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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Jan 19. 2021

삶의 무게를 나누는 일

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멈춰버린 요즘.
나의 봉사활동도 작년 1월 이후, 정확히 1년째 완벽하게 멈춰버렸다.

코로나가 있기 이전, 나는 보육원 봉사활동을 해왔다.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건 내 삶이 방향성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내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깨달았다.
내가 누군가를 돕는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일종의 우월감에 지나지 않았고, 정작 그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과 말로부터 위로를 받고 도움을 받는 건 나였다.


 
내가 했던 봉사활동은 보육원에서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고, 보드게임을 하고, 공부하는 것을 도와주는 일이었다.
정말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일.

처음에는 이게 정말 봉사활동이 맞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내가 생각해왔던 봉사활동이란 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시설 청소를 하는 것과 같이 몸을 써서 하는 활동이었다.

하지만 봉사활동 담당자분께서 하는 얘기를 듣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함께 노는 게 왜 의미 있는 봉사활동인지 알게 되었다.

보육원에 있는 어린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물질적인 것들이 아니었다. 이미 시설은 충분히 훌륭하다. 밥도 잘 나오고, 따뜻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 부족함은 별로 없었다.
(이 부분은 제가 가는 보육원에 한해서 적용되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 아이들에게 부족한 건 어른들의 사랑이었다. 부모로부터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랑을 받지 못하는데서 오는 결핍. 부모로부터 버려졌다는 사실을 자각한 순간부터, 그 아이들의 정서를 채워주는데 필요한 것은 밥 한 끼보다 어른들의 사랑이었다.

그렇기에 그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봉사활동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정신연령이 낮기도 하거니와 어린 조카들과 매일같이 놀아줬던 경험도 있기에, 나는 보육원 봉사활동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한두 번 나오고 다시는 나오지 않는 봉사자들이 많다.
오히려 봉사를 하러 왔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많은 봉사자들이 봉사하기 전 머릿속으로 상상해오던 아이들의 모습이 실제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봉사자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봉사자들이 아무리 살갑게 대해도 퉁명스럽게 말하고, 심지어 봉사자들을 무시하기도 한다.
아이들도 처음부터 정을 주어봤자, 봉사자가 다음부터 안 나오면 상처를 받는 건 고스란히 자신들의 몫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아이들이지만 그런 점은 몸소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봉사활동에는 꾸준함이 필요하다. 애매하게 정을 들이다 말 거라면 아예 시작을 안 하니만 못하다. 특히 어린이들을 상대하는 봉사활동에서는 말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역시 순수하다. 봉사활동을 하고 몇 달이 지나면 아이들은 봉사자들을 보자마자 안기고 매달리고 난리가 난다. 봉사활동 초기에는 정신적으로 힘이 들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육체적으로 너무나 힘든 봉사활동이 된다.



코로나로 봉사활동이 멈춰 선 지 정확히 1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이 내 삶의 소중한 일상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코로나로 멈춰 선 이후에야 깨닫게 되었다. 봉사활동을 하며 아이들과 놀던 시절이 그립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다시 봉사활동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봉사활동을 한창 할 때 썼던 글을 마지막으로 마치려 한다.



사람마다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니고 살아간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삶 외에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 볼 수 없는 존재이기에, 타인의 삶의 무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한걸음 내딛는 것조차 쉽지 않은 삶의 무게가 있다.
그 무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앞이 캄캄하고 한숨이 나오지만, 그 무게를 내가 아주 조금이라도 나누어 들 수 있다면, 아무리 작은 무게라 하더라도 그 아이가 내딛는 발걸음에 조금의 도움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한다.
그 아이들을 연민하기보다는 내 삶 속에서 함께 짊어지고 나아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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