아졌다. 통증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계단 오르내릴 때나 걷거나 뛸 때는 통증이 없었고, 무릎을 과도하게 비틀거나 무릎을 꿇을 때 통증만 남아있었다.


무릎은 다 나았다고, 아니, 적어도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맘 놓고 운동하던 어느 23년 2월…

운동하다가 다리가 어딘가에 걸려서 무릎이 미끄덩 나갔다 들어오는 무척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의 주요 증상인 무릎 밀림 증상이었다.


이번엔 야탑에 유명한 b정형외과를 갔다.

의사 선생님은 내 무릎을 살짝 눌러보시더니 바로 mri 부터 찍자고 하셨다. 왜인지는 몰라도 이학검사, x-ray, 초음파 등의 절차는 생략했다. 그리고는 mri 상으로 전방십자인대가 보이지 않으니 바로 수술 들어가자고 하셨다.

 

 “이 정도면 다치셨을 때 많이 아프셨을텐데…“

 “아뇨… 별로… 근데 그건 뭐 주관적인거니까…”

 “많이 덜렁거리셨을텐데요?”

 “아뇨…. 덜렁거리는게 무슨 느낌이죠?“


뭐지??? 나 인대 없어도 멀쩡한 인간인가?

아니면 메가급으로 둔한가??


의사샘은 내 대답을 못 들은 척 하셨다.


 “나가서 상담 받고 수술 일정 잡으세요. 한 달 목발, 6주 보호기 차셔야 할 겁니다.”


어?? 어?? 이게 다야??? 나는 그렇게 진료실에서 내쫓가더시피 나왔다.


수술 날짜는 잡지 않고 그냥 나왔다.

그리고 그간 정들었던 코치님을 찾아갔다. 나아가는 줄 알았던 내 무릎을 찢어야 하고 그로 인해 최소 반년은... 아니, 어쩌면 이 운동은 아예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너랑은 못 볼 거 같다.

라는 말을… 그러니까 작별인사를 하러 갔다.


내 생활, 건강 그리고 삶의 방향성까지….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바꿔준 고마운 내 첫 스승님…

이 길로 가서 ‘잘 지내세요.‘ 하고 나온다 해도 울지는 말자. 쿨하게 나오자.

내가 스승님이랑 헤어지는 거지 운동을 못 하는 건 아니잖아. 반년후면 다른 운동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아니, 운전만 가능하면 상체 운동은 가능하자나!! 그러니까 궁상떨지 말자. 라고 생각했건만…


막상 나보다 더 울 것 같은 스승님의 얼굴을 보니…


“재활하고 다시 올게요.”


하… 나이 마흔 먹고 작별인사 하나 제대로 못 하나.

그리고 왜 나보다 니가 더 그렁그렁한 건데…


속에서는 이런저런 감정이 휘몰아치는 상태였지만, 그것이 얼굴에까지 가지 않도록 제어를 했다.

ㅇㅇ. 환하게 웃으며 다른 친구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어떤 분 말씀하시길…


 “원래 수술은 병원 최소 3개 이상 가보는 거예요. Y병원 좋으니까 거기도 가봐요.”


아니, mri가 제일 명확하다던데 다른 병원을 또 가본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생각은 들었지만, 이제 통증도 없고 무릎 밀리는 느낌도 없는데 그냥 막 수술을 해버리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 확인 사살 해보자!! 처음 처맞는 게 아프지 두 번째도 아플까.


그래서 실낱같은 희망과 mri 복사본을 들고 Y병원을 방문했다. ㅇㅇ. 확인 사살을 받으러 갔다.


너무 길어지니 2화에 이어서 쓸게요.

이제 공부하러 가야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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