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산문집
ㅁ ㅏ ㅇ ㅡ ㅁ
마음의 어원을 먼저 살펴보자면 ‘꿈을 꾸다’나 ‘잠을 자다’처럼 서술어로 쓰인 동사와 같은 어근 명사로 동족목적어이다. ’마음이 맞다’ 기호의 형태와 의미 역시 이치에 맞으며 실용적(實用的)이면서 아름다운데 그 모양새는 마치 각자의 ㅁ과ㅇ 공간 사이에서 ㅏ와ㅡ이 다리처럼 이어져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조화로운 형상이다.
마음의 사전적 의미로는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겨 자리 잡는 공간이라 정의하는데 나는 지금부터 그 공간을 마음의 답(畓)이라 명명하겠다.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마음의 논에서 평생을 경작하며 살아야 한다. 이 수전(水田)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논과 다르게 마음의 논은 하루 단위로 수확이 가능할 수도 있고, 제 아무리 공을 들인다 하여도 흉황(凶荒)이 들어 보릿고개를 면치 못할 경우도 있다. 만약 흉작(凶作)이라 하여도 앞전에 일궈 놓은 수확물이 많아 곳간이 든든하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통상적(通常的)으로 흉겸(凶歉)인 농부는 그전에도 지금도 역시 앞으로도 기세(饑歲)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고 매번 흉작이라는 이유로 그가 실력이 없는 농부라 단언 할 수는 없다. 문제는 대개의 경우 본인 스스로에게 편리한 하나의 방법으로만 경작을 하고 여러 상황에 맞게 달라지는 농작법을 적용하지 않아 그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농작법으로는 이앙법(移秧法)이 있는데 묘가 효율적으로 자랄 수 있고 잡초 손질이 용이하며 싹을 틔운 건강한 묘를 심어 수확률을 크게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가뭄 시기에는 피해야 하며, 파종법(播種法)은 재식 밀도가 고르지 못해 생산성이 현저하게 떨어지지만 편리하며 노동력이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직파법(直播法)은 가뭄에 강하지만 병충해나 한해, 냉해, 서리 약하고 발아 시기가 일정하지 못하다는 단점 있다.
만약에 이처럼 다양한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기근을 면치 못한다면 토질(土疾)의 상태가 좋지 못한 것이다. 타고난 토질이 좋지 못한 경우도 있지만 논의 기운이 다하여 쉬어야 할 경우가 보편적이다. 이런 경우에는 큰 문제없이 일부 논을 휴경(休耕)하고 논을 나누어 윤작을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타고난 토질이 좋지 못한 경우에는 조금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이들과 같은 노력을 들여도 본인의 논은 수확이 적고 언제나 굶주리니 인심은 더욱더 얇아지고 인의마저 저버리는 불상사가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인데 그 해결 방안으로는 토양에 물의 기운을 찾아 우물을 파고 마중물을 둬야 한다. 당장의 생각은 먹을 것도 마실 것도 부족한데 마셔야 할 물을 땅에 버려야 한다 생각할 수 있지만 방법은 그것뿐이다.
스스로가 먼저 들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만 물꼬가 트고 땅이 산다.
불필장황(不必張皇) 할 필요 없이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농작법과 대처법만 잘 적용한다면 당신도 좋은 농부가 될 수 있다.