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익숙한 것을 듣기를 좋아하고, 눈은 항상 새로운 것을 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굉장히 공감이 되는 이야기이다. 여행을 하더라도 이미 가본 곳보다는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반면, 귀로 듣는 음악은 원래 좋아하던 편하고 익숙한 것을 주로 듣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때로는 시각도 보수적인 경우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특별한 장소에 가는 것. 이미 수십 번 갔다 왔지만, 또 가도 좋은 곳.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지만 나의 수많은 감정이 모여있는 곳. 그런 곳에 갈 때면 나의 시각도 매우 보수적이 되는 것 같다.
나에게 그런 곳이 두 곳이 있다. 서울대공원 산책길과 예술의 전당이다.
서울대공원은 가족과의 추억이 쌓여있는 장소이다.
호주에 사는 누나의 가족이 한국에 올 때면 조카들과 함께 서울대공원을 찾았다. 동물원을 가거나, 기린 나라를 갈 때도 있지만, 그냥 그 앞을 산책만 하는 경우도 많았다. 코스모스가 곳곳에 피어있는 가을날부터, 소나기가 내리는 여름날, 추위로 호수가 얼어붙은 겨울의 어느 날까지.. 계절과 시간 속에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 가면 항상 말이 많아진다. 할 이야기가 많다. 그런 따뜻한 감정이 또다시 서울대공원을 찾게 만든다.
두 번째 장소는 예술의 전당이다.
한가람 미술관에서부터 음악당을 거쳐 국립국악원까지 걸어서 1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공간. 그곳은 내 인생 대부분의 문화생활이 함께한 곳이다. 중학교 시절 사생대회에 그렸던 나무는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내 안목을 넓혀준 많은 미술전시와 사진전, 몇 번인지 기억조차 할 수 없는 감동의 클래식 공연들이 바로 그곳에서 있었다. 날씨 좋은 날 광장 모차르트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실 때의 평화로움과 여름밤 음악분수의 낭만과 새해를 기념하는 불꽃놀이의 환희는 덤이다. 그렇기에 예술의 전당은 언제나 나의 가슴을 들뜨게 만든다.
클래식 공연 중 우연히 보게 된 놀면뭐하니의 하프연주자 유재석. 이때 정말 많이 놀랐다.
오늘 엄마와 단둘이 서울대공원 산책을 다녀왔다. 추운 날씨와 코로나로 1시간 정도의 짧은 산책을 했을 뿐이지만, 이 장소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로운 기억이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