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시작된 두 남녀의 운명적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 90년대의 아날로그적 낭만이 가득 담긴, 이제는 고전이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그런 영화였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운명적 사랑이 어떻다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사랑이란 게 누구나 시작되는 순간에는 운명적이라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저 현실이 되어버리는 걸 잘 알기에..
그렇기에 난 그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가지만 이야기하고 싶다. 이 두 가지 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완벽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영화 음악이다.
엔리오 모리꼬네의 메인 테마곡인 Piano Solo.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 음악은 이미 내 플레이리스트에 저장되어 있어 많이 들어왔기에 익히 알고 있던 곡이다. 영화 내용을 모른채 들어도 너무나 좋은 곡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스토리가 입혀지고, 감정이 더해지니 음악의 감동은 배가 되었다. 특히 곡 중간에 허밍으로 부르는 부분은 정말이지 예술이다.
영화가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런 음악을 알고, 마음으로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건 인생의 깊이를 더해주는 행복한 일이다.
영화의 메인 포스터 장면이기도 한 키스신 중간에 나오는 약 3초도 안되게 짧게 나오는 키스신은 내가 그동안 봐왔던 수백 편의 영화 가운데 역대 최고의 키스신이었다. 분위기, 색감, 조명, 촬영 각도, 음악까지 모든 게 완벽한 씬이었다. 왜 이렇게 짧게 나오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고 감상에 젖어드는 2020년의 마지막 저녁이다. 오늘 이 영화를 보기로 선택한 건 올해 중 가장 잘한 일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점-종점 규칙이라는것이 있다. 지난 일을 평가할 때 가장 좋았던 일과 가장 마지막 일이 그 경험 내용을 결정한다. 시간이 지나면 정점과 종점을 제외한 일은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는 의미의 단어이다.
올 한 해의 정점은 무엇이었는지 확실치 않지만, '러브 어페어' 덕분에 종점만큼은 확실히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