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7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 자주 하세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

by 김국주 Jan 26. 2025

사랑해.


내 아이들을 보면 저절로 나오는 말…

그리고 때로는 그보다 먼저 나오는 말…


미안해…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왜 이리 미안할 일들이 자꾸 생기는지… 하나하나 따로 보면 사소한 일들인데 그것들이 하나둘씩 마음에 박히면서 사소하지 않은 의미를 만들어냈다.


거기에 더해 둘째를 낳고 출산우울증까지 겪었다.

당시에는 내가 우울증 인지도 몰랐다. 감정을 제어하기 힘들었고 엄마로서 실수가 잦았다. 고작 4살짜리 첫째 아이에게 툭하면 소리 지르고 화를 냈다. 4살짜리가 무슨 잘못을 한다고… 안 먹는다고 화내고 안 잔다고 화를 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첫째 아이, 도통이가 나에게서 등을 보이고 앉아서 놀고 있었다. 귤을 까먹고 있던 나는 문득 아이에게 귤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뒤통수에 귤을 던졌다. 그렇다. 아이의 머리에 귤을 던졌다! 그냥 줄 수도 있었건만… 나는 그걸 아이에게 그 어떤 신호도 없이 말도 안 하고 던져버린 것이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때 나는 아이에게 바로 미안하다고 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퍽 소리에 당황해 버린 나는 아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었다. 엄마로서 말도 안 되는 반응을 해버린 것이다.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보며 따라 웃었다. 아이는 엄마가 본인에게 화를 낸 게 아니었다는 사실. 귤을 던진 행위가 그저 장난이었다는 사실이 귤을 머리에 맞았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했던 것이었다. 그때 나는 그랬고 아이도 그랬다. 내가 그때 아이에게 바로 미안하다고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어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의 눈이 아직도 이리 생생할까.


미안해…


그래서인지 둘째를 어린 나이부터 어린이집에 보냈다.

나는 아이에게 정성을 쏟는 엄마는 아니었다. 하루는 어린이집에서 사진 한 장을 받았는데 반 아이들이 모두 토끼 인형을 안고 있는 사진이었다. 아마 아이들이 직접 만든 인형이었을 것이다. 뭐 선생님께서 거의 다 만드신 것이었겠지만… 어쨌든 아이들은 각자 본인의 토끼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토끼에는 예쁜 눈코입이 달려있었다. 우리 아이의 토끼만 빼고… 우리 아이의 토끼 얼굴에만 매직 사인펜으로 눈코입이 엉망진창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날 차마 아이에게 묻지는 못했다. 아마 알림장에 적혀있었을 것이다. 아이의 토끼 인형에 눈코입을 달아달라고… 나는 그것을 보지 못했고… 아니, 보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 아이의 토끼에만 눈코입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직접 그려 넣은 것이겠지.


미안해…


아이는 지금까지도 그 토끼 인형을 꽤 아낀다. 그리고 나는 그 토끼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린다.


그로부터 5년 뒤… 나는 뒤늦게 사과를 했다.


“막냉아, 미안해.”

“뭐가요? 왜요? “

“그때 너 다섯 살 때… 어린이집에서 저 토끼 인형 만들 때… 엄마만 우리 막냉이 토끼에 눈코입 안 달아줘서 속상했지?”

“그게 왜 속상해요?”

“우리 막냉이가 저 토끼를 많이 아끼니까…“

“엄마. 저 눈코입을 제가 직접 그린 거니까 더 아끼는 거죠. 그걸 왜 미안해해요. “


그리고 도통이에게도 너무 늦은 사과 했다.


“도통아… 그때 너한테 귤 던져서 미안해.”

“… 언제요?”

“너 다섯 살 때…”


그러자 이제 곧 중학생이 되는 우리 첫째 아이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 저 지금 13살인데요? 그리고 귤 좀 던질 수도 있죠. “


그리고는 지 아빠한테 가서 이렇게 말했다.


“아빠… 엄마 오늘 이상해요.”


아… 우리 아이들이 벌써 이리 자라 버렸다.

작은 아기였을 때 사과할걸. 아이들 특유의 관대함에 오히려 내 성장이 더뎌져서 사과가 너무 늦어버렸다. 생각해 보면 우리 엄마도 가끔 나한테 이런 말씀을 하신다.


“국주야… 그때 너 어렸을 때 봉사활동 못 가게 해서 속상했지? 미안해.”


“…. 봉… 뭐요? 언제요? “

“너 열다섯 살 때… 엄마가 불안해서 못 가게 한 거야. “

“엄마… 저 지금 마흔넷인데요? “

“너 그때 방에 들어가서 울었잖아….”

“엄마… 나 봉사활동 같은 거 안 좋아해요. 아마 갔었어도 고생만 하고 투덜대면서 왔을 거예요. “


봉사활동을 못 가서 울었던 거 따위 기억에도 없다. 아니 애초에 내가 봉사활동을 가고 싶어 했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과거의 나는 착했었나 보다. 그래도 엄마는 그게 두고두고 생각나시는 모양이다. 그리고 나도 아마 두고두고 기억하겠지. 아이들은 그 일들을 잊어도 나는 계속 기억할 것이다. 사소한 일이지만 사소하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그즈음… 엄마의 마음 치료라는 강의를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께서 첫째 이야기를 해보라기에


“우리 도통이는요…”


이렇게 말하고 계속 울기만 했었다. 그저 이름만 말했을 뿐인데 눈에서 눈물만 철철 흘러나왔던 기억이 있다. 한참 울고 나니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솔직히 앞내용은 생각 안 난다. 맨 마지막 말씀은 이거였다.


“아이를 많이 사랑하시네요. 사랑한다고 많이 말씀해 주세요. 그 사랑해라는 말은 아이의 마음에도 들어가지만 엄마 마음에도 들어갑니다. “


사랑해.


그렇구나.

내가 하는 말은 내 아이에게뿐 아니라 나에게도 들리는구나.


온 마음을 다해 너를 사랑해.



둘째 아이의 토끼 인형 - 저 얼굴 더 뭉개질까봐 세탁도 못함둘째 아이의 토끼 인형 - 저 얼굴 더 뭉개질까봐 세탁도 못함





부모가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합니다. 육아 과정에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물론 엄마의 마음이 죄책감으로만 뭉쳐있으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는 잘해보려는 노력의 과정이니 충분히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이에게 바로 사과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더라고요.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망설이지 마세요.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이 모든 감정의 근원은 사랑이니까요.


사랑해.

화요일 연재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